[스크랩] Bobby McFerrin (바비 맥퍼린)
Bobby McFerrin (바비 맥퍼린)
'보컬 비루투오조(Virtuoso, 거장)'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은 현대 음악계에서 가장 기이한 음악인으로,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훌륭한 악기라는 불멸의 진리를 가장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는 인물이다. 순간적으로 최저음의 음역에서 높은 음역까지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며 구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출난 스타일로, 다양한 보컬 테크닉은 물론, 리듬 파트까지 신체의 일부를 활용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이가 바로 바비 맥퍼린이다. 클래시컬한 감성과 재즈적인 즉흥성 그리고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우리에게는 그래미상에 빛나는 영화 '칵테일(Cocktail)'에도 삽입되었던 "Don't Worry, Be Happy"라는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50년 3월 11일 영국에서 Robert McFerrin, Jr.란 이름으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바비 맥퍼린은 뉴욕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맥퍼린(Robert Mcferrin)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노래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성악가였다. 그는 6살 때부터 클래식 교육을 받았으며 고등학교 시절 '바비 맥 콰르텟'을 결성해 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세리토스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여러 커버밴드를 전전하며 연주여행을 다녔으며, 뉴 올리안즈에 사는 동안에는 '애스트럴 프로젝션(Astral Projection)'이라는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1980년 플레이보이 재즈 페스티발(Playboy Jazz Festival)에 참여한 맥퍼린은 편곡을 맡은 코메디언 빌 코스비(Bill Cosby)를 만나게되고, 이듬해 쿨 재즈 페스티발(Kool Jazz Festival)에 참가하면서 일렉트라(Elektra)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고, 1982년 5월 셀프타이틀 솔로 데뷔 앨범 [Bobby Mcferrin]을 발표한다.
이후에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halis)와 같은 뮤지션들과 교류가 가졌고, 1983년에는 독일에서 솔로 공연 실황을 앨범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 맥퍼린은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아카펠라 공연을 선보였는데, 이러한 그만의 개성은 그의 두 번째 앨범 [The Voices]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The Voice]는 재즈 보컬, 아니 보컬 음악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할 만큼 빼어난 것으로, 최초로 오버 더빙과 밴드의 연주 없이 오로지 그의 1인 보컬로만 만들어졌다. 이 앨범은 그의 절묘한 보컬 컨트롤과 몸의 일부를 타악기처럼 사용하는 경이로운 테크닉이 담겨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85년 블루 노트(Blue Note)사와 계약, 코메디언 로빈 윌리암스(Robin Williams)를 비롯하여 허비 행콕, 맨하탄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 웨인 쇼터(Wayne Shorter) 등의 호화 게스트들이 참여한 3집 [Spontaneous Inventions] 앨범을 내놓은 바비 맥퍼린은 재즈 보컬 그룹 맨하탄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와 같이 발표한 앨범 수록곡 "Another night in Tunisia"로 그래미상을 수상한다. 기인에 가까운 공연 스타일은 그를 유명 뮤지션으로 비상시켰고, 빌 코스비 쇼를 비롯해 각종 광고에도 등장하여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다.
1988년 네 번째 앨범 [Simple Pleasure]에서는 베이스에서 테너에 이르기까지 남성 코러스의 음역을 전부 담당했고, 그것도 팔세토(가성)에 의한 고음으로 문자 그대로 '일곱가지 목소리'를 구사하였다. 바비 맥퍼린은 이 앨범의 수록곡 "Don`t worry, be happy"로 빌보드 팝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팝의 대중들에게도 그의 이름을 친숙하게 한 이 곡은 팝 역사상 아카펠라로는 최초로 차트정상을 차지한 곡이 되기도 했으며 그의 입지는 장르를 초월한 크로스 오버(Cross-Over) 붐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인정받게 된다. 바비 맥퍼린은 이 곡으로 그래미상의 'Best Song of the Year' 등을 비롯하여 주요 네 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1990년대 들어 바비 맥퍼린은 클래식과 재즈의 본격적인 접목을 시도하며 한층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Chick Corea)와 함께 한 라이브 앨범 [Play]를 발표하여 또 다시 그래미상을 수상하였고, 팝/재즈보다는 클래식에 가까운 아카펠라 그룹 '보이스트라(Voicestra)'를 오페라 싱어인 그의 아버지 로버트 맥퍼린과 함께 만들어 [Medicine Music]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1992년 끌로드 볼링(Claude Bolling)과 스테판 그라펠리(Stephan Graphelli)와의 협연으로 크로스 오버 붐을 주도했던 명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와 함께 한 앨범 [Hush]에서는 바흐,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등의 클래식 명곡들을 서로의 개성을 존중한 독창적인 감각으로 절묘한 어울림을 이뤄냈다. 이 앨범은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차트에 2년 넘게 머무르는 대성공을 거뒀고, 국내 각종 CF 배경음악과 라디오 방송 삽입 음악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이렇듯 맥퍼린은 끊임없이 팝, 재즈, 클래식을 넘나드는 실험을 단순한 시도에 그치지 않고, 다소 유머러스한 친숙함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이후 맥퍼린은 '세인트 폴 체임버 오케스트라(Saint Paul Chamber Orchestra)'를 지휘하며 멘델스존, 모차르트, 바흐, 스트라빈스키 등의 작품들이 담겨진 [Paper Music](1995) 앨범을 소니 클래식(Sony Classic)에서 발표했고, 앨범 작업에 그치지 않고, 세인트 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순회공연을 다니며 자신만의 클래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다. 또한 선구적인 퓨전 록 그룹 옐로우 자켓(Yellow Jacket) 멤버들과 함께 한 [Bang Zoom!](1996), 칙 코리아와 함께 한 [The Mozart Sessions](1997) 등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본령인 '아카펠라'로 돌아가 맨하탄 트랜스퍼의 재니스 시겔(Janis Siegel)을 비롯해 R&B, 가스펠, 팝, 재즈 보컬리스트 12명으로 새롭게 구성된 '보이스트라'의 환상적인 보컬의 세계를 들려준 [Circlesongs](1997) 앨범을 내놓는 등 여러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만의 위상을 구축하였다.
2001년 근 10년만에 다시 블루 노트 레이블을 통해 앨범 [Beyond Words]를 발표했다. 예전 [Play]를 통해 그와 호흡을 맞춘 칙 코리아가 다시 참여해 눈길을 끈 앨범은 기존의 클래식 곡이나 있던 곡이 아닌 칙과 그의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된 '순수한 창작물'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송 라이터로 본격적으로 나선 그의 '음악적 욕심'이 반영된 수작이었음은 물론이다.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재즈 보컬역사를 다시 쓴 바비 맥퍼린은 2004년과 2008년 두 번의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재즈 뿐 아니라 팝, 클레식 등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도무지 혼자서 내는 소리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층(多層)적인 목소리를 구사한다. 목소리로만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사하는 그는 가히 보컬의 기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