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의 고향이자 파두의 고향 포르투갈은 35,000 평방 마일에 인구 천만 명이 간신히 넘는 나라입니다. 유럽 대륙 서쪽 맨 끝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여러모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같은 반도국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텨나간 민족의 역사는, 이웃 국가인 스페인과도 확연히 다르지요. 기원전 11세기부터 그리스인들과 켈트인들의 침략을 시작으로, 로마군과 게르만 인들에게 겪은 치욕적인 역사들, 그리고 8세기 무렵에는 아랍인들의 침공을 받은 포르투갈의 역사는,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견딘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일맥 상통합니다. 심지어 16세기말에는 이웃 나라 스페인의 침략까지 견뎌내야 했던 역사조차도, 우리가 이웃 나라 일본에게 지배를 받아야 했다는 점까지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1932년에 설립된 살라자르(Salazar) 독재정권의 모습까지 판에 박은 듯 우리와는 뗄 수 없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는 나라가 바로 포르투갈입니다. 결국 파두의 정서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z) 이후 파두 음악이라는 월드 뮤직 장르로서 "보편화된 인간 정서"를 담았기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은 파두 특유의 정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파두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지요. 바로 '사우다드(Saudade)'와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항구 도시 '리스본(Lisbon)'입니다. '사우다드'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향수', '동경'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대서양 바다로 나간 남자들은 두고 온 고향과 처자식을 그리워하고, 고향에 남아 있는 여자들은 남편 또는 애인을 그리워하면서 바다에 나가 기약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그들은 서로 그리워하는 동안 노래를 만들어 그 노래로 고향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이 노래들이 바로 파두가 됩니다. 그래서 파두를 들을 때마다 우리는 항상 '사우다드'로 대표되는 파두의 애절한 감성에 공감하게 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파두 음악에 단골로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바다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파두 가수들이 노래하기 전에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고 합니다. '자, 조용히 하시고 이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부탁의 말 한마디이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말 한 마디가 담아내는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싸구려 선술집에서라도,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오랜 세월동안 담아낸 파두가 연주될 때, 사람들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공감하고, 그 노래 가락 한 구절이 만들어지기까지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의 한과 삶의 질곡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현대 음악 평론가들은 파두의 원래 모습이 포르투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져 있던 음악의 형태와 감성이 파두라는 이름을 통해 포르투갈에서 모여진 뒤 파두 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에도,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규모 식민지를 건설했던 아프리카 남동부에도 그리움과 향수 등의 정서는 존재합니다. 그래서 음악 학자들과 역사가들은 파두 음악은 세계 곳곳의 음악과 정서가 함께 뭉쳐져 만들어진 포르투갈의 예술이라고 정의합니다. 남미, 아프리카, 아랍권, 그리고 유럽 문화 전통까지 혼합된 음악 장르가 바로 파두라는 것이죠. 이런 배경 때문에 파두 가수들은 세계의 어떤 음악 장르라도 쉽게 이해하고 소화하면서 마치 파두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불러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샤는 이런 파두의 특성을 마음속에 담아놓고, 정통 파두 곡들과 함께, 글로벌 시대에 맞게 세계 곳곳의 음악들, 특히 파두의 정서와 맞는 아름다운 음악들을 발굴해 새롭게 해석하고 파두 식으로 해석해냅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미샤는 파두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죠.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우니꼬르니오'나, 우리 가곡 '보리밭'을 부르는 미샤의 모습은 결코 재능의 낭비나 인기에 편승한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라, 진정한 아티스트가 걸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코 파두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숭고한 작업이기도 하지요. 바로 미샤의 이런 본질적인 해석과 노력을 통해 파두는 세계의 음악으로 다시 한 번 탈바꿈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이런 노력을 통해 미샤가 부르는 정통 파두는 더욱 깊은 맛과 진한 향수를 담아내지요. 이런 미샤의 노력을 통해 빛나는 파두의 진정한 모습을 이제 우리가 느껴 볼 차례입니다. 미샤는 새로운 여성 파두 가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붙는 수식어 '제 2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단지 "파두의 참모습을 노래하는 숙명의 파디스타"입니다. 바다를 향해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여인들의 노래.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 온 남자들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던 신비의 노래 파두. 이제 파두의 진수가 우리 앞에 펼쳐진 무대 위에 설 '미샤'를 통해 한 꺼풀 벗겨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