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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이미 알고리즘에 책임 물었다... 플랫폼 노동, 기로에 선 한국
[기획-권리밖노동 ④ ] EU·프랑스·일본 등 '플랫폼·프리랜서 입법'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25.12.26 10:33 | 최종 업데이트 25.12.26 10:33 | 김종철(jcstar21)

플랫폼 노동을 두고, '노동자인가, 아닌가' 논쟁이 여전하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은 이미 질문을 바꿨다. '누가 노동자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다.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이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들 역시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있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24년 '플랫폼 노동 지침'을 채택했다. EU 이사회가 밝힌 목적은 분명하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알고리즘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 지침의 핵심은 '노동자성 추정' 원칙이다. 배차와 보수, 평가, 업무 수행방식 중 일정 요건만 충족되면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본다. 플랫폼에서 이를 부인하려면,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지휘, 통제 정황이 확인되면 노동자 보호로 진입시키는 구조다. 물론 EU 회원국마다 노동자 보호에 관한 제도와 판례에 따라 행정 사법절차가 진행된다.
유럽연합의 실험, 노동자성 추정과 알고리즘 규제를 명확하게
또 하나는 알고리즘의 규제다. 배차와 평가, 제재 등에서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이에 대한 감독과 이의제기권을 명확히 규정했다. '알고리즘 인사 관리'에 설명 의무와 감독, 다툼의 권리를 붙인 것. 이는 "시스템이 결정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플랫폼 기업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원칙은 플랫폼을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노동을 조직하는 주체로 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에 가능했다. 또 플랫폼 기업의 노동자 통제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규제 방향도 분명히 한 셈이다. 플랫폼이 그들 스스로 '중개자'를 주장하더라도, 관리와 감독의 흔적이 남는 순간 책임이 발생하도록 한 것이다.
EU 회원국인 프랑스는 좀더 다른 길을 택했다. 프랑스는 지난 2021년 행정명령(오르도낭스)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자영업 형태 포함)의 대표성과 교섭 구조를 제도화했다. 이어 플랫폼과 종사자 간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플랫폼 고용관계 사회관계 당국(아프레, ARPE)'이다. ARPE는 플랫폼 노동의 분야별 대표성을 구성하고 대화, 분쟁의 틀을 다루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랑스,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일본, 현실반영 '프리랜서 거래법'

프랑스 모델은 '플랫폼 노동자를 전원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대신 노동자 대표와 교섭, 분쟁 해결을 위한 상설적인 장치를 두고, 플랫폼 산업이 커질수록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대신 유럽 일부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고용 책임을 약화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은 플랫폼 노동 전반을 다루기보다, 프리랜서 영역에 집중했다. 이들 직종 노동자의 거래 질서를 먼저 세우기로 한 것. 이를 위해 만든 법이 지난 2024년 11월 1일부터 시행된 '프리랜서법(프리랜스 액트)'이다. 사업자가 프리랜서에게 거래 조건을 명확히 고지하고, 보수 지급기한을 정해(최대 60일) 대금 지급 지연을 줄이도록 했다.
일본의 선택은 현실적이다. 프리랜서 시장의 가장 빈번한 피해는 '계약서 부재와 불명확', '대금 지연·삭감', '일방적 변경' 등이다. 일본은 노동자성 논쟁과 별개로, 프리랜서가 거래상 약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계약과 대금 지급, 금지 행위 등을 촘촘하게 규제한 점이 눈에 띈다.
독일은 입법만큼이나 사법 판단이 중요한 동력이었다.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지난 2020년 '로암러(Roamler)' 사건에서 플랫폼 기업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플랫폼 노동 영역에서 노사 관계를 비롯해 노동 조건을 둘러싼 소송과 조직화가 진행됐다.
지난 2021년 세계 최초의 배달 노동자를 위한 '라이더법'을 만든 스페인도 대법원의 노동자성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2020년 법원은 배달업체 글로보가 알고리즘을 통해 라이더에게 일감을 배정하고, 보수를 결정하고, 평가하고 제재한 행위를 실질적 고용관계의 증거로 봤다. '라이더법' 시행 이후, 스페인의 배달노동 시장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철수부터 고용관계 재정립 등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추진 두고, 노동계 "제3지대 고착" 우려도

한국도 플랫폼 노동의 법제화를 둘러싼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노동자성 인정 여부'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플랫폼 기업과 노동은 일상화가 됐고, 이들 노동자들은 크게 늘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30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대와 22대에 걸쳐 국회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률 등이 제안되거나 발의됐지만 노동계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의 기본법은 계약의 종류나 일의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의 분류에서 빠져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노동자는 그대로 관련법에 따른 보호를 받으면 된다"라면서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적인 법이고, 국가의 책임을 좀더 명확히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기본법에는 인간의 존엄과 인격권,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과 모성보호, 사생활 보호, 계약 자유보장의 권리까지 포함한다는 것. 특히 공정하고 대등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와 노동 조건을 명시하고 계약 해지와 부당요구 금지, 개인 정보의 알권리 등도 추진된다.
박 교수는 "그동안 프리랜서 등은 사용자와 분쟁이 생기면 해결 방안이 막막했다"라면서 "지방노동위원회을 통한 분쟁해결 등의 방안과 법 위반시 과태료 부과 등의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동계에선 '선언적 성격의 기본법'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는 기본법은 노동자로서의 인정보다 단순 선언적 성격이 강해 실효성이 의심된다"라면서 "라이더의 권리와 안전 보장을 위해선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노동 약자가 제3지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우선 기본법을 통해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고, 이후 하위법 등으로 제재와 과태료 등 실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라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배인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사무관은 "기본법은 지금까지의 노동법 체계를 벗어나 노동의 이분법적 분절을 해결하며 새로운 노동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노동권을 법률로 선포하고, 국가와 사업주는 노동권 보호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기본법을 통해) 사회보험 확대, 재정 지원 사업 강화, 분쟁 조정 등 정책적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툰 어시스턴트 김예진 작가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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