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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톨트 브레히트 희곡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상세 분석

백조히프 2025. 8. 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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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톨트 브레히트 희곡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상세 분석

 

 

2025. 8. 4.

 

1. 작가 프로필

 

배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20세기 독일의 가장 중요한 극작가이자 연출가, 시인이다. 바이에른 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레히트는 뮌헨대학에서 의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 위생병으로 복무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반전 의식과 사회비판적 시각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920년대부터 본격적인 극작 활동을 시작한 브레히트는 기존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 전통을 거부하고 '서사극(Epic Theater)' 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대신,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사회 현실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소외효과(Verfremdungseffekt)'를 추구했다.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깊이 영향받은 브레히트는 연극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사회 변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치 정권 하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던 브레히트는 덴마크, 핀란드,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갈릴레이의 생애』,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의 걸작들을 창작했다. 전후 동독으로 돌아온 그는 베를리너 앙상블을 창단하여 자신의 연극 이론을 실천에 옮겼다.

 

2. 전체 상세 줄거리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1939년 브레히트가 스웨덴 망명 중에 완성한 12장의 서사극으로, 17세기 30년 전쟁(1618-1648)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전쟁을 따라다니며 생계를 꾸려가는 상인 안나 피어링과 그녀의 세 자식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모순을 그려낸다.

 

제1장-제3장: 전쟁의 시작과 희망

 

1624년 달라르나, 스웨덴군 모병관이 징병을 위해 마을에 나타난다. 안나 피어링(일명 억척어멈)은 마차를 끌고 나타나 군인들에게 물건을 판다. 그녀는 세 자식을 데리고 다니는데, 장남 아일리프는 용감하고 호전적이며, 차남 스위스치즈는 순수하고 정직하고, 딸 카트린은 벙어리다.

 

 

 

억척어멈은 점을 쳐주며 자식들의 운명을 예언한다. 아일리프는 전쟁에서 용맹을 떨치다 죽을 것이고, 스위스치즈는 너무 정직해서 죽을 것이며, 카트린은 너무 착해서 죽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전쟁으로 돈을 벌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아일리프는 결국 모병관에게 현혹되어 군에 입대한다. 2년 후 폴란드에서 억척어멈은 아일리프가 스웨덴군의 영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적의 소를 훔쳐와 부대를 구했다는 이유로 칭찬받지만, 억척어멈은 이것이 전시에는 영웅적 행위지만 평시에는 도둑질일 뿐이라며 전쟁의 도덕적 상대성을 지적한다.

 

제4장-제6장: 손실의 시작

 

3년 후, 억척어멈은 여전히 마차를 끌고 다니며 장사를 한다. 스위스치즈는 부대의 금고지기가 되었고, 카트린은 이반이라는 요리사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카톨릭군이 기습 공격을 가해오자 상황은 급변한다.

 

스위스치즈는 부대의 금고를 숨기려다 붙잡힌다. 억척어멈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마차와 물건들을 팔아 몸값을 마련하려 하지만, 가격을 흥정하다가 시간을 놓치고 만다. 결국 스위스치즈는 총살당하고, 억척어멈은 자식의 시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모른 척해야 한다.

 

이반 요리사는 억척어멈에게 결혼을 제안하지만, 그녀는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전쟁과 장사,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그녀는 결국 장사를 선택한다.

 

제7장-제9장: 번영과 파멸의 악순환

 

몇 년이 흘러 억척어멈의 장사는 번창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수입도 늘어난다. 카트린은 프로테스탄트 군인들에게 강간당해 얼굴에 상처를 입고 더욱 말이 없어진다. 억척어멈은 딸을 위해 붉은 구두를 사주며 위로하려 하지만, 카트린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전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억척어멈은 불안해한다. 평화가 오면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급히 물건들을 떨이로 처분하려 하지만, 곧 전쟁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안도한다. 이러한 모순적 태도는 전쟁 경제에 의존하게 된 그녀의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제10장-제12장: 최후의 파멸

 

전쟁은 계속되고 억척어멈은 점점 초라해진다. 아일리프는 평화시에 같은 일을 했다가 도둑으로 몰려 처형당한다. 억척어멈은 아들의 죽음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톨릭군이 개신교도 마을인 할레를 기습 공격하려 한다. 카트린은 이를 알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억척어멈은 장사에 방해가 될까 봐 딸을 말린다. 결국 카트린은 혼자 지붕에 올라가 북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린다. 군인들이 그녀를 쏘아 죽이지만, 마을은 구원받는다.

 

모든 자식을 잃은 억척어멈은 홀로 남는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마차를 끌고 전쟁을 따라가며 장사를 계속한다. 작품은 그녀가 "봄이 올 거야!"라고 외치며 마차를 끄는 모습으로 끝난다.

 

3. 등장인물 캐릭터

 

안나 피어링 (억척어멈)

 

작품의 주인공인 억척어멈은 전쟁을 따라다니며 장사하는 상인이다. 그녀는 현실적이고 생존력이 강하며,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전쟁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모순적 인물이다. 브레히트는 그녀를 통해 전쟁 경제에 종속된 소시민의 비극적 현실을 그려낸다.

 

 

 

아일리프

 

억척어멈의 장남으로 용감하고 호전적인 성격이다. 전쟁에서는 영웅이 되지만 평화시에는 범죄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겪는다. 그의 죽음은 전쟁이 만들어내는 도덕적 상대성과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위스치즈

 

차남으로 정직하고 순수한 성격이다. 부대의 금고지기가 되어 성실하게 일하지만, 바로 그 정직함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그의 죽음은 전쟁이 선량한 사람들을 어떻게 희생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카트린

 

억척어멈의 딸로 벙어리다. 전쟁의 폭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상처받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마을 사람들을 구한다. 그녀는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영웅적 행위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반 요리사

 

억척어멈에게 구혼하는 선량한 남자다. 그는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억척어멈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자 떠나간다. 그를 통해 전쟁이 평범한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군목

 

종교인이지만 전쟁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려 한다. 브레히트는 이 인물을 통해 종교가 전쟁에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비판한다.

 

4. 하이라이트 장면 소개

 

점치는 장면 (제1장)

 

작품 초반 억척어멈이 자식들의 운명을 점쳐주는 장면은 전체 작품의 구조를 예시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녀는 아일리프는 용맹함 때문에, 스위스치즈는 정직함 때문에, 카트린은 착함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 예언은 하나씩 실현되면서 전쟁이 인간의 미덕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브레히트는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의 비극적 결말을 미리 알려주며, 서사극의 특징인 감정적 몰입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유도한다.

 

스위스치즈의 죽음 (제4장)

 

스위스치즈가 부대의 금고를 지키려다 붙잡혀 처형당하는 장면은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 중 하나다. 억척어멈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팔려 하지만, 가격을 흥정하다가 결정적 순간을 놓치고 만다.

 

그녀가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장면에서 브레히트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억척어멈의 노래들

 

작품 곳곳에 삽입된 억척어멈의 노래들은 그녀의 내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다. 특히 "억척어멈의 노래"에서 그녀는 전쟁의 참상을 노래하면서도 전쟁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솔로몬의 노래"에서는 인간의 미덕들이 어떻게 파멸을 가져오는지를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이러한 노래들은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중요한 소외 효과를 만들어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적 몰입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유도한다.

 

평화의 위협 (제8장)

 

전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억척어멈이 보이는 반응은 작품의 핵심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평화를 원해야 할 그녀가 오히려 평화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전쟁 경제의 희생자가 된 그녀의 비극적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녀가 급히 물건들을 처분하려다가 전쟁 재개 소식에 안도하는 장면은 전쟁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트린의 희생 (제11장)

 

작품의 클라이막스인 카트린의 희생 장면은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순간이다. 벙어리인 카트린이 지붕에 올라가 북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모습은 말없는 연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녀가 총에 맞아 죽으면서도 끝까지 북을 치는 장면은 진정한 영웅주의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이 장면에서 브레히트는 전쟁의 가장 무고한 희생자가 오히려 가장 숭고한 행위를 한다는 역설을 통해 전쟁의 부조리함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장면의 순환 구조

 

모든 자식을 잃고 홀로 남은 억척어멈이 여전히 마차를 끌고 전쟁을 따라가는 마지막 장면은 작품의 순환적 구조를 완성한다. 그녀가 "봄이 올 거야!"라고 외치며 무거운 마차를 끄는 모습은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담긴 양가적 이미지다.

 

이 장면에서 브레히트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전쟁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악순환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순환 고리를 끊을 방법을 생각하게 만든다.

 

5. 시대적 배경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1939년 브레히트가 스웨덴 망명 중에 완성한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작품의 직접적인 배경은 17세기 30년 전쟁(1618-1648)이지만, 실제로는 20세기 전반의 연속된 전쟁들에 대한 브레히트의 통찰이 투영되어 있다.

 

브레히트는 제1차 세계대전을 직접 경험했고,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과 나치의 집권, 그리고 다가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징조들을 목격했다.

 

30년 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선택한 것은 전쟁의 참상이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현상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30년 전쟁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고 할 정도로 참혹했던 전쟁으로, 종교 갈등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합되어 장기화된 대표적 사례다.

 

1930년대 유럽의 정치적 상황도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파시즘의 대두와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브레히트는 전쟁의 본질적 원인을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찾았다. 억척어멈이 전쟁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모습은 군산복합체의 선구적 형태를 보여주며, 전쟁이 일부 계층에게는 이익이 되는 구조적 모순을 폭로한다.

 

브레히트의 망명 경험도 작품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나치를 피해 유럽 각지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그의 경험은 억척어멈이 마차를 끌고 전장을 떠도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고향을 떠나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난민의 처지는 작품 전반에 깔린 유랑과 상실의 정서로 나타난다.

 

6. 작가의 자전적 흔적

 

브레히트의 개인적 경험과 사상은 작품 곳곳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위생병으로 복무하며 목격한 죽음과 고통의 경험은 작품 전반의 반전 의식으로 형상화되었다. 특히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참상에 대한 브레히트의 직접적 체험이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비극으로 재현되었다.

 

브레히트의 어머니 소피 브레히트와의 관계도 억척어멈 캐릭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강인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켜내려 노력했으며, 이러한 모습은 억척어멈의 생존력과 모성애로 투영되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단순한 모성 찬양을 넘어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모성조차 왜곡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망명 작가로서의 경험도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933년부터 나치를 피해 덴마크, 핀란드, 소련, 미국 등을 전전해야 했던 브레히트의 유랑 경험은 억척어멈의 끝없는 여정으로 형상화되었다.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존재의 고독과 불안정함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브레히트의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도 작품의 근본적 관점을 형성한다. 전쟁을 계급 갈등과 경제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보는 시각, 소시민이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휘말려 희생당하는 구조에 대한 분석 등은 모두 브레히트의 사상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억척어멈이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전쟁 경제의 일부가 되는 모순적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브레히트의 통찰을 보여준다.

 

연출가로서의 경험도 작품에 반영되었다. 브레히트가 추구한 서사극 이론의 핵심 요소들, 즉 소외 효과, 서술자의 개입, 노래의 삽입 등이 이 작품에서 완성도 높게 구현되었다. 특히 억척어멈이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브레히트의 연극 이론이 실천된 결과다.

 

7. 문학사적 의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20세기 연극사에서 서사극의 완성작으로 평가받는다. 브레히트가 이론적으로 정립한 서사극의 모든 요소들이 이 작품에서 조화롭게 구현되었다.

 

감정적 몰입을 거부하고 비판적 거리 두기를 추구하는 소외 효과, 서술적 요소의 적극적 활용, 노래와 대사의 변증법적 결합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새로운 연극 형식을 완성했다.

 

반전 문학의 걸작으로서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 작품은 전쟁을 영웅적으로 미화하거나 감상적으로 그리는 대신, 전쟁의 경제적 본질과 구조적 모순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전쟁이 일부에게는 이익이 되고 대다수에게는 파멸을 가져다주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폭로함으로써, 기존의 반전 문학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여성 인물의 형상화 면에서도 문학사적 의미가 크다. 억척어멈과 카트린은 기존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동적이고 감상적인 여성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억척어멈은 현실적이고 강인한 생존자이며, 카트린은 말없는 저항자다.

 

이들을 통해 브레히트는 전쟁이 여성에게 미치는 특별한 영향을 부각시키면서도, 여성을 단순한 희생자로만 그리지 않고 역사의 능동적 주체로 형상화했다.

 

서사 구조의 혁신적 실험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드라마의 긴장과 절정, 해결의 구조를 거부하고 순환적이고 열린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역사의 악순환과 변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억척어멈이 다시 마차를 끄는 모습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변증법적 결말로, 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나 선전 대신 복잡하고 모순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관객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는 후대의 정치적 연극과 참여 문학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8. 평단의 평가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초연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20세기 연극의 고전이다. 1941년 취리히에서의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후 전 세계에서 수없이 공연되면서 브레히트 연극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독일 연극계에서는 이 작품을 독일 문학사상 가장 중요한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한다. 특히 브레히트가 베를리너 앙상블에서 직접 연출한 1949년 베를린 공연은 서사극 이론의 완벽한 구현으로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연극학자 한스 마이어는 이 작품을 "20세기 독일 문학의 최고 성취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도 높은 인정을 받았다. 영국의 연극 비평가 케네스 타이넌은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연극"이라고 극찬했으며, 미국의 문학 비평가 에드먼드 윌슨은 "현대 문학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1955년 파리에서의 공연은 프랑스 연극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프랑스 아방가르드 연극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학술적으로는 서사극 연구의 핵심 텍스트로 자리잡았다. 발터 벤야민은 이 작품을 "부르주아적 연극의 해체와 새로운 연극 형식의 창조"라고 분석했으며,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예술의 정치성과 미학성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된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롤랑 바르트는 이 작품에서 "기호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이데올로기 비판의 모범"을 발견했다고 했다.

 

페미니즘 비평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억척어멈이라는 캐릭터는 전통적인 모성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복합적 여성상으로 평가받는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억척어멈을 "가부장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여성의 원형"으로 분석했으며, 헬렌 식수는 "남성 중심적 역사 서술에 균열을 내는 여성 주체"로 해석했다.

 

포스트모던 연극 이론가들도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 한스-티에스 레만은 이 작품이 "포스트드라마틱 연극의 선구적 형태"를 보여준다고 분석했으며, 패트리스 파비스는 "메타시어터적 장치들을 통한 연극성의 성찰"이라는 관점에서 현대적 의의를 찾았다.

 

반면 일부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브레히트의 교훈적 성격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지적하며, 관객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남성 작가의 시각에서 그려진 여성 인물들의 한계를 지적하는 페미니즘적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20세기 연극사의 이정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으며, 각 시대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난민 문제, 젠더 갈등, 신자유주의 비판 등 현대적 이슈들과 연결하여 재해석되면서, 작품의 현재적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체호프와 함께 세계 연극사상 가장 자주 공연되는 고전 중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연극학과 문학 연구에서 필수적인 텍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과 반전 의식, 그리고 사회 비판적 시각이 완벽하게 결합된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구되고 공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자료>

 

· 베어톨트 브레히트(이연희 옮김),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종합출판범우,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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