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멀리하는 동맹들…디커플링인가, 디리스킹인가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 수정 2026-01-27 18:52
- 등록 2026-01-27 10:38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새해 들어 국제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폭주가 계속되자, 캐나다를 비롯한 동맹들이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나서고 있다. 디커플링은 애초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시도였는데, 이제 미국 자신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압송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는 거듭된 주장과 무력 사용도 배제 않는다는 위협 △이에 반대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 △이란에 대한 공격 위협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은 2선에 머물렀다는 비하 발언 △중국과 무역합의를 한 캐나다에 100% 보복관세 부과 위협 등에 기존 동맹들이 미국과의 관계 축소, 중국 및 다른 국가와의 관계 확대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편집자
Q. 새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폭주에 대한 동맹국 쪽의 구체적 반응이나 불만이 표출된 것이 있나?
A. 대표적인 것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한 연설이다.
그는 “규칙에 기반한 질서는 쇠퇴하고 있으며,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감내해야 할 것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사용하고, 관세를 지렛대로 삼으며, 금융 인프라를 강압의 수단으로, 공급망을 악용 가능한 취약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통합이 상호 이익의 원천이 아니라 종속의 원천이 되는 순간, 그 거짓 속에서 살 수는 없다”며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은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금융과 공급망에서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변화하고, 보험을 들고 선택지를 늘리며 주권을 재건하려 할 것”이라며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하고, 우리가 식탁에 앉아 있지 않다면, 우리는 메뉴에 오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옛 질서가 돌아오지 않고, 그것을 애도해서는 안 되며, 향수는 전략이 아니다”고 기존 질서의 증언도 선포했다.
벨기에의 바르트 더베버르 총리도 “너무 많은 금지선들이 침범당했다”며 “만족스러운 봉국이 되는 것과 불행한 노예가 되는 것은 다르다”며 “지금 물러선다면, 존엄,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가질 수 있는 아마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의 이 연설이 국제사회에서 회자되자, 트럼프는 “캐나다는 미국 때문에 살고 있다”며 “카니는 이를 기억하고, 다음번에는 언급하라”고 다시 위협했다.
Q. 그럼 캐나다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주는 것이 있나?
A. 카니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 오기 직전에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주요 교역품 관세를 대폭 낮추는 무역합의를 했다. 캐나다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시작된 대중국 디커플링에 참가해 중국에 대해 관세를 올리고 첨단제품 수출 제한을 가했다. 특히, 그 일환으로 2018년에는 중국의 최대 전자통신 회사인 화웨이 최고경영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를 대이란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해,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카니 총리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세계는 극적으로 변화해왔다”며 캐나다가 어떻게 자리매김하냐는 것은 “향후 수십년 동안 우리의 미래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주도하던 다자주의 체제가 “약화됐거나, 사실상 훼손됐다”며 양국 동반자 관계는 두 나라에 “새로운 세계질서”를 설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관계 확대를 통해 대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인도 및 오스트레일리아 등과도 무역 등에서 관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캐나다군은 미군의 침공을 가정하는 계획도 작성했다고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이 20일 보도했다. 이는 군사계획이 아니라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틀이나, 캐나다군이 미군의 침공을 가정하는 계획은 100년 만이다. 같은 나토 동맹국 사이에서 침공을 의심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캐나다 북부에 있는 그린란드를 무력으로도 병합할 수 있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는 24일 “만약 캐나다가 중국과 거래를 한다면, 미국으로 오는 모든 캐나다 상품과 제품에 100% 관세가 즉각 부과될 것”이라고 또 위협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25일 에이비시(ABC) 방송과 회견에서 “캐나다가 중국이 미국에 싸구려 상품들을 퍼붓는 구멍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그들이 자유무역협정을 한다면 100% 관세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위협했다.
캐나다 쪽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미-캐나다 양국 관계는 우방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Q. 다른 동맹국들의 반응이나 움직임은 어떠한가?
A. 유럽연합은 20년 동안 논의하던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26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공화국의 날’ 행사에 유럽연합 고위급 인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고, 27일에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유럽연합과 인도는 양자의 자유무역협정을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그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 고율 관세 등에 의한 시장 보호로 악명이 높은 인도는 유럽연합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관세를 기존 110%에서 40%로 줄이고, 유럽연합은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직물과 보석 등의 관세를 철폐한다.
유럽연합과 인도가 20년이나 끌던 자유무역협정을 갑자기 타결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일방적 고율 관세 부과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유럽연합과 인도의 힘을 합치는 것은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20억명 인구의 자유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인도와의 관계 확대로 대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지이다.
인도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했다. 그런데, 재집권한 트럼프가 인도의 러시아 석유 수입 등을 문제 삼아 50%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폭탄을 가하자, 다시 미국과의 거리를 조정하고 있다.
유럽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인 영국도 중국과의 관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키이어 스타머 총리는 이번 중에 베이징을 방문해 무역합의 등 양국 관계 확대를 추진한다.
Q. 미국의 기존 동맹국들이 추진하는 미국과의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최근의 움직임은 기존 동맹들이 미국 의존을 줄이려는 관계 다변화 정도가 아닌가?
A. 그렇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위험을 피하려는 디리스킹 정도를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나토로 묶였던 미국과 유럽은 이제 정서적으로는 동맹으로 보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는 일제히 “대서양 양안 동맹의 와해”라는 표현이 빈번하다. 이미 유럽 주민의 16%만이 미국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난 11월 유럽 외교위원회(CFR)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2024년 조사의 21%에서 더 낮아졌다. 유럽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인 영국에서도 2024년 37%에서 지난해 25%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이 그린란드 합병에 무력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위협하고, 유럽 국가들은 독자적으로 그린란드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트럼프는 이 훈련에 참가한 유럽 국가에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 이런 상황으로만 보면, 양쪽의 관계는 사실상 동맹이라 보기 힘들 지경이다.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처리를 유럽에 떠넘기고, 서반구 세력권 강화 및 중국 대처에 집중하려 한다.
하지만, 유럽 등 미국의 기존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최악이고, 중국한테는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의 기존 동맹국들은 이제 홀로서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조정하고, 중국과도 교역 문제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
3년 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면, 미국과 동맹들과의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양쪽의 갈 길은 이제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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