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온 법불아귀의 시간...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내란 진짜 이유 등 수사선상 오를 듯
25.06.21 19:03 | 최종 업데이트 25.06.21 19:03 | 박소희(sost)
▲지난 2023년 7월 10일 오후(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2일 임명 후 숨가쁘게 달려온 '3특검'이 조만간 수사를 본격화한다. 내란특검, 김건희특검, 채해병특검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어떻게 권력을 남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 끝에는 '최고권력'이라 불린 김건희씨가 있다.
[김건희특검] 이름부터, 수사대상 주어도 '김건희'
김건희특검은 이름부터 김씨를 직접 겨누고 있다. 특검법 이름부터, 법이 정한 16가지 수사범위 중 13가지의 주어도 '김건희'다. 특검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부터 코바나콘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 가방과 목걸이 수수 의혹, 건진법사 인사개입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명태균 게이트' 등 전방위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특검에 직접 출석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1.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이하 "김건희"라 한다)가 주식회사 도이치모터스, 주식회사 삼부토건, 주식회사 우리기술 등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의 주식과 관련하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정부 정책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활용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의혹 사건
2. 김건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하였다는 의혹 사건
3. 김건희가 고가의 명품 가방,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혹 사건
4. 김건희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5. 김건희와 그 일가,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을 하였다는 의혹 사건
6. 김건희가 이종호 등을 매개로 하여 임성근, 조병노 등에 대한 구명 로비를 하는 등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7. 김건희 및 그 일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관련 인허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8. 김건희 및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을 매개로 국가계약 및 국정운영 등에 관여하여, 민간인이 2022년 대우조선 파업 사태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거나,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산단) 지정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김건희 측근이 법적 근거 없이 국가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등 국정을 농단하였다는 의혹 사건
9. 김건희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10. 김건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등을 통하여 제20대 대통령선거 및 그 경선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와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공천개입 등을 통하여 부정한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의혹 사건
11. 김건희, 명태균, 건진법사 등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거래 등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 사건
12.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중 김건희가 대통령의 지위 및 대통령실의 자원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였다는 의혹 사건
13. 윤석열 전 대통령 또는 김건희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전후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하였다는 의혹 사건
14. 제1호부터 제13호까지의 각 사건과 관련하여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하는 등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은폐하거나 비호, 각 사건과 관련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하였다는 의혹 사건
15. 제1호부터 제13호까지의 각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윤석열 전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등이 방해하였다는 의혹 사건
16.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그는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신분에 힘입어 서면조사, 출장조사 등 특혜를 누렸다. 특히 지난해 7월 20일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진행한 출장조사는 검찰총장 사전 보고 없이 이뤄져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당시 이원석 총장은 이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 총장이 임기를 마치자 검찰은 더욱 노골적으로 김씨를 비호했다. 최근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심 총장은 후보자 시절 '출장조사가 옳았냐'는 청문회 질의부터, 취임 후 '검찰의 김씨 불기소 처분이 납득되는가'라는 국정감사 질의에 이르기까지 전부 답변을 회피했다. 심지어 검찰이 2024년 10월 17일 불기소 결론을 내기 직전인 10월 10~11일 김주현 민정수석과 대통령경호처 지급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 또한 뒤늦게 드러났다.
[채해병특검] 두 특검이 만나는 곳... 임성근과 이종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에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 남소연
김건희특검은 채해병특검과도 만난다. 수사 대상 6번 '김건희가 이종호 등을 매개로 하여 임성근, 조병노 등에 대한 구명 로비를 하는 등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이 그 접점이다.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대통령 격노설'에서 출발한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린 채 해병의 죽음에는 임성근 사단장의 책임이 있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은 대통령실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뒤집어진다.
그런데 당시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임성근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해서 절대로 내지 마라. 내가 VIP(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이 대표는 김건희씨의 주식 계좌 관리인으로, 김씨의 또 다른 주가조작 의혹인 삼부토건 사건에 관여한 정황도 있다. 대통령의 석연찮은 '격노' 뒤에는 임성근-이종호-김건희로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의혹은 채해병특검법에서도 수사 대상 6번이다.
[내란특검] 김봉식 말한 '대통령 개인사'... 계엄 선포한 진짜 이유?
김건희씨와 12.3 내란사태의 연관성은 빙산의 일각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V1 대통령'보다 높은 'V0'라고 일컬어진 김건희씨를 12.3 내란사태에서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아한 장면들도 몇몇 존재한다.
지난 2월 1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조태용 국정원장 증인신문에서 김씨가 비상계엄 선포 전날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두 개의 문자를 보냈고, 계엄 당일 조 원장이 답장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원장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며 문자가 오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용을 함구했다. 같은 날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를 얘기하며 개인 가정사를 말해서 놀랐다'던 수사기관 진술을 유지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일로 '김건희 계엄 개입설'이 불거지자 윤석열씨는 2월 20일 헌재에서 갑작스레 이 문자를 언급하며 '휴대전화 교체 때문 같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나흘 뒤 <조선일보>는 '정부 고위관계자'를 출처로 "조 원장과 김 여사의 문자 교환은 바뀐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김건희-조태용 문자'가 나오기 전인 2월 11일 헌재에 출석한 이상민 전 장관은 '계엄 당일 대통령이 와이프도 모른다. 알면 화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씨가 직접 무마에 나서도, '와이프도 모른다'는 전언에도 '김건희 개입설'은 잦아들지 않았다. 윤씨가 지금껏 주장해온 '거대야당의 입법독재, 부정선거 의혹' 등은 당시 상황 인식일 뿐, 그가 불법 계엄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김봉식 전 청장 또한 헌재에서 "(계엄 선포 이유는)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내란의 이유 또한 앞으로 특검이 진상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3특검은 모두 김건희씨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의혹의 종착지가 김씨인 만큼 3특검 전부 김씨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돌고 돌아 법불아귀의 시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