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살아온 역정 36

1989년 독일유학 시절: 이 해의 국내외 주요사건과 전체 소감

1989년 독일유학 시절: 이 해의 국내외 주요사건과 전체 소감 5. ‘89년의 국내외 주요 사건 ○ 천안문 사태 일당독재 속에 중국의 압축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며 ‘꽌시(關係)’에 의한 관료들의 부패도 같이 증대되어 빈부격차가 격화되자 대학생과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민주화와 개혁에의 열망이 80년대 후반부로 갈수록 거세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 1989년 4월15일 공산당내 개혁파였던 후야오방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그 추모제를 계기로 베이징 소재 대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 모여 본격적인 개혁운동을 시작하고 의식있는 시민들이 20만명까지 늘어나며 속속 가세하자 통치체제에 커다란 위협을 느낀 덩 샤오핑 주도의 중국공산당은 6월4일 인민해방군과 탱크부대를 동원해 500~2,000 명의 사망자를 내며 무자비하게 ..

1989년 독일유학 시잘: 4. 디플롬 졸업논문 준비와 학위 획득

4. 디플롬 졸업논문 준비와 학위 획득 헝가리 가족여행을 마친 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디플롬 학위 취득과 박사과정 진입을 결정지을 디플롬 졸업 논문을 좋은 평가 속에 써내야 하는 과제를 맞이했다. 사고신고와 함께 차를 렌트회사에 반납한 뒤 나와 와이프는 꼬박 하룻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수면을 취했다. 잠에서 깨어나자 첫 식사를 끝낸 뒤 내 방 서재에 앉아 디플롬 논문을 어떻게 작성해 낼 것인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경험상 목차구성은 대충 임시적으로 얼기설기 정해놓고 관련서적과 페이퍼들을 여러 측면에서 숙독한 뒤 적절한 꼭지들로 수정보완하며 채워나가는 작업방식을 따르는 게 보편적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리하려 했다. 작업은 ‘88년 가을에 친한 유학생 동료 이SH의 권고를 받아 구입한 아타리 컴퓨터의..

1989년 독일유학시절: 3-3. 헝가리 탐방후 귀행 대장정

1989년 독일유학시절: 3-3. 헝가리 탐방후 귀행 대장정 ○ 헝가리 국경도시에서 1박 후 부다페스트 입성 뷘을 벗어나 한 두어 시간을 달리니 헝가리 국경지역에 도달했다. 마침 그해 봄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동유럽국 국교개설 외교정책에 의해 헝가리가 1호국으로 한국과 수교가 되었다. 한국인 학생여권으로는 아마도 우리가 최선두 그룹으로 헝가리 땅을 밟게 될 터였다. 헝가리 국경선에 도달하니 국경검문소가 있었는데 거기서 타 서유럽이나 동유럽 국적의 방문자들처럼 비자신청을 해야 했다. 사실 서유럽국 간의 무비자 여행을 습관처럼 하던 터라 비자를 따로 발급받고 들어가는 것이 좀 특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독일 내 헝가리 영사관이 아닌 국경선 현장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헝가리가 입국객들 ..

1989년독일유학시절: 3-2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국경 넘어 뷘에서 하루 숙박

1989년독일유학시절: 3-2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국경 넘어 뷘에서 하루 숙박 ○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국경 넘어 뷘 들어가 하루 숙박 뮌헨을 떠나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향했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최단거리에 있는 국경으로 가는 국도길이 꽤 붐볐다. 국경 검문소에 다다르자 차들이 주욱 늘어서 있어 통과하는 데 1시간도 더 걸릴 것 같았다. 차 안은 덥고 갑갑해 운전대를 잡은 나와 남자 몇이서만 차내에 있고 나머지 식구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휴게소를 들리며 휴식을 취했다. 신성로마제국(962~1806) 시절 이래 유서깊은 유럽왕족 가문이었던 합스부르크가의 근거지로써 오스트리아는 19C까지 서유럽과 중유럽에서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와 함께 최강의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 군사 및 문화 강대국이었다. 유럽사를 배..

1989년 독일유학시절: 3-1. 남독 퓌센과 뮌헨 탐방

3. 헝가리 부다페스트 탐방여행 아무튼 논문 하나 써내는 것을 남겨놓고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는 중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 이때 마침 작년처럼 유학생 지인들 중 우리 클란의 주축 인사인 김YB로부터 세 가족 정도 모여 한 닷새 예정으로 남쪽여행이나 한번 다녀오자는 제안이 왔다. 최종 목적지는 이해 4월 동구권 국가 중 한국과 처음 수교한 헝가리였다. ‘개도국’ 한 과목을 빼고는 4 과목을 죽을 쒀 여행을 편히 다녀올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 억눌린 마음을 좀 심기일전하고, YB가 그동안 성님네와는 여행도 한번 같이 못갔다고 이번에 꼭 갔으면 하는 열망을 전하는데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라는 목적지가 아주 신선하게 여겨져 ‘그래 까짓 것, 이판사판 같이 한번 갑세’하고 가는 쪽으로 맘을 다잡았다. 한 가족 더 물..

89년의 독일유학 시절: 2. 디플롬 시험 후반부 준비와 응시

2. 디플롬 시험 후반부 준비와 응시 학업을 생각하면 언제나 불편한 맘이 가시지 않았던 가운데서도 자그마한 삶 속의 기쁨을 준 은돌이의 돌잔치와 그 여운도 사라지며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망쳤던 졸업 클라주어(Klasur)의 초반부를 만회할 후반부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비록 ‘88년 하반기에 치룬 클라주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들로 도배를 했지만, 이순신 장군의 ‘아직 12척 배가 남아있다’는 정신으로 ‘89년에는 남은 클라주어 시험과 디플롬 학위 논문을 잘 치고, 잘 작성 제출해 독일에서 예상보다 훨씬 늘어진 디플롬 과정을 ’늦었다고 여길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독일 속담을 주문처럼 외며 얼른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이제 남은 한 과목인 ‘개도국의 발전이론과 발전정책’에 매진..

1989년의 독일유학 시절: ① 둘째 아들 돌잔치 치루기

① 1. 둘째 아들 돌잔치 치루기 88올림픽도 끝나고, 전두환 부부의 백담사 행도 지켜보며 한국의 정치상황이 점점 민주화의 정상궤도로 근접하는 것처럼 나 역시 이제 독일생활의 중간매듭을 지어야 하는 시기가 닥쳐왔음을 크게 느꼈다. ‘89년에 접어들어 전 해부터 시작된 졸업시험 클라주어를 마저 마치고, 디플롬 논문까지 얼른 써낸 다음 독일 대학에서 ’독토아 파터‘(박사논문 지도교수)를 만나 올 한해 잘 보내지기를 ’88년 12월 31일 ‘질베스터’ 날 폭죽 불꽃이 터지는 알스터호를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며 제법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 번민 속에 맞은 돌준비 작전 사실 이 무렵은 박사과정에 들어가지 못한 채 예비단계 격인 디플롬 과정에 수년 째 매달려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적지 않은 자괴감을 느끼던 터..

부산에 온 길영공을 만나다

부산에 온 길영공을 만나다 2021. 1. 8 작성자: 김재민 어제(1/7) 집안 일 처리하러 11월 중순 부산에 잠깐 귀국한 이길영공이 부인과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부부 소유 아파트에 지난 12월 초부터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소생도 며칠 전 부산에 내려왔었기에 후딱 방문하고 왔네요. 부산 날씨도 어제는 역대급으로 추웠지만 백민호 총장으로부터 전해 받은 폰번호로 연락해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심정으로 달려가 반갑게 해후하고 저녁까지 잘 얻어먹고 돌아왔심다. 전화를 받은 길영공은 예의 호탕한 웃음으로 ‘Anytime, Welcome!’이라 반겨주며 아파트명과 위치, 찾아오는 길을 찬찬히 알려주데요. 오후 3시반 경 냉장고에 있는 사과와 천일봉 등 과일 몇 개와 굵은 밤 여나믄개, 마스크 2개를 보따..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을 보내며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을 보내며 2020. 12. 23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움츠러든 한해를 보내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남들처럼 수입원이 많이 봉쇄당해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빡빡해졌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새로운 도전적 삶을 경험할 기회도 더러 있었기에 마냥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제 열흘 정도면 또 바뀔 한 해를 보내며 올해 일어났던 일을 정리할 겸 반추해 본다. 1. 경성대 퇴임과 지식서비스업 준비 작년 12월 중순 마지막 2학기를 보내며 나의 사실상 경성대 생활은 끝이 났다. 딱 4년 근무했는데 65세 생일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많이 아쉬웠다. 마음은 아직 한번도 노년이라 생각한 적 없이 한창이라 여기는데도 자연 나이와 사회적 나이는 어느 ..

김재민 자서전 21- 졸업시험 중압 속의 80년대 후반

21. 졸업시험 중압 속의 80년대 후반 동기여러분, 코로나 난세에도 모두들 무탈하신지요? 제 자서전 88년편을 올해 들어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다시 재개하네요.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모르지만 동시대를 살아온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써보겠심다. 애독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 1. 디플롬 마무리 기간 중에도 여전했던 유희시절 ○ 87년 대선패배의 허무감 만연 87년 말의 허망한 문민교체의 실패 속에서도 해는 바뀌어 88년이 되었다. 전두환과 5공세력은 서슬 시퍼렀던 양김의 정권교체 회오리에서 용궁탈출한 토끼마냥 휴우 한숨을 내쉬며 노태우의 극적인 승리에 크게 안도하는 기색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었다. 해가 바뀌었어도 함부르크 유학생 사회는 그 엉터리 같은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