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한국에서 유학했는데 번역기로 소통, 유튜브만 보는 학생도..."
[이영광의 '온에어' 421] KBS 1TV <더 보다> 김종수 기자
26.05.26 10:36 | 최종 업데이트 26.05.26 12:13 | 이영광(kwang3830)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K-팝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가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 1TV <더 보다>에서는 '공부하러 왔나요?... 유학생 30만 시대의 허상' 편이 전파를 탔다. 유학생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유학생 30만 시대의 명암, 허위 학력 의혹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방송을 취재한 김종수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항상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커요. 이번 프로그램 엔딩곡은 가사 없는 곡으로 하고 싶었는데 음악 감독님이 가사 있는 곡으로 하셨거든요. 따뜻한 마음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어요. 좋은 유학생 성공 사례도 있고, 앞으로의 고민도 무거운 게 아니라 미래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고민이라는 느낌을 심어줬거든요. 음악 감독님과 데스크인 박효인 선배께 꼭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 유학생 허상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인도 특파원으로 2년간 있으면서 현지 세종 어학당도 보게 됐고, 대학 시절 영국 교환학생과 호주 어학연수 경험도 있다 보니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 유학생이 늘고 있다는데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비슷한 또래 교수들을 편하게 만나면 이런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우수한 학생은 열에 하나둘이고, 나머지는 답안지도 성의 없이 쓰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이어폰 끼고 유튜브만 본다고요. 교수들도 대놓고 지적하기 어려우니 방치되는 유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꾸준히 들어왔어요. 이번에 팀에서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해서 순식간에 만들게 됐어요."
- 아이템을 정하고 맨 처음 어떤 것부터 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아는 한국어 교육 전문가나 아는 교수님들에게 SOS를 쳤습니다. 음성변조 할테니 안터뷰 했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셔서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한국에 온 관잉잉씨(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 인터뷰로 시작했는데요.
"연세대학교 촬영 허가를 받고 나갔을 때예요. 어학당 처를 촬영하는데 표정이 밝은 여학생 대여섯 명이 걸어오는 거예요. 촬영을 도와주시는 분이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고, 연세대 중국인 학생 SNS 기자단인 '연친' 소속이라고 했어요. 관잉잉 학생은 언론정보학부 학생이라고 해서, 인터뷰가 그 친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인터뷰했어요. 나중에 영상을 보니 너무 밝게 나온 거예요. 주제는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초반은 관심을 끌면서 부드럽게 시작하고 싶어서 그 영상으로 열었어요."
- 취재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대학 현장의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리포트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한국 대학이 일부에서는 가성비 있는 유학 장소로 분류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미국이나 일본만큼 학비를 들이지 않고도 학위를 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대구 리포트를 활용해서 많이 썼는데, 박사 학위 심사에서 발표나 심사위원 질문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었어요. 국립대나 유명 대학에서조차 중국 유학생들의 학위가 이런 식으로 난발되다시피 한다는 걸 직접 보면서, 저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유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강의를 잘 안 듣는 거 같은데 왜 그럴까요?
"처음 마음을 유지하는 게 누구에게나 어렵잖아요.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까지 올 때는 '한국어는 배워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대학이 편한 언어로 강의를 듣게 하고 절대평가에 출석만 하면 되는 식으로 허들을 계속 낮추다 보니 첫 마음이 느슨해지는 거예요. 거기다 SNS 쇼츠나 게임, 아르바이트 같은 유혹도 많잖아요. 공부보다 한국 생활이나 알바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그런 유혹의 일부라고 봐요."
- 교수가 지적을 안 하는 건지, 아니면 못 하는 건지.
"두 가지 다 있다고 봐요. 대형 강의실에서는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학생들이 뒤에 앉아 고개 숙이고 뭔가를 하면 지적하기 어렵죠. 답안지를 보면 똑같은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걸 두세 번 반복해서 뭐라고 하고 싶어도, 막상 다가서면 한국어를 못 하거나 무관심한 표정으로 외면하면 교수도 더 이상 접근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동국대학교 사례가 인상적이었어요. 유학생이 처음 오면 전원을 인터뷰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어 실력은 어떤지, 전공 수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는지, 리포트 점수가 안 나오는 이유는 뭔지 개별적으로 듣는 거예요. 맞춤형 서비스보다 직접 다가가서 필요한 걸 파악하는 거죠. 학부 4년, 석사·박사를 만들어내는 학교라면 그 정도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야 유학생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대학의 해외 유학생 유치는 학령인구 감소가 주 원인인가요?
"그런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에요. 학령인구가 10~20% 줄었다고 학과나 대학이 바로 없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학령인구 감소가 원인의 3분의 1 정도라고 봐요. 나머지는 글로벌화 노력이에요.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도 있고, 미래에 대한 투자 측면도 있어요.
베트남이나 미얀마에서 경북대나 강원대 동문회가 열린다고 생각해 보면, 한국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현지 공직이나 사업에서 활동한다는 건 한국의 좋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거잖아요. 한국 학생들도 유학생들과 어울리면서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고요. 학령인구 감소, 대학의 글로벌화, 현지에 한국 시스템을 전파하는 효과, 이 세 가지 정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요."

- 방송을 보면 대학이 유학생 관리를 안 하고 유학원에서 하는 것 같던데.
"정확하게 보신 거예요. 유학생도 등록금 내는 소비자인 데다, 비자 문제로 일정 일수는 출석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출석을 챙기는 게 학교 교수나 교직원이 아니라 입학 서류를 대행했던 유학 알선 업체예요. 업체에서 전화해서 '요새 학교 너무 안 나가는 것 같아요. 알바가 많은 건가요?'라는 식으로 관리하는 거죠. 유학 알선 업체는 초기 서류 처리와 적응을 돕는 역할에 그쳐야 하는데, 대학이 관리 책임까지 넘기고 있다는 걸 취재하면서 알게 됐어요."
- 허위 학위 의혹도 (방송에) 나오던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호남대학교 사례예요.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고, 중국어 강의를 위해 100명 이상을 한꺼번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서류 검증이 부실했다고 대학 측도 인정했어요. 이 학생들이 미국 학교에서 2년 이상 학부를 마쳤다는 이유로 편입생 자격으로 3학년에 들어온 거예요. 2년만 다니면 호남대를 졸업하고, 석사 통합 과정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아갈 수 있는 구조였죠. 법무부가 문제를 제기해 압수수색을 했는데, 알고 보니 미국 대학이 아예 없었던 게 아니라 이미 폐교된 학교였어요.
그 법인을 중국이 인수해서 실제 교육은 하지 않고 학위 증명서만 발급해 준 거죠(지난 2026년 4월 3일 방송된 KBS 뉴스에 따르면, 편집한 중국인 유학생 100여 명이 인가가 취소된 미국 대학의 학위를 제출해 부당하게 비자를 받았음. 법무부는 이 대학의 담당부서를 압수수색해 해당 유학생 100여명 '출국명령'을 내림. 대학 측은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힘)."
- 유학생 유치 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우선 필요한 건 뭘까요?
"입학과 지원 과정을 많이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더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의 적성과 원하는 학교·전공이 맞는지, 한국어 능력과 한국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지, 왜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오는지 입학 과정에서 인터뷰나 자기소개서를 통해 제대로 파악해야 해요. 입학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지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봐요."
- 방송을 보면 유학생 졸업 후 국내 취업한 비율이 13.8%더라고요.
"제일 큰 문제예요. 유학생들이 인턴을 하거나 취업을 하려면 한국 학생들처럼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휴학하고 인턴을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한국 학생들과 똑같은 선상에서 인턴 경험이나 실습 기회가 있어야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데 그 기회 자체가 없는거죠.
그러니 한국에 남거나 취업하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유학생들이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베트남 학생이 이렇게 많은데 왜 서울 학교들은 베트남 교수를 뽑지 않느냐고요. 학계나 대학에서 유학생 출신을 (교수로) 채용하는 비율도 이들에겐 중요한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 대학들이 맨 먼저 버려야 할 구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인도 특파원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국가별 선입견을 버려야 해요. '인도 학생은 수학을 잘한다', '중국 학생은 수업을 안 듣는다'는 식의 색안경을 끼는 순간, 그 생각을 확인해 주는 정보만 들어오는 확증 편향에 빠지거든요. 중국 학생이 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인도 학생이 다 수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뉴스도 접하고 책도 읽으면서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지금 이 시점에 조금만 개선하고 바꾼다면 유치 시스템도 달라지고, 저출생 상황에서도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연구하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이번엔 취재 기간이 짧아서 90% 가까이 내보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한국에 유학 온 지 6년이 됐다는 학생인데 한국어가 안 돼서 저와 SNS 번역기로 소통하는 거예요. 6년이 넘었는데 이 정도라는 게 의아했는데, 소통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방송에 담지 못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댓글을 보면 유학생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 시각이 생길까 우려스러워요.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도 해외 유학이나 이민을 가면 어려움을 겪잖아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해서 동료나 학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외면할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한번 생각해 주세요. 저희 문제의식에는 공감해 주시면서도 유학생들에 대한 안 좋은 댓글을 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의 옛 시절을 떠올리며 좀 더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맞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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