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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때문에 한국 옷 인기, 동남아에 어떤 영향 미치냐면요..."

백조히프 2025. 5. 20. 13:56

 

오마이뉴스

 

"케이팝 때문에 한국 옷 인기, 동남아에 어떤 영향 미치냐면요..."

 

[이영광의 '온에어' 354 ] KBS 1TV < 추적60분 > 유예은 PD

25.05.19 15:56 | 최종 업데이트 25.05.19 16:01 | 이영광(kwang3830)

 
우리는 패스트 패션 시대를 산다. 패스트 패션이란 유행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가 바로바로 반영되어 빨리 바뀌는 패션이다. 즉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이 지나면 안 입고 쓰레기로 되는 것이다. 이런 옷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지난 9일 KBS 1TV < 추적60분 >은 '만들고 버린다-패션업계가 감춰온 옷값의 비밀'을 다뤘다. PD가 직접 캄보디아 프놈펜에 가서 한국의 중고 의료 어떻게 소비되는지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유예은 PD를 만났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의류 생산, 어떻게 바꿔야 할까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 패스트 패션의 이면과 의류 폐기물의 실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저는 처음부터 환경을 전문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PD를 생각하고 있어서 환경 아이템을 많이 봤었어요. 의류 쓰레기 문제는 되게 많은 매체에서 다뤄서 의류 폐기물이 지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충분히 많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게 누구 잘못이냐'를 저는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다른 방송 보면 소비자에 죄책감을 주게 하는 면이 많잖아요. 근데 이 거대한 의류 생산의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소비자가 '그만 덜 입을게'라고 해서 바뀔 거 같지 않더라고요. 그보다 생산자와 생산 시스템에 필요한 규제를 해서 악순환의 고리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예요. 그렇다면 순환 고리가 어떤 모습의 시스템인지 이걸 책임지고 바꿀 수 있는 힘이 누구에 있는지 규명하려 했어요."

- 이 아이템으로 결정한 후에 무엇을 먼저 했나요?

"제가 원래 아이템 찾을 때 교보문고에 가서 한 번 매대를 둘러봐요. 거기서 찾은 <재앙의 지리학>이라는 책이 매력적이었어요.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 수출하는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에요. 저자가 방송에 나온 로리 파슨스예요. 이 사람이 캄보디아에서 십몇 년 동안의 의류 산업을 연구한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그 의류 산업 안에 모든 글로벌 착취 시스템이 응축돼 담겨져 있어요. 저자는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들이 좋은 건 다 취하고 나쁘건 다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들에 전가시킨다는 지적해요. 의류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환경 오염인데 그걸 남반구에서 생산하죠. 이 지역의 환경은 오염 되는데 북반부 나라는 상대적으로 이 피해는 입지 않잖아요.

예쁘게 만들어진 옷을 북반구로 보내도 그걸 또 곱게 오래 입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는 패스트 패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 쓰레기를 남반구로 수출한다는 거예요. 이들은 결국 묻거나 태우고 말죠. 그런데 바다가 연결돼 있잖아요. 거기서 버려진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이 결국 다 우리나라로 오고 우리나라가 먹는 생선의 뱃속에 있죠. 이게 말도 안 되는 악순환이 거죠."

- 방송을 경기도 광주의 중고 의류 수출 업체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나요.

"의류 쓰레기가 주제다 보니까 첫 컷이 '어머 의류가 이렇게 많이 버려지네'라고 압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방송 기획할 때부터 첫 장면에 소비자를 등장시키지 않는 게 목표였어요. 의류 쓰레기 얘기할 때 항상 먼저 소비자가 많이 사서 마음대로 버린다는 얘기를 먼저 하잖아요. 그러면 소비자가 잘못하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의류 쓰레기 문제를 얘기할 때 지적나온 것과 달리 이 산업 구조를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관련한 산업의 일부분을 먼저 보여준 거죠."

- 거기 가보니 어땠나요? 방송에 보니까 안 입고 버린 옷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많았어요. 사실 저도 보면서 의심 했어요. 그 많은 그 폐의류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서 보여주나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냥 맨 위에 있는 거 집었는데, 되게 좋았어요. 그게 충격적이었어요."

- 왜 안 입고 버리는 걸까요?

"저도 이해가 안 가요. 그래서 제가 업체 이사님한테 물어봤더니 '우리나라 그만큼 부자예요'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는데 사 놓고 입어야지라고 생각 하지만 결국 안 입는 옷인거죠. 저도 그럴 거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옷이 있고 결국 버리는 거 같아요. "

-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의류가 인기 있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한국 의류가 인기인 건 K-pop 영향 때문이더라고요. 아시아에서 유행은 한국이 제일 선도해서 메이드인 코리아가 적힌 게 가장 비싸더라고요."

- 미국이나 유럽의 의류가 더 인기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나라별로 특징이 좀 있잖아요. 아시아 스타일의 세련미는 한국에서 오는 거죠.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또 그들이 생각하는 세련미라는 게 있잖아요. 그리고 중국 같은 경우에는 원색이 많은 편이고 일본은 되게 오래 입는대요. 되게 오래 입어서 한국처럼 새옷이 없대요. 그러다 보니 한국 게 제일 인기가 많죠, 중고 의류 산업에서 100kg가 10만 원 정도예요. 단가가 엄청 싸죠. 다만, 운송비가 커서 유럽의 중고 옷을 아시아에서 팔기 보다 가까운 아프리카라나 근방에서 파는 거죠."

- 캄보디아 프놈펜 가셨잖아요. 캄보디아에서도 한국 의류가 많이 팔리나 봐요.

"그렇죠. 중고 의류가 많이 팔리죠. 아예 중고 의류 시장도 따로 있고 한국 구제 의류만 파는 거리도 따로 있어요. 캄보디아가 의류 수입하는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1위거든요. 예전엔 정말 압도적인 1위였는데 지금은 중국이 많이 치고 올라와서 비등비등해요."

- 수출하는 중고 의류 중에는 입지 못하는 옷도 있는 것 같은데, 쓰레기 처리용 수출인가요?

"사실 아프리카 취재 가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근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달라요. 제가 수출 업체에 취재를 갔을 때 그 수출 업체에서 우리 패션이 5년 안에 망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요. 전 세계적으로 중국 의류가 물량이 많아지는데 아무리 한류가 있어도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업체입장에서도 더 좋은 중고 옷을 골라서 보내려 하지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옷·신발·단추 같이 태우면..."

유예은 PD ⓒ 이영광

- 옷을 태울 때 나는 연기에 환경 오염 성분이 있나요.

"이 문제는 진짜 심각한데 업계 전문가 말로는 평균적으로 새 옷감에서 잘라내고 남은 자투리가 전체 옷감이 20%라고 해요. 그 20%는 새 옷감인데도 태워지는 쓰레기가 되는 거죠. 동남아의 생산 기지에서 발생하는 의류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하죠. 제가 간 매립지는 만든지 2년밖에 안 되는 매립지였고, 원래 매립지는 훨씬 큰데 2년 전에 폐쇄했대요.
 
옷은 사실 대부분 혼방 소재잖아요. 통계적으로 70% 안 되는 정도의 비율이 플라스틱이라고 해요. 의류 외에도 신발도 있고 가죽도 있고 단추 같은 부자재도 있는데, 별도 분류 없이 같이 태우면 발암 물질이나 온갖 유해 물질이 나오는 거죠."

-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한 것 같아요.

"하청의 재하청을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하잖아요. 여기도 똑같아요. 하청에서 하고 브랜드에 보내는 게 싼 거죠. 그러다 보니까 노동자 처우가 좀 더 안 좋아지는 면이 있어요. 방송에 나온 캄보디아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가 아이를 셋 키우잖아요. 우리에게는 적어 보이는데, 나름 해외기업에 취업한 거라 그 나라에서는 그 월급이 중산층이라고 해요.
 
2025년 기준 최저임금이 208불인데 그 사람은 300불을 받는 사람이니까 나쁘지 않은 조건이죠. 그런데도 생계 유지가 쉽지 않아 보였어요. 살아남는 데 모든 돈을 쓰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 임금 표를 계산해서 보여준 거예요. 캄보디아의 많은 사람들이 생활 임금을 못 받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으면서 일해요."


- 캄보디아 공장과 우리나라 공장의 처우가 다른가요?

"캄보디아에 있는 공장의 90% 이상은 공장주가 외국인이예요.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는 중국 공장보다는 처우가 좋아요. 고용보험도 되고 처우가 법적으로는 없어요. 그런데 해당 공장에서 2차 하청을 주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은 최저임금도 안 지키고 공장의 환경도 좋지 않죠."

- 프랑스 사례가 나오던데 프랑스 의류 폐기물 정책에서 배울 점은 뭘까요?

"프랑스는 글로벌 의류 패션 산업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 하잖아요. 동시에 의류 산업의 착취 구조를 만들고 이용한 나라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먼저 반성을 한 것 뿐이죠. 우리나라에서 준비하는 재고 폐기 금지법, 의류 EPR(ethylene-propylene rubber 생산자책임재활용) 같은 거에 뼈대가 되는 법을 프랑스에서 냈어요. 그래서 프랑스의 상황도 취재했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재앙의 지리학> 저자와 사실 협업해서 만든 다큐잖아요. 제가 이런 내용으로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저자에게 무작정 메일 보냈어요. 제가 일일이 추적해서 데이터와 자료 모을 역량은 안 되고 그건 사실 캄보디아에서 10년 이상 연구한 사람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데이터니까요. 제가 이 데이터를 빌려야 했죠. 그런데 너무 흔쾌히 꼭 취재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2차 재하청 해준 것도 다 찾아주고 한국 기업에서 나온 쓰레기 태우는 벽돌공장도 미리 찾아줘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또 같이 인터뷰하는데 저자가 먼저 자기 고백을 하더라고요. '나는 영국 사람이고 영국은 산업혁명 때 의류 산업의 착취 구조를 제일 먼저 만든 나라다. 인도의 목화 산업이라는 게 인도를 착취해서 영국에서 싼값으로 면을 공급하는 그 시스템을 우리가 200년 전에 먼저 만들었다. 그걸 모든 선진국이 다 따라 하면서 지금 글로벌 의류 산업의 착취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한국은 80년대 착취당하던 입장에서 지금 착취하는 입장으로 바뀐 거다'라고요.

그러니까 이 착취 구조를 먼저 만든 영국 사람과 나름 후발주자인 한국 사람이 앉아서 캄보디아를 착취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어서 남을 착취하고 있는 입장이 벌써 됐다는 감정과 캄보디아 스스로는 이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착취하는 영국에서 온 연구자가 이걸 도와줘야 되고 또 다르게 착취하는 한국의 PD가 이걸 한국에 고발해야 이 실태가 알려진 다는 게요. 그런 모순된 상황과 마음이 든 취재였습니다."

< 추적 60분 > 중 한 장면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