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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입이, 어른은 귀가 열려 있다…인생 후반부의 공부법

백조히프 2026. 2. 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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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꼰대는 입이, 어른은 귀가 열려 있다…인생 후반부의 공부법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

  • 수정 2026-02-16 10:54
  • 등록 2026-02-16 09:00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2023년 말 기준, 독서 인구 비율은 평균 48.5%다.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60살을 기점으로 독서율은 현저히 낮아진다. 1인당 독서량도 연간 7.2권 수준이다. 10대를 제외하면 40대가 10.3권으로 가장 많고, 60살이 넘으면 3권 아래로 떨어진다.

 

60살 넘으면 책을 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력 감퇴 등 신체적 제약이 늘어나고, 휴대전화만 있으면 세상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니 중장년층이 책을 멀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년이 지난 후에도 밥벌이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도 독서율을 낮추는 원인일 것이다.

 

글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현상 이면에 담긴 본질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마저도 여러 내용이 섞여 있어서 어디까지가 사실(fact)이고 어디까지가 주장(opinion)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가 많지 않았고, 의견이나 주장도 몇 개의 정론(正論)으로 수렴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은 만인이 만개의 콘텐츠를 생산해 세상에 유포하는 시대다.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눈’이 없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된다.

 

유튜브로는 ‘진짜’ 세상을 보기 어렵다

 

누리 소통망(SNS)의 알고리즘은 이런 오류를 확대 재생산하는 촉매로 기능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선별해 보여준다. 진실과 사실, 참과 거짓이 뒤범벅된 정보의 바다에서 ‘진짜’를 길어 올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

 

독서는 세상을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오늘날 기성세대가 보여주는 경직된 사고와 상상력의 빈곤, 문제해결 능력 결여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독서 부족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온고(溫故)만 있고 지신(知新)이 없으면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한 공부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외우다시피 공부하지만, 전공 이외의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인문적 소양을 키우거나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학습은 사치스러운 무엇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노후 준비 부족으로 경제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마을도서관에 가보면 돋보기 너머로 두툼한 수험서를 탐독하는 시니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 정년을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먹고 살기 위한 학습에 매달려야 하는, 이 시대의 서글픈 풍경이다.

 

공부(工夫)란 무엇인가.

 

학자 김영민은 이 물음에 대해,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이며 모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2020)’이라고 답한다. ‘남보다 나은 내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기에 접어든 이에게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열린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한다.

 

배움을 멈추면 시계도 멈춘다

 

후반부에 접어든 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는데, 편차가 컸다. 고전(古典)을 깊이 탐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리 소통망에 떠다니는 정보를 수집하는 일로 소일하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무감각한 이가 있는가 하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가 있었다.

 

이 개방성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전반부에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일수록 배움에 소극적일 수 있고, 지나온 길에 대한 회한이 많은 사람일수록 학습에 진취적일지 모른다. 분명한 건 배움을 멈추면 시계도 멈춘다는 사실이다. 죽은 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다.

 

정지된 시간 속에 머무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다.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하게, 배움을 멀리하는 이들은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꼰대의 대척점에 어른이 있다. 꼰대는 입이 열려 있고 어른은 귀가 열려 있다. 꼰대는 과거의 틀로 현재를 진단하지만, 어른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한다. 새것을 대하는 태도가 둘의 차이를 정한다.

 

공자는 ‘아는 걸 안다고 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라고 했다(논어, 위정편). 어리석은 이는 모르는 걸 안다고 하고 현명한 이는 아는 것조차 새롭게 하려 한다. 후반부의 공부란 앎의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무엇’을 찾기 위한 탐사(探査)일 것이다.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덧)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서 각자 다른 삶을 삽니다.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원이지만, 어디에 시간을 쓰는가에 따라 삶의 모양과 색깔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다음 회차는 ‘일상의 재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진수의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는?

 

문진수 작가는 학원 강사, 대기업 간부, 보험 판매원, 중소기업 임원, 사회적기업 대표, 비영리 재단 활동가,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다양한 섹터를 넘나들며 살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은퇴의 정석’ ‘은퇴 절벽’을 출간했고, 정년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하게 쓰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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