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약발 다한 트럼프, 폭주하는 다카이치! 한국은?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 수정 2026-02-04 18:43
- 등록 2026-02-04 15:54

새해 들어서 폭주하던 트럼프의 약발 약화는 동아시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폭주라는 풍선 효과로 나타나는 듯하다. 동아시아에서 갈팡질팡하는 트럼프의 미국, 공룡처럼 커지는 중국, 악으로만 버텨보려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 역시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새해 들어서 도널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미니애폴리스를 놓고 폭주하더니 곧 약발이 떨어졌다. 워낙 판을 어질러 놓은 트럼프의 약발 약화는 동아시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폭주라는 풍선 효과로 나타난다.
하나씩 살펴보자. 기세등등하던 트럼프의 이민단속은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 2명이 사살되면서 호된 역풍에 물러서고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분노도 크지만,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염증이 커졌다.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 그곳에서도 핵심이어서 ‘루비 레드’라는 주상원 제9선거구(SD-9)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7%를 얻어서, 43%를 얻은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곳에서 지난 대선 때 트럼프는 17%포인트나 승리했다. 댈러스-포트워스(DFW) 메트로플렉스 지역인 이곳은 텍사스의 대도시와 교외 지역이다. 경합주의 대도시 지역에서 민심은 더욱 민주당 쪽으로 쏠리는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납치 성공에 취해서 그린란드를 놓고 폭주하다가 유럽 쪽의 반격에 꼬리 내렸다. 그린란드에서 연합군사훈련을 벌인 유럽 8개국에 보복관세를 경고했다가, 유럽연합으로부터 930억유로 규모의 보복관세, 지난해 미국과 맺은 무역협정 승인 절차 보류, 미국 기업의 유럽 시장 접근 및 입찰을 제한하는 ‘통상위협 대응 조치’ 발동에 직면했다. 유럽 8개국은 미국의 위협은 ‘마피아식 수법’ ‘새로운 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에 고개만 숙이던 유럽이 달라졌다.
곧 유럽연합은 인도와 20년간 끌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타결지었다. 키이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28일 중국을 방문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며 관계 확대를 했다. 스타머 총리는 중국 방문 중 “영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겠다”고 언론에 거듭 말했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대중 압박에 앞으로는 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 확대에 합의하고서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와서는 미국을 겨냥해 강대국의 강압에 맞서는 중견 국가들의 독립과 단합을 촉구했다.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이 이제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관계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인도에 꼬리를 내렸다. 그가 지난해 인도와 관세무역 협상이 뜻대로 안 되자, 러시아 석유 수입을 명분으로 때린 보복관세를 철회하겠다고 2일 밝혔다. 인도가 러시아 석유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인도 쪽은 트럼프의 발표만 환영했지, 러시아 석유 수입 중단 등은 일언반구도 않는다.
인도 언론들은 러시아 석유 구매 중단이 아니라 미국 등으로의 석유 수입 다변화일 뿐인데 트럼프가 완전 중단으로 포장했다고 평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가을부터 인도가 러시아 석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해왔지만, 인도 정부 쪽은 이를 번번이 반박했다.
트럼프가 주춤거리자, 동아시아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자기 식의 살길을 찾아 나섰다. 그가 취임한 지 4개월 만인 8일에 의회 해산과 총선을 실시한다. 그의 지지율이 70% 안팎이어서 차제에 자민당의 소수 여당 지위를 바꿔보려는 시도이나, 일본의 보수 세력도 뜨악해한다.
다카이치의 총선 강행에는 ‘대만 유사 사태는 일본의 존립 위기’라는 발언으로 인한 곤궁이 깔려있다. 발언을 취소하라는 중국의 전방위 압박 앞에, 총선 승리로 버텨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중-일 갈등에서 일본 편을 확실히 들지 않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일본 보수를 대표하는 요미우리신문도 총선 승리를 위한 다카이치의 소비세 감세 등 우파 포퓰리즘을 우려한다.
우리로선 무엇보다도 총선 이후 우파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다카이치의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우려된다. 이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에 비해 4배 이상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정권이 총선 승리를 가지고 대외적으로도 우파 포퓰리즘으로 폭주한다면, 중국으로부터 어떤 대응이 나올지, 동아시아에 어떤 파고가 덮칠지 상상하기가 싫다.
미국의 서방 동맹들은 이제 미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지 않겠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동아시아에서 갈팡질팡하는 트럼프의 미국, 공룡처럼 커지는 중국, 악으로만 버텨보려는 일본 사이에서 우리 역시 선택을 강요받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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