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진보 매체 기사 소개

‘공공적 쿠팡’을 상상해보자

백조히프 2026. 1. 1. 08:51
반응형

한겨레

 

‘공공적 쿠팡’을 상상해보자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 수정 2025-12-31 18:45
  • 등록 2025-12-31 18:38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붙은 쿠팡 규탄 스티커. 연합뉴스
 
 
 
 

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플랫폼 기업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도 심각한 문제이고, 회원 정보의 대규모 유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탈팡’이라는 이름 아래 쿠팡 회원 탈퇴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지금 한국만의 쟁점이 아니다. 2010년대 내내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했고, 팬데믹 이후에는 아예 전 인류의 삶을 지배하는 수준으로까지 덩치가 커졌다. 그래서 이런 플랫폼 기업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논의 가운데에서 눈길을 끄는 제안은, 한세기 전에 도시 생활의 필수 인프라(상하수도, 전력 등)나 필수 사회서비스(보건, 교육 등)를 시장에서 떼어내 공적 소유와 운영의 대상으로 만들었던 노력이 이제는 플랫폼 경제를 둘러싸고 전개돼야 한다는 ‘플랫폼 사회주의’다.

 

2022년에 ‘플랫폼 사회주의’라는 제목의 저작을 낸 영국의 사회과학자 제임스 멀둔은 플랫폼 경제를 민주 사회에 맞게 길들이려면 ‘삼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는 ‘저항’ 전략이다. 플랫폼 산업이 돌아가도록 노동을 수행하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회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데이터 자원을 알게 모르게 수탈당하는 이들이 일단 저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끊임없는 노동자 사망 사고를 쟁점화한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쿠팡 회원들의 ‘탈팡’ 운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규제’ 전략이다. 각 부문의 주도적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손쉽게 확보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사회 전체에 대해 한 기업 수준을 넘어선 권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이미 시장경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적 권력의 구축이며, 민주 사회라면 당연히 다양한 반독점 정책을 통해 이런 사적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나마 쿠팡의 경영 행태를 따지고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이런 ‘규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어쩌면 가장 낯선 내용일 수 있는데, ‘재코딩’ 전략이다. 멀둔이 ‘재코딩’이라는 컴퓨터 용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핵심은 플랫폼 기업의 소유 구조와 운영 방식을 이해관계자들(노동자, 이용자, 연관기업 등)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도록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팬데믹 전부터 제기했던 것처럼, 그리고 팬데믹 와중에 극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유통 등의 부문에서 플랫폼 경제가 이미 ‘공익사업’적 성격 혹은 ‘공공성’을 띠게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쿠팡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역시 팬데믹 기간에 생활필수품을 유통하는 데 요긴한 서비스라는 점을 증명하면서부터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논의는 ‘공공적 쿠팡’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다. 물론 쿠팡 자체는 지배구조의 특징 등으로 인해 곧바로 공적 기업으로 전환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용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필수적 활동이라 인정받은 배송 서비스를 기본 생필품 중심으로 전담하면서 모범적 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공적 유통 플랫폼을 신설하는 방안은 충분히 토론해볼 만하다.

 

이런 대안적 플랫폼 경제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탈팡’의 사회적 각성을 바탕으로 이런 논의가 진지하게 전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 같은 악덕기업은 상당히 실질적인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