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덕수 ‘내란’ ‘부작위’, 윤석열·김용현·이상민 재판서도 중형 근거 될 듯
- 수정 2026-01-23 06:48
- 등록 2026-01-23 05:00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처음 인정하며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판결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다른 내란 사건에 강력한 선례와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국정운영자로서 계엄을 막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한 전 총리의 주요 유죄 근거로 들었다는 점에서,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인 국무위원과 군경 지휘부의 ‘부작위’(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 죄책을 무겁게 볼 공산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21일 한 전 총리의 내란 가담을 인정하면서 “계엄은 국헌 문란의 목적과 실질적 폭동 요건을 갖춘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쿠데타”라고 규정했다. 한 전 총리를 시작으로 다음달부터 줄줄이 선고를 앞둔 다른 내란 재판부에 ‘내란죄가 성립하는가’에 대한 법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준 셈이다.
특히 모두의 예상을 크게 웃돈 징역 23년형을 두고는 다른 내란 피고인들 선고 형량의 기준점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부는 중형 불가피 사유로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가담한 사람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란 계획·실행 ‘우두머리’인 윤 전 대통령에게는 유죄 판단 시 법정 최고형 선고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다. 이진관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같은 법원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심리 내내 주장해온 ‘경고성 계엄’이란 주장을 ‘친위 쿠데타’라고 정면으로 배척하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공모·실행해 무기징역이 구형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유죄가 인정되면 한 전 총리보다 높은 선고 형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 사건 하급심에서 재판부가 여럿 나뉠 때 재판부에 따라 전체적인 판단 흐름이 크게 튀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지귀연 재판부도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 근거와 양형 이유 등을 참고할 거란 관측이 많다.
이진관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꺼내 든 ‘부작위 법리’도 다른 내란 사건에 적용될 개연성이 크다. 재판부는 “범죄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며 “피고인은 국무회의 부의장 및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법적 작위의무 등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윤석열 등의 내란 행위에서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오는 2월12일 1심 선고를 앞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 전 총리 1심 선고가 ‘미리 보는 유죄 판결문’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전 장관은 심지어 부작위를 넘어서 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는데,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 전 장관과 논의한 사실이 이진관 재판부에서 유죄 이유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CCTV(폐회로텔레비전)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당일 밤 9시16∼26분께 대접견실에서 왼손 손날을 네 차례 내려치고, 윤 전 대통령 역시 오른 손날을 세워 내려치는 동작을 취하자 이 전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나온다. 재판부는 “이런 동작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다른 사정들에 비춰 ‘단전·단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듣고도 말리지 않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 역시 계엄을 막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한 전 총리 유죄 근거로 인용됐다는 점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계엄 선포 뒤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내란에 순차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이진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재판부는 한 전 총리 판결문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이 전 장관에게 ‘참석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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