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데이트 하려면 커피값 아껴라” Z세대 잡는 은행
입력 2025-05-27 00:01:02
금융권 화두 ‘도파민 뱅킹’
대학생 이모씨(22)는 요즘 매일같이 토스뱅크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다. 지난 22일 출시된 ‘게임 저금통’으로 돈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서다. 게임판의 블록을 클릭해 깰 때마다 100원씩 통장에 쌓이고, 블록 뒤 숨겨진 젤리를 찾으면 랜덤 보상금을 추가로 받는다. 이씨는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5일 만에 6500원을 모았다”며 “예전엔 저축이 재미없고 막막하게 느껴졌는데 게임처럼 즐기면서 돈도 불릴 수 있어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26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게임 저금통은 출시 5일 만인 이날 24만 계좌를 돌파했다. 출시 후 약 15시간 동안 1초에 2명꼴로 가입해 10만 계좌를 달성한 이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게임 저금통은 저축은 물론 재미와 보상을 함께 주는 1석 3조의 경험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현재 가입자 3명 중 1명(30%)은 10·20세대”라고 말했다.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도파민 뱅킹’이 최근 금융권의 화두다.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적 요소를 금융상품·서비스에 접목해 고객의 뱅킹 앱 이용을 늘리는 전략을 말한다. 금융 고객 경험(UX) 전문 디자인 회사인 UXDA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단순성을 강화하되, 게임이나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즐거움과 금전적 혜택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도 게임을 결합해 인기를 얻고 있다. 매주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목표 달성 캘린더를 완성해주고, 26주 완납 시 최고 연 5.5% 금리를 제공한다. 2018년 출시 후 2900만 계좌가 판매됐는데 가입자 약 20%가 10·20세대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검색 서비스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매일 용돈 받기’ ‘음악 듣고 캐시 받기’ 등 카뱅의 5개 앱테크 서비스에서 10·20대 이용자가 약 30.5%를 차지한다”며 “재미와 보상을 결합한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도파민 뱅킹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KB금융연구소가 발간한 ‘금융에 즐거움을 더하는 도파민 뱅킹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핀테크 기업인 ‘클레오’는 재미를 강화한 AI 기반 예산 관리 서비스로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659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클레오의 AI 챗봇 ‘머니 코치’는 단순히 “외식을 줄이세요”라는 지루한 조언 대신 고객의 소비 데이터에 기반해 “다음 주 금요일에 데이트하려면 커피값을 아끼세요”와 같은 실용적 조언을 건넨다. 또 고객이 냉소적인 어조의 ‘디스 모드’와 낙관적 어조의 ‘칭찬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디스 모드는 “이번 달에 맥도널드를 열두 번이나 갔네. 다음에 한 번 더 가면 그냥 고정 지출로 추가할게”라고 말하는 식이다.
2009년 출시된 미국의 모바일 송금 서비스 ‘벤모’도 도파민 뱅킹 전략을 써 ‘Z세대 대표 송금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애니메이션 스티커 기능 도입, 직불카드 이용 시 최대 5%의 캐시백 혜택 등으로 고객에게 재미와 보상을 제공했다.
강윤정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도파민 뱅킹은 거래 은행 변경률이 높고 ‘애드 블로킹(광고 차단)’ 성향이 강한 Z세대의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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