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익의 재즈컬럼 3: 보사노바와 한국
보사노바와 한국
장병익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재즈 양식은 무엇일까?
'한국의 재즈 대중화'에는 한국 전쟁으로 미군들이 주둔 이후, 이 땅에 열화의 불길처럼 번졌던 스윙 재즈 선풍이 우선 먼저 떠오른다. 한국에 수입된 그 '스윙'은 100% 댄스 뮤직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재즈 등 서구 문물은 소설 '자유부인'류의 허영과 바람끼로 오도되어 나타나기 일쑤였다. 그 '한국판 스윙 재즈 붐'이란 말하자면, 그 혼돈 시기의 一過性 문화 충격에 가깝다.
그리고 70년대로 접어 들자, 재즈의 어법이 우리의 청년 문화를 근간에서부터 휩쓸게 된다. 그것이 바로 보사노바였다. 그 보사 노바는 당시 갑갑한 권위적 사회에서 이른바 '청바지-통기타-생맥주'로 상징되는 청년 반문화(counterculture)의 상부 구조에 듬직하게 자리잡았다.
그 후, 현재까지 보사노바와 한국인 간의 유대는 더욱 확산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들을 나열해 보자.
장현의 '나는 너를'과 '미련', 이수만의 '행복' 같은 곡은 대중적 인기를 거둔 초기의 선도적 보사노바곡이다.
그 곡들이 보사노바의 대중 부문이라면, 김민기가 쓰고 양희은이 불렀던 '그 사이'와 '서울로 가는 길'은 대학가 보사노바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이 곡들은 위로부터의 근대화가 야기시킨 모순의 현실 속에서 대학생과 농촌 청년이 겪는 갈등을 직시하되, 그 표현은 서정적이어서 대단한 설득력을 획득했다.
8․90년대로 접어 들면, 한국의 보사노바는 일상적 생활과 사랑을 단골 주제로 삼게 된다. 이것은 일반화․ 대중화의 확증이기도 하다.
그 예를 몇 곡만 들어 보자.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양희은의 '나홀로',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 오면은', 이정선의 '행복하여라',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 밤', 한영애의 '호호호' 등 부지기수이다. 특히, MBC-TV의 지난 인기 주말 드라마 '서울의 달'의 주제가 '서울, 이 곳은'은 최근의 대표적 보사노바로 기록될만 하다.
그 밖의 수많은 우리 보사노바곡을 여기서 일일이 다 열거해야할까?
이제 시야를 나라 밖으로, 즉 재즈로 돌리자.
재즈에서 보사노바의 향방은 그 창시자인 스탠 게츠(68)의 행로에서 선명히 암시되어 있다.
그가 주도하여 60년대 미국 재즈계를 휩쓸었던 보사노바 뒤에는 '광풍(craze)'이란 말이 고유 형용사처럼 따라붙을 만큼, 그 지명도가 당시 현지에서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그 문제의 작품이 62년의 앨범 '재즈 삼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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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watch?v=UJkxFhFRFDA (A Girl From Ipanema, Astrud Gilberto/Stan Getz, 1964)
http://www.youtube.com/watch?v=DMX6E68qJAg (Corcovado, Astrud Gilberto/Stan Getz)
http://www.youtube.com/watch?v=9sc3Xx64WGE (One Note Samba, Astrud Gilberto)
June 22, 1969 jazz vocalist Ella Fitzgerald with accompaniment by Ed Thigpen on drums, Frank de la Rosa on bass, and Tommy Flanagan on piano.
http://www.youtube.com/watch?v=PbL9vr4Q2LU (One Note Samba, Ella Fitzgerald,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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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은 다분히 설명적이다. 즉, 당시 아직은 생소한 장르인 보사노바를 일반에게 낯익은 용어를 써서 그렇게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재즈+삼바', 즉 보사노바는 얼른 피부에 다가오는 아름다운 테마 선율과 감각적 리듬으로서 일반 문외한들까지 단숨에 그 포로로 만들어 버렸다.
재즈 음반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앨범으로 손꼽히는 명반 1963발매 스탄게츠, 어스투르드 질베르토, 그녀의 남편 호아 질베르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빌보드챠트에서 한때 비틀즈를 끌어내리기도 했던 곡 The girl from ipanema
스탄의 멋진 테너섹스폰, 어눌한 영어발음에 미소녀같은 음색의 어스투르드 작곡과 피아노에 안토니오...정말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뮤지션들..
40년의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최고의 음반..

Antonio Carlos Jobim



그런데 80년대 이후, 그 태두인 게츠는 엄청난 인기를 뒤로하고 자신의 음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재즈 정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만큼 좋은 실례는 드물 것이다. 실로, '재즈의 예리한 시츄에이션'인 것이다.
81년, 게츠는 참으로 중요하고도 힘든 말을 남겼다.
최상급의 원로 재즈 평론가 레너드 페더와의 대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솔직히 대중의 기호에 영합한 결과였다. 그래서 인기와 돈을 동시에 거머쥐게는 되었으나, 그것들은 결국 음반 회사의 관심사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똑똑히 알게 되었다. "
그는 또, 그 자리에서 '위대한 재즈맨이 되는 데에 필요한 덕목'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기도 했다. "음악적 요구가 과연 무엇인지를 직시해 낼 수 있는 안목, 뚜렷한 개성, 그리고 부당한 통념과 관행에 굴하지 않는 용기가 그것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후 그는 '보사노바'라는 제한된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쿨 재즈'를 노령에도 불구하고 더욱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또, 음반 제작에 있어서도 스튜디오 취입을 거부, 평균 1시간이 족히 걸리는 공연의 실황을 그대로 담은 라이브 앨범 제작에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도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국판 보사노바 바람'과 '게츠의 선택' 사이의 시차, 이것이 우리 나라 대중 음악의 현실이기도 하다. 재즈, 이젠 그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 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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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의 어원 및 유래>
보사노바(Bossa Nova)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 "신조류"를 뜻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1950년대 말 브라질의 음악과 영화 등 예술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났던 새로운 움직임을 뜻했지만 곧 새로운 음악스타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보사노바는 1950년대 후반 브라질의 특수한 사회적 여건하에서 태어났으며 남미 대중음악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20세기 후반 미국을 위시한 세계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사노바의 모태는 브라질 대중, 혹은 민속음악인 삼바이다. 1950년대 말까지 브라질의 노동자 계층과 빈민층은 타악기 반주를 강조하는 삼바음악을 즐겼던 반면 노동자계급과 스스로를 차별화하고자 했던 중산층들과 지식층들은 삼바보다 세련된, 전통적인 발라드 곡 형태의 "Samba Cancao"를 즐겼다. 이 스타일의 노래에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주로 사용되었고 음악적 내용과 가사면에서는 스페인의 볼레로와 유사한 형태를 띠었다. 작곡가들은 기본적인 화음을 사용해 단순하고 외우기 쉬운 곡들을 만들었으며, 가수들은 강렬한 목소리로 감상적이고 멜로드라마 같은 내용의 가사들을 주로 노래했다.
당시의 상류층은 삼바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신분적인 격차로 인해 삼바를 그대로 즐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바로 보사노바로 발전하게 된다. 다시 말해 브라질 원주민(흑인)들에게 어울린 음악이 삼바였다면 보사노바는 식민통치를 위해 대서양을 건너온 스페인 계열의 후손들이 즐긴 음악이었다.
<보사노바의 음악적 특색>
보사노바의 리듬은 삼바의 리듬을 약식화하여 강한 비트를 없애고 전체적으로 속도감을 떨어뜨린 것이다. 보사노바의 리듬은 [♩♩♪♩♪]의 형태가 일반적이며, 감미롭고 서정적이며 지극히 대중적인 요소들로 구성된 음계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인 Joao Gilberto와 작곡가 Antonio Carlos Jobim이 이끈 보사노바라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은 대중적인 삼바와 발라드에서의 구조적인 수정과 공연에 있어서의 혁신을 가져왔다. 보사노바는 전통적인 삼바를 대신하지는 않았지만 중상류 층들에게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보사노바는 멜로디, 화음, 리듬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찾는 동안 여러 가지 스타일이 시도되었다. 전통적인 이원적 삼바리듬 대신 다양한 싱코페이션(음의 절분)이 사용되었고, 드럼이 기준이 되었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에 의해 조절이 되는 리듬의 기본은 어쿠스틱 기타의 화음으로 보충된다. 보사노바는 새로운 형태의 화음을 선보였고, 종종 재즈와 비슷한 화음을 사용하기도 했다. 멜로디 선율은 성기고 반음계를 많이 사용했기때문에 이런 형태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렵거나 부조화스럽게 들릴수도 있다.
작게 소곤소곤 읖조리들 노래하는 가수의 음성도 보사노바 음악의 큰 특색으로 Samba Cancao의 강하게 뻗어 나오는 음성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보사노바의 이 새로운 시도들은 미국 서부해안에서 성행했던 "Cool Jazz" 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고, 많은 젊은 브라질 음악가들은 사실 쿨재즈를 동경하고 있었다.
Joao Gilberto의 1959년 발표 영화음악 앨범 "흑인 오르페우스"에 수록된 "A Felicidade"는 카니발의 삼바를 새로운 보사노바 스타일로 대체한 전형적인 예이다. 보사노바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변화의 복합체였다. 작사가들은 Samba-Cancao의 주테마였던 멜로드라마식 비극의 가사내용을 피하고, 대신 중상류층 생활의 쾌적함을 노래말에 어울리도록 구어체로 작사했다.
Antonio Carlos Jobim
Gilberto의 앨범 "O Amor O Sorriso"에는 신파조의 가사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으며, 속삭이듯 읖조리는 새로운 보사노바식 곡으로는 "Garota de Ipanema (The Girl from Ipa-nema)" (Jobim 작곡/Vinicius de Moraes작사)를 들수 있다.
보사노바의 주류는 친밀하고 절제된 매너로 공연하는 보컬 곡이었으며, 악기 즉흥연주를 위한 갈래가 생겨나기도 했다. 재즈와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도 작곡되었지만 멜로디는 여전히 가수들의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 Joao Gilberto를 비롯한 여러 가수들을 통해 보사노바 연주는 1960년대 미국과 북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보사노바의 명반들]
Various Artists - Bossa Nova Brasil
João Gilberto - Brazil's Brilliant João Gilberto
Astrud Gilberto - Compact Jazz: Astrud Gilberto
Stan Getz/João Gilberto - Getz/Gilberto
Stan Getz/João Gilberto - Getz/Gilberto
Stan Getz/Charlie Byrd - Jazz Samba
Charlie Byrd - Latin Byrd
Tom Jobim - Música!
Marcos Valle - Samba '68
João Gilberto - The Legendary João Gilberto
(아티스트 - 앨범 순)
[보사노바 명곡들]
Chico Buarque - Atrás da Porta
Baden Powell - Berimbau
Stan Getz - Bim Bom
Stan Getz - Corcovado (Quiet Nights of Quiet Stars)
Antonio Carlos Jobim - Desafinado
Luiz Bonfá - Manha de Carnaval
Tamba Trio - Mas Que Nada
João Gilberto - Meditation (Meditação)
Stan Getz - one Note Samba
Bossacucanova - Só Danço Sa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