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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은 달라도, 우리는 같은 불안 위에서 일한다"

백조히프 2025. 12.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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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직함은 달라도, 우리는 같은 불안 위에서 일한다"

 

[기획-권리밖노동 ②] 학원 강사·웹툰 작가·예술노동자, 임시노동자의 또 다른 이름 '프리랜서'

 

25.12.23 16:39 | 최종 업데이트 25.12.23 16:39 | 김종철(jcstar21)

도로 위 배달노동자, 화면 앞의 창작자, 강의실을 오가는 프리랜서까지. 이들은 모두 일하지만 보호받지 못합니다.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이 일상이 된 시대, 현행 근로기준법·노동관계법이 이들을 포괄하지 못하면서 제도의 공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왜 새로운 기본법이 필요한지 살펴봤습니다.
 
학원강사, 웹툰작가 등 프리랜서는 이제 흔히 찾을수 있다. 스스로를 프리랜서로 일한다거나 프리랜서로 계약했다는 것은 노동의 불안정성도 함꼐 갖고 있다. ⓒ pixabay

오후 3시, 학원 복도에 아이들 목소리가 차오른다. 프리랜서 영어강사 이선정(가명)씨의 하루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주 7일, 주당 약 28시간. 시간표는 고정돼 있고 수업은 정기적이다. 그러나 그는 노동자가 아니다. 법적으로 '프리랜서 강사'다.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출근하고, 학원의 커리큘럼과 운영방식을 따르는데도 프리랜서로 분류돼요. 병가나 휴가 보전은 전혀 없죠."

이씨가 완전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한 지는 1년이다. 그 이전 5년 동안은 학원 소속 강사와 개인 과외를 병행했다. 초반에는 특정 학원에 장기간 고정 출강하며 사실상 상근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그가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불안정성이었다.

"계약서는 대부분 프리랜서 계약서였어요. 월급이나 주당 수업 시간만 있고, 휴가나 병가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학원에서는 계약서를 영어로 써서 휴무 조항이 애매하게 적혀 있었어요. 쉴 수 있는 건지, 못 쉬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죠."

임시노동자의 또 다른 이름 '프리랜서'

웹툰 어시스턴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예진 작가. 그는 프리랜서 작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휴식과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김종철

웹툰 작가 김예진씨의 하루도 마감으로 촘촘히 관리된다.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그는 '자유로운 창작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품 일정부터 분량, 수정 요청까지 플랫폼 기준에 맞춰 움직인다.

"연재 일정은 사실상 회사 일정이에요. 회사원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1인 창작자'죠. 마감이 겹치면 하루 12시간 넘게 작업하는 날도 많아요. 아프다고 쉬게 되면 연재가 끊기고, 그게 바로 수입 중단으로 이어지죠."

김씨 역시 근로 계약이 아닌 연재·저작권 계약을 맺는다. 플랫폼의 판단에 따라 계약이 종료되거나 중단되기도 한다. 그는 "계약서에 '플랫폼 정책에 따른다'는 문구가 있지만, 그 정책이 무엇인지는 작가가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의 연재 중단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도 작가는 대응하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공연·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예술노동자 황아무개씨의 말은 더 직설적이다. 그는 공연 스태프와 전시 프로젝트를 오가며 일했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의 자치단체와 9개월짜리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실업이에요. 다음 일이 언제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특히 예술 쪽에선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고, 대부분 구두 계약으로 일하다가 공연이 취소되면 그냥 끝이죠. 준비 기간에 쓴 시간이나 비용은 보전 안되죠. 임금 자체도 1~2개월 밀리는 것은 보통이고…"

"예술 좋아서 하는 것 아니냐"는 불합리한 시선

웹툰 노동자들의 고용과 각종 일자리 정보가 올라오는 사이트. 김예진씨는 특정 일부 유명 웹툰작가 이외 대다수 작가와 어시스턴트 등은 낮은 단가 책정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김종철

그는 한때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몸이 버텨내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면서 "아프거나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은 생각도 못 하죠. '예술 좋아서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예술 노동자 대부분은 '자유로운 창작자'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매우 가혹했다. 일부에선 대놓고 "예술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노동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라는 불합리한 시선도 여전하다.

세 사람의 일은 전혀 달라 보인다. 강의실, 작업실, 공연장. 그러나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정해진 일정과 기준에 따라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두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 안정, 병가, 휴업 보전, 분쟁 조정에서 배제돼 있다. 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을…

이씨는 프리랜서 강사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표준계약서 의무화를 꼽았다. 그는 "계약 기간, 해지 시 최소 사전 통보 기간, 일방적 계약 해지 방지 조항은 꼭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씨는 플랫폼과 개인 창작자 간의 힘의 차이를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은 언제든 대체할 수 있지만, 작가는 연재 하나에 생계가 걸려 있다"라면서"분쟁이 생겼을 때 중재해 줄 공식 창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황씨는 예술 노동자 보호를 내세웠다. '노동자로서의 인정'이다. 그는 "예술을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보호도 없다"라면서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로 모든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면, 결국 예술도 지속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요구는 공통된다.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이다. 아프면 쉴 수 있고, 계약이 끊길 때를 예측할 수 있으며, 분쟁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쿠팡 배달노동자, 학원 강사, 웹툰 작가, 예술노동자까지. 일의 형태는 다르지만, 이들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왜 우리는 일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가. 노동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술노동자 대부분은 ‘자유로운 창작자’라는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매우 가혹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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