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상세 분석
2025. 7. 29
1. 작가 프로필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모더니즘 문학의 거장이다. 예수회 학교인 클롱고우즈 우드 칼리지와 벨베디어 칼리지에서 교육받았으며, 이후 더블린 대학교(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현대어학을 전공했다.

조이스는 평생 아일랜드를 떠나 유럽 각지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1904년 연인 노라 바나클과 함께 더블린을 떠난 후 트리에스테, 파리, 취리히 등지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1914), 자전적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 그리고 대표작 《율리시즈》(1922), 마지막 작품 《피네간의 경야》(1939) 등이 있다.
조이스는 전통적인 소설 기법을 혁신하여 의식의 흐름 기법, 내적 독백, 언어 실험 등을 통해 20세기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율리시즈》는 모더니즘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천재성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2. 전체 상세 스토리
《율리시즈》는 1904년 6월 16일 하루 동안 더블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18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소설은 새벽 8시경 마텔로 탑에서 시작된다. 의학도 벅 멀리건이 면도를 하며 스티븐 데덜러스를 놀린다. 스티븐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문제로 고뇌하고 있다. 그는 영국인 헤인즈와 함께 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불편한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티븐은 샌디마운트 해변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산책을 한다. 그는 철학적 사색에 잠기며 자신의 예술적 소명과 아일랜드의 역사, 언어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한다. 해변에서 그는 시상을 얻어 시의 한 구절을 종이에 적는다.
한편 레오폴드 블룸은 아침 8시경 더블린 북부 에클스 가의 자택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아내 몰리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우편함에서 편지를 확인한다. 그중에는 가명으로 주고받는 여성 마사 클리퍼드와의 은밀한 서신이 포함되어 있다. 블룸은 유대인으로서 더블린 사회에서 느끼는 미묘한 소외감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블룸은 파디 디그넘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장례 행렬을 따라가며 그는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동시에 아내 몰리가 연인 블레이즈 보일런과 오후에 만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내적 고통을 겪는다. 장례식장에서 그는 다른 더블린 시민들과 교류하며 당시 아일랜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후 시간 동안 블룸은 더블린 시내를 돌아다니며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그는 광고 에이전트로 일하며 신문사를 방문하고, 도서관에서는 스티븐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아직 직접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립 도서관에서 스티븐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을 펼치며 더블린의 문학인들과 토론을 벌인다.
오후 4시경, 몰리와 보일런이 블룸의 집에서 밀회를 나누는 동안, 블룸은 시내 곳곳을 배회한다. 그는 키언즈 펍에서 음악 공연을 들으며 감상에 젖지만, 동시에 아내의 불륜에 대한 상념으로 괴로워한다. 사이렌들의 노래처럼 유혹적인 음악은 블룸의 복잡한 감정을 더욱 자극한다.
저녁 시간, 블룸은 샌디마운트 해변에서 어린 소녀 거티 맥도웰을 지켜본다. 거티는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즈를 취하며, 블룸은 이를 관찰하며 성적 환상에 빠진다. 이 에피소드는 빅토리아 시대의 감상주의적 문체로 쓰여져 당시 대중소설의 패러디를 보여준다.
밤이 되자 블룸과 스티븐이 드디어 만난다. 홀스 병원에서 의학도들의 술자리에 참석한 스티븐은 만취 상태가 되고, 블룸은 그를 돌봐준다. 이들은 함께 나이트타운의 홍등가로 향한다.
벨라 코헨의 매춘업소에서 두 사람은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기괴한 경험을 한다. 이 부분은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쓰여져 인물들의 무의식적 욕망과 공포가 극적으로 드러난다.
스티븐이 영국 병사들과 시비가 붙어 곤경에 처하자, 블룸이 그를 구해준다. 두 사람은 함깨 캐브맨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눈다. 블룸은 스티븐에게 아버지 같은 보호본능을 느끼고, 스티븐은 블룸에게서 정신적 안식을 찾는다.
새벽 2시경, 블룸은 스티븐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부엌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누고, 각자의 인생에 대해 성찰한다. 스티븐이 떠난 후, 블룸은 침실로 돌아가 잠든 아내 몰리 곁에 눕는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몰리 블룸의 의식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잠에서 깨어난 몰리는 남편과 연인,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한다. 그녀의 독백은 구두점 없이 이어지며, 여성의 내면 심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몰리는 결국 블룸과의 첫 만남과 첫 키스를 회상하며 "예스"라는 긍정의 메시지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3. 주요 등장인물 캐릭터
레오폴드 블룸
소설의 중심인물로, 38세의 광고 에이전트이다. 헝가리계 유대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더블린 사회에서 이방인적 존재로 살아간다. 그는 인간적이고 동정심 많은 인물로, 일상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아내의 불륜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복잡한 심리를 보여주며, 현대적 영웅의 모습을 구현한다.
몰리 블룸
블룸의 아내로, 스페인 지브롤터 출신의 성악가이다. 그녀는 관능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여성으로, 연인 보일런과의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내적 독백은 여성 심리의 복잡성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여준다. 몰리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뛰어넘는 현대적 여성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스티븐 데덜러스
22세의 젊은 지식인으로, 조이스의 이전 작품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종교적 회의에 시달린다. 스티븐은 아일랜드의 문화적 질곡에서 벗어나려 하는 젊은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블룸과의 만남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경험한다.
벅 멀리건
스티븐의 친구인 의학도로, 냉소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지닌다. 그는 스티븐을 놀리고 조롱하지만 동시에 우정을 보여주는 복잡한 관계를 유지한다. 멀리건은 당시 더블린의 젊은 지식인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블레이즈 보일런
몰리의 연인으로,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인 남성이다. 그는 몰리의 콘서트 매니저 역할을 하며 그녀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 보일런은 블룸과 대비되는 남성적 매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4. 하이라이트 장면 소개
샌디마운트 해변에서 스티븐의 철학적 사색

소설의 대표적인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스티븐은 "부정할 수 없는 양식, 가청적인 것들의 부정할 수 없는 양식"이라며 현실 인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전개한다.
그는 해변의 모래를 밟으며 버클리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떠올리고,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모색한다. 이 장면에서 조이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한 젊은 지식인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키언즈 펍에서 음악 듣기
《율리시즈》의 음악적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블룸이 펍에서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 동안, 조이스는 푸가 형식을 모방한 문체로 여러 인물들의 의식을 교차시킨다.
"브론즈 베이 골드"라는 반복구를 통해 리듬감을 조성하며,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기법을 선보인다. 블룸의 감정적 고조와 몰리에 대한 그리움이 음악과 함께 절절하게 표현된다.
나이트타운에서의 환상
소설에서 가장 극적이고 실험적인 부분이다. 벨라 코헨의 매춘업소에서 블룸과 스티븐이 경험하는 환상적 사건들이 연극 대본 형식으로 펼쳐진다. 블룸은 자신이 더블린의 시장이 되는 환상을 보기도 하고, 여장을 하고 굴욕을 당하는 마조히즘적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스티븐은 어머니의 유령과 대면하며 과거의 트라우마와 맞선다. 이 장면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몰리의 내적 독백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압권의 장면이다. 구두점 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의식의 흐름은 여성의 욕망과 사랑, 질투와 관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몰리는 보일런과의 오후를 회상하면서도 블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
특히 블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하우스 산에서 내가 그에게 예스라고 말했을 때... 그리고 나는 그를 가슴에 끌어안고 예스라고 말했고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이 느껴졌고 예스 나는 예스라고 말했다 예스 나는 그렇게 하겠다 예스"라며 삶에 대한 궁극적 긍정으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도서관에서의 셰익스피어 논의
스티븐의 지적 능력과 예술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스티븐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아버지 햄릿의 유령이 실제로는 셰익스피어 자신이라는 독창적 이론을 펼친다. 그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아버지이자 아들이 되는 신비로운 변신을 설명하며, 예술 창조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5. 시대적 배경
《율리시즈》의 배경인 1904년의 더블린은 영국 지배 하의 아일랜드가 민족적 정체성을 찾아가던 격동의 시기였다. 아일랜드는 정치적으로는 영국의 일부였지만, 문화적으로는 독자적인 아일랜드성을 추구하던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다.
W.B. 예이츠를 중심으로 한 아일랜드 문학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으며, 게일어 부흥 운동도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더블린은 대영제국의 한 도시로서 영국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지만, 동시에 가톨릭 문화와 아일랜드 전통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산업화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농업 사회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사회적으로는 계급 갈등과 종교 갈등이 존재했다.
1904년은 조이스가 훗날 아내가 될 노라 바나클과 첫 데이트를 한 날이기도 하다. 조이스는 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날짜를 선택하여 현대인의 하루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그려내고자 했다. 소설 속에는 당시 더블린의 정치적 상황, 아일랜드 독리 운동, 종교적 갈등, 반유대주의 등이 사실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6. 작가의 자전적 흔적
《율리시즈》에는 조이스의 자전적 경험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조이스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투영한 인물로, 예수회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서의 종교적 회의, 예술가적 소명 의식,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등이 조이스 자신의 경험과 일치한다.
조이스의 어머니 메리 제인 조이스는 1903년 암으로 사망했는데, 조이스가 종교적 의식을 거부하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않았던 경험이 스티븐의 죄책감으로 형상화되었다. 마텔로 탑은 조이스가 실제로 1904년 의학도 올리버 세인트 존 고가티와 함께 거주했던 곳이며, 벅 멀리건은 고가티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블룸의 경우에도 조이스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조이스가 더블린에서 느꼈던 소외감과 이방인 의식이 유대인 블룸의 상황을 통해 형상화되었다. 조이스 자신도 아일랜드를 떠나 유럽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것처럼, 블룸 역시 더블린 사회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더블린의 지명과 거리, 상점들은 모두 실제 존재했던 곳들이며, 조이스는 더블린이 파괴되더라도 자신의 소설을 통해 재건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묘사했다고 자부했다. 이러한 세밀한 사실주의는 조이스의 더블린에 대한 깊은 애착과 향수를 보여준다.
7. 문학사적 의의
《율리시즈》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소설 기법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조이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완성시켜 인간의 내면 의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열었다. 전통적인 플롯 중심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일상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진실을 탐구했다.
소설의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문체와 기법을 사용한 것은 문학사상 전례 없는 실험이었다. 신문 기사체, 음악적 구조, 연극 대본 형식, 의식의 흐름 등 다양한 문체적 실험을 통해 언어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이러한 기법적 혁신은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중요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고전 서사시의 영웅적 모험을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으로 치환함으로써, 현대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신화적 방법(mythical method)의 선구적 사례로 T.S. 엘리엇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언어 실험 측면에서도 《율리시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조이스는 영어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탐구하여 새로운 언어적 표현을 창조했다. 특히 후기 작품인 《피네간의 경야》로 이어지는 언어 실험의 출발점이 되었다.
8. 평단의 평가
《율리시즈》는 출간 당시부터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T.S. 엘리엇은 이 작품을 "현대 문학의 가장 중요한 표현"이라고 극찬했으며, 에즈라 파운드 역시 조이스의 천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버지니아 울프는 초기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 혁신성을 인정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율리시즈》는 모더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1998년 모던 라이브러리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어 소설 100선'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수많은 문학사와 비평서에서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학술적으로도 《율리시즈》는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조이스 연구는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 분야를 형성했으며, 매년 수많은 논문과 저서가 발표되고 있다. 특히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비평 등 다양한 비평 이론의 적용 대상이 되어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난해함과 방대함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 자체가 현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오히려 작품의 현대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율리시즈》는 세계 문학사에서 확고부동한 고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과 연구자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매년 6월 16일 '블룸즈데이'로 기념되는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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