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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스티븐 호킹, 이 대통령의 같은 생각

백조히프 2026. 3. 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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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스티븐 호킹, 이 대통령의 같은 생각 

  • 수정 2026-03-18 07:08
  • 등록 2026-03-18 05:00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지난 1월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6’에서 자동차 부품을 옮기고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미국 소재 로봇 제조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6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완성차 생산라인에 당장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한 동작과 관절의 유연성이 놀라웠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급등했고, 아이티(IT) 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불안해하던 사람들에게 구원의 신호탄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그 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단 한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대하는 등 로봇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전면전’을 선언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여론의 분위기는 비난 일색이었다. 그 무렵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현대차노조의 그러한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해 할 말 있으면 해보라”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언론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현대차노조의 그러한 주장 앞에는 “노사 합의 없이는”이라는 단서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로봇을 도입하되 노사 간 협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도입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기사를 본문까지 꼼꼼히 읽지 않고 “현대차노조, 로봇과 전면전 ‘공장에 단 한대도 못 들인다’” 등 큰 글자로 강조된 제목만 본 많은 독자들에겐 현대차노조의 제안이 전근대적 반발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 들어온 지 오래다. 로봇이 공장에 단 한대도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현대차 노동자는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노조가 소식지 등에서 사용한 “노사 합의 없이 단 한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등의 표현이 과격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노동조합이 그렇게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기업이나 정부는 로봇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한다.

 

오래전, 정부가 철도청을 민영화하려고 했을 때 철도노조가 “민영화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언론은 “대안 없는 반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조가 그렇게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웠으니 ‘민영화’가 아니라 ‘공사화’로 방향을 바꿔 ‘철도공사’라도 된 것이다. 임금 인상 5%를 달성하기 위해 교섭 초기에 “임금 15% 인상안”을 들고 협상에 임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생산 현장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 이미 나와 있고, 그 방향은 비교적 단순하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감소해도 생산성은 대폭 증가하므로 창출되는 재화의 크기는 훨씬 더 커진다. 그 재화를 고르게 나누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직업이 없는 사람과도 같이….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2018년 사망한 뒤, 그가 영미권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이 마련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행사의 온라인 질의응답 게시판에 남긴 글이 유언처럼 회자됐다. 한 누리꾼이 “급격한 자동화로 대량 실업이 우려되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발이 100여년 전 ‘러다이트 운동’과 비견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호킹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결과는 분배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기계로 창출된 ‘부’가 고르게 나누어지면 모두가 안락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기계 소유주들이 ‘부’의 재분배에 대항하는 로비에 성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끔찍하게 가난해질 것입니다.” 그러고 이렇게 덧붙인다. “지금까지는 기술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두번째 방향으로 추세가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킹 박사의 예상이 맞든 틀리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첫번째 방안이 가능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는 바뀔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로봇을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노조가 선언한 것 같다.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발언하자, 언론들은 앞다퉈 이 대통령이 현대차노조를 겨냥해 마치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언론이 강조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이 대통령이 현대차노조의 주장에 대해 “진짜가 아니고 아마 투쟁 전술의 일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노조와 스티븐 호킹 박사와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생산수단을 가진 쪽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질 텐데, 거기에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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