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번에는 제가 대학수업에서 듣는 교양과목인 <동서고전읽기 1>에서 다룬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자>를 읽고 난 독후감을 중간고사 대체과제로서 작성해 제출하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아래의 리포트를 작성했네요.
가리늦게 회춘하는 것 같심다.
=====================
동서고전 읽기 1-중간고사 대체 독후감(주홍글자)
작성자: 김재민(법학과 2년, 10201917)
과목: 동서고전 읽기 1
담당교수: 권현정
제출일: 2021. 4. 28
아래 지시사항을 읽고 소설-주홍글자에 대한 각자의 독후감을 2,800자(400자 원고지 7매 분량)를 가득 채워 작성해 보시오.
- 헤스터의 삶에서 ‘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 수강생 각자는 ‘죄’를 무엇이라 여기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정리해 볼 것
- 400자 원고지 1페이지 상단에 <소설-주홍글자 독후감>과 학과, 학번, 성명을 기술할 것
================
<소설-주홍글자를 읽고>
법학과-10201917-김재민
본 소설은 본인이 중학시절을 보내던 60년대 후반 다이제스트 내용으로 처음 접해본 뒤 50년이 넘은 지금 경제연구院과 직장 기획실을 거쳐, 대학교수 생활을 은퇴하고 우연한 계기로 역주행하며 시작한 법학도 생활 속에 원본인 장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 전에는 17C 중반 미국 동부 지역에 이민와 정착한 영국계 청교도들의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건하지만 위선적이기도 했던 당시 이민사회를 간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고발한 소설이었거니 하고 여겼다. 입시준비용으로 머리 속에 그 정도만 각인시킨 채 뚜껑을 닫았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기는 했지만 소설적 재미와 당대의 시대상,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우리네 삶의 여러 다층적 측면들을 잘도 보여주는 소설들이 얼마나 널려있는데 아무도 잘 읽지 않는다는 본 작품같은 소위 명작소설을 따로 챙겨 볼 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수업 코스로 선정된 본 작품을 원본으로 상당 부분 읽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상호간의 관계성,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한 자신의 세계관 등을 해설하고 분석한 문건들을 세세하게 섭렵하니 이 소설이 지닌 내재적 가치가 이제사 제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오랫동안 방치했다 꺼내본 물건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얻게 된 기쁨이 스르륵 밀려왔다.
본 소설은 당시 엄격한 종교규율을 강요하는 미국 동부 식민지 청교도 사회에서 알려지지 않은 남자와 간음을 행해 사생아까지 출산한 헤스터 프린의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어떻게 상간남을 만나게 되었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불륜적 행각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묘사된 부분없이 처음부터 그냥 간음행위의 결과만 보여준다.
여주인공인 헤스터는 간음죄를 범한 몹쓸 여인으로 단죄되어 가슴에 ‘간음’, 즉 ‘Adultery’의 약자인 ‘A’라는 주홍글자를 새긴 표식을 이마에 낙인된 ‘자자’나 성범죄자임을 인지시키는 요즘의 ‘전지발찌’처럼 달고 다니도록 강요된다.
이런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비인간적인 모욕적 형벌에도 헤스터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멘탈을 선보인다. 물론 당시 사회가 혐오했던 간음죄를 범한데 대해 대역 죄인으로써 속죄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취했지만, 내면의식은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과는 눈에 띄게 달랐다.
그녀는 무덤덤한 결혼생활을 방치한 본 남편이 곁에 없자 홀로 먼저 온 이주민 사회에서 종교적 열정과 신도들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여주는 젊은 딤스데일 목사에게 호감과 연정을 품게되어 그와 간음적 사랑을 자연스레 나누게 된게 당시 율법상의 형식적인 죄이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 죄악이라고는 결코 여기지 않았다.
따라서 헤스터는 요즘의 실존적 ‘자유연애주의자’처럼 자신은 자신이 끌리는 감성적 본능에 의해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했을 뿐, 신과 주위 이웃을 사악하게 배신하는 악업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죽는 날까지 믿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게 사회에 대한 속죄적 행동이기도 했겠지만, 내면에서는 보통사람이 가지는 ‘측은지심’에 의해 곤궁에 처한 이웃을 인간의 마음으로 도우는데 대한 희열과 뿌듯함이 더 컸다.
작가 나다니엘 호손 역시 본 작품을 통해 당시 율법과 형식주의에 빠진 고위 성직자들과 고위 관료 및 지역원로들의 어리석게 경직되고 위선적인 사고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헤스터의 본 남편 로저 칠링워드를 등장시켜 양심적이지만 용기가 부족한 아서 딤스데일 목사에게 사람의 약점을 잡아 끊임없이 정신적 고문을 가하며 개인적 복수를 맹목적으로 행하는 가장 비열한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본인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감방에 갈만한 절도나 사기, 횡령, 폭행 등의 사건에 연루된 적은 없지만,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고 남에게 심적 상처를 입힌 소소한 도덕적 사례와 대의를 위해 이 한 몸 바쳐보겠다는 정치적 결기를 내보이지 못한 소시민적 자기방어죄는 심심찮게 범했다. 비록 이것들이 실효적 형기를 살 만한 범죄사실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 마땅히 그리 행동해야 할 행동의 양심을 배신한 죄는 없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본 소설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의 인간(헤스터), 선하지만 단호한 결기가 부족한 인간(딤스데일), 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인간애가 사라진 인간(칠링워드),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사회적 관습과 율법을 무시한 채 눈 앞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받아들이는 펄(헤스터와 딤스데일의 딸)이라는 4가지 유형의 캐릭터를 살펴볼 수 있었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장편적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작가가 지지하는 삶의 유형과 세계관에 대해 추적할 수 있었던 독서여행이 나름 의미가 있고, 그런대로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원죄와 인간은 언제나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전제 속에 신을 무조건 믿어라고 강요하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었던 본인의 무신론적 사고관이, 19C에도 호손같은 작가에 의해 동조 내지는 지지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상당히 흥미로왔다. 이로 인해 좀 고리타분하고 현대적이지 못할거라 여겼던 이 소설과 작가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이 상당 부분 깨어진 것도 이 소설을 접해본 예상 밖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검색
'동서고전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바다: 바다와 초월적 인간의 감동 스토리 (0) | 2021.06.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