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2월 3일 밤 발동된 계엄령은 민주시민들의 거센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해제안 가결로 미수에 그쳤지만 우리경제에 끼친 부정적 영향은 예상한 바대로 적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고, 대달러 원화환율이 이틀 만에 1,400원에 서 1,450원으로 급등하며, 증시 역시 같은 기간 급락 조짐을 보였다.
<계엄령 발표후 원화환율 추이, 출처: 한국경제>
다행히 계엄령이 단시간에 해제되고 거시경제의 펀드멘털이 여전히 단단하다고 보았는지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이번 정치적 혼란의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그리 결정적으로 보지는 않으며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야당의 줄기찬 실정 비판과 정치적 공세에 짜증스러워 하던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발동한 계엄령이 저지된 후 내란수괴 피의자로 전락한 그의 직무정지를 빠른 탄핵을 통해서냐 ’질서있는 퇴진 유도‘ 속에 행하느냐를 놓고 대치하는 여야 간 대립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상당 기간 품고 갈 가능성은 높다.
<계엄해제후 한국증시 대폭 하락>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대외신인도도 떨어져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감소와 자본유출도 분명할 것이기에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자금유동성 역시 악화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이 오래 간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이기에 내수시장도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단기적인 관광객 감소로도 이어져 관광업계와 요식업계, 그리고 자영업자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구조적 요인들이 중첩된 것이 아닌 일회성 돌발 요인이기 때문에 계엄령 이전의 경제 상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에 있어서는 1~2년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현직에서 떠나고 새로운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면 아마 1년 안에라도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비교적 빠른 복원 기간의 근거는 과거의 위기 사례들과 그 당시의 복원 기간들에서 상당 부분 유추할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먼저 1997년의 IMF 외환위기시 한국은 500억불의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2년 만에 그 빚을 다 갚고 외환보유액을 안정시키며 경제성장률까지 회복했다. 이 위기 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단한 수출 제조업 기반 때문이었다. 원화환율이 2~3배까지 오르자 가전, 자동차, 조선 부문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하게 상승해 ’98년에만 교역수지 흑자가 단번에 400억불에 달해 구제금융을 2년 만에 모두 청산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기간에 기업부채 많았던 좀비성 부실기업들 정리도 이루어내어 한국경제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졌다.
<출처: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두 번째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국정부의 발빠른 건설경기 부양책, 금리인하책, 미국과의 통화스왑 협정을 통한 외환유동성 확보책 등이 한국경제가 복원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보다 더 큰 공헌을 한 것은 대중국 수출특수였다. 가전,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화학원료 등이 대중국 특수를 만난 덕분에 2년 만에 경제성장률 6%라는 반등을 일궈내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성장률 추이, 출처: 중앙일보>
마지막으로 2020년의 코로나 펜데믹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K-방역 때문에 타국에 비해 최소규모로 경제활동 중단을 막았고, 재난지원금 지급과 저금리 및 대출지원책으로 내수가 식지 않게 한 재정책과 통화책이 빛을 발했다. 수출면에서는 IT제품과 반도체, K-콘텐츠와 바이오 제품들이 수출효자 제품들이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도 한국의 수출회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년 –0.7%의 마이너스 성장 선방을 이룬 뒤 ’21년에는 4.3%라는 높은 반등을 이루었다.
상기 위기 사례들은 이번 계엄령으로 인한 경제위기와는 비교도 안되는 대위기들이었다. 이런 위기들도 향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만큼 인상적으로 돌파한 한국경제가 이번에도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구성되는 수출제조업의 진화된 기반 속에 정부의 민첩한 대응책들까지 어울려져 펼쳐진다면 한국경제의 복원 잠재력은 다시 한번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계엄령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한국경제가 지금 저성장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된 채 좀처럼 회복 모멘텀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현 정권의 철 지난 감세책으로 적극적인 재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검사출신 비전문가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있어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나홀로 침체장이 되어있는데다, AI와 반도체 등 IT제품 수출과 R&D 지원책을 제 때 구사하지 못하는 총체적 무능함 때문이다.
이제 역대 최악의 무능한 정권이 빠르게 물러나고 차기 실용적 정권이 들어서서 지금의 불확실성과 비효율성이 걷혀지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들이 시간을 두고 개선된다면 우리경제의 복원력은 예상보다 더욱 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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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법사
24.12.13 04:13
첫댓글 김박 예상대로 경제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네요.
한국 경제가 그 만큼 면역력이 생겼다고 믿고 싶네요.
아무튼 혼란이 빨리 수습돼야 될텐데...,
아직도 극우 유튜브만 보고 부정선거 운운하며 한 가닥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지금이라도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나라와 국민에 더 이상의 피해를 끼치지 말고 내려오기를 바래 봅니다.
나도 법사처럼 한국경제가 상당 기간 움츠렸으니 이제 한번 반등의 기지개를 펼 때가 멀지 않았다고 믿심다. 정치적 안정만 얼른 찾으면 그리 안될 이유가 없겠지요. 과거의 여러 위기적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언론들이 바로 나라가 무너지는 듯 숨넘어가는 보도를 해도 경제 주체들인 민간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위기돌파에 적응적인 전력을 다하게 되니 시간이 지나며 다시 안정을 찾더라 이겁니다.
오히려 우리의 경우 이 시기에 구태적인 여러 비효율성을 누구 말대로 척결하는 기회로 삼아 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계기로 잘 삼으니 사회 전체가 발전하는 양상을 자주 보였지요. 마치 헤겔적 정->반->합의 상승 발전 공식처럼 말임다. 이번에도 깨인 우리 국민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잠시 빠진 이 위기를 더 발전된 세상을 만드는 추동력으로 쓸 수 있을거라 기대하네요. 어디 한번 기다려 보십시다.
수인공
24.12.13 06:06
암튼 세상사는 "작용과 반작용"으로 굴러가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음!
김재민
작성자24.12.14 15:18 새글
수인공 견해처럼 아놀드 토인비 아재도 역사의 흐름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 했지요. 우리 국민성에 딱 들어맞는 역사관이라 하겠심다. 이번 MZ 세대들이 주류가 된 시위 열기를 보면 참 요런 빼박 유전자는 못 속이는가 싶데요.
이길영
24.12.13 14:12
작금의 우리 사정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본은 우리의 경제 상황과 사회상을 과장 보도 및 헐뜯고 있습니다.
자영업의 붕괴와 신용카드 사용자의 120여만 명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있고,많은 방한 인사들이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윤과 이재명은 정치계에서 믈러나고 총선거를 치루어야 합니다.
아니면 악화된 경제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댓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지금의 경제의 한파는 본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다음 분기에 파국을 보일 것입니다.
김재민
작성자24.12.14 15:57 새글
최근 수년 간 글로벌 시장에서 K-문화에 한참 밀려 분노의 열등감과 질투심에 꽉찬 일본 극우들에게 요런 맛있는 씹을거리가 어디 있겠나요.. 하지만 저그 생각보다는 훨씬 빨리 혼란기가 수습되어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된 역동적인 한국사회를 보고 배아파할 그림이 제 눈에는 벌써 선함미다.
윤은 애초에 국가리더로서의 깜냥이 거의 안되던 인물인데 보수적 유권자들이 '홧김에 서방질 한다'던 심정으로 '최소기본은 하겠지' 하고 밀어주는 바람에 강화도령 철종처럼 행운의 집권을 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1년도 안가 무능함의 뽀록이 드러난 채 그 다음 1년 반은 지지율 20%도 안되면서 꾸역꾸역 권력 맛을 놓지 않으려 계엄이라는 자폭수를 두었네요. 어쩌면 대다수 고구마 먹은 듯한 우리 국민에게는 생각치도 않은 행운이라고 하겠심다.
이재명도 도덕적으로는 뭔가 컴컴한 구석이 많아 골수 보수적 유권자들로부터 적지않게 비토를 받는 인물이지만, 정치적 빽이나 후광 하나없이 단기필마로 야당대표 자리까지 온 나름의 위기 돌파력을 보면 이제는 이런 난국에 조조처럼 한번 그 쓰임새를 증명할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게 저같은 유보적 유권자들의 생각이라 여김다. 어디 또 두고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