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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으려면

백조히프 2026. 6. 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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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AI가 당신을 외롭게 하지 않으려면

  • 수정 2026-05-27 09:09
 

[새벽 5시 AI 그리고 당신] AI 시대, ‘연결의 도구’를 상상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생성형 AI는 어느덧 119보다 먼저 찾는 스마트폰 서비스가 된 듯합니다. 며칠 전, 배가 아팠던 한 친구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AI였다고 합니다. AI의 답변은 “따뜻한 물을 마신 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세요”라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친구는 따뜻한 물을 마시며 누군가 곁에 있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정보의 질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내 말을 들어줄 ‘대화 상대’가 필요했다는 데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저녁 메뉴 추천이나 세탁법을 물어보며 생활용으로 쓴다”, “챗GPT에게 심리 상담을 받으면 속 시원한 답을 준다”고 말합니다. 어느새 AI는 1인 가구의 일상을 소리 없이 채우고 있습니다.

 

건강상담할 때도 저녁 메뉴 추천받을 때도

 

개인화 학습이 일반화되고, 팬데믹 이후 사람과 사람의 격의 없는 만남이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AI는 즉각적인 대화 상대이자 문제 해결의 도구로 자리 잡아가는 듯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부모님이나 학과 선배, 동아리 친구에게 물어보며 자연스레 수다로 이어졌을 질문들을, 이제는 유튜브나 AI를 이용합니다.

 

2025년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36.1%로 전체 가구 형태 중 가장 높습니다. ‘나 혼자 산다’가 표준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빠른 정보 처리와 무료 혹은 저렴한 접근성으로 무장한 AI를 ‘개인화 도구’로 활용하며, 비판적 거리두기마저 잊어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거대 자본의 기술을 무료로 사용하며 익숙해지는 이면에는, ‘AI 산업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AI를 둘러싼 마법 같은 사례들이 개인의 경험담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AI가 알라딘의 요술 램프 속 ‘지니’ 같다가도, 어느 순간 인간의 영혼을 놓고 담판을 짓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닌가 하는 섬뜩한 몽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에바 일루즈가 진단했듯, 이 시대의 자본은 데이터만이 아니라 감정마저 상품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에게 건넨 내밀한 말들이 감정 자본의 서비스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은 지나친 노파심일까요? 적어도 한 번은 물어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통제하며 활용할지 더 구체적으로 묻는 우리 안의 논의입니다.

 

언어의 공유지가 되는 협업툴

 

저의 경우 글쓰기 수업에서만큼은 AI를 ‘초개인화 학습 도구’가 아닌 ‘사회적 협업 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배움이 한 개인의 머릿속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생각은 교육의 기본 전제이기도 합니다. 수업 안에서는 의사소통과 협업이 곧 말과 글을 통한 배움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양한 디지털 도구가 양산되었는데 수업에서는 ‘공유’ 기능이 있는 웹기반 협업툴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분석적 글쓰기를 하면서 익힌 본인의 경험을 적어봅시다’라고 하면, 학생들은 각자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으로 접속해서 ‘익명’의 형식으로 자기 경험을 정리합니다. 동시에 30명의 학생들이 자기 경험을 써내려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언어의 공유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경험을 메타인지적으로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경험까지 함께 읽으며 공통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성형 AI 제미나이 챗봇에 토론을 위해 입력한 프롬프트의 화면 갈무리.
 

AI가 교실에 들어오면, 이 협업의 원리는 한층 더 복잡해집니다. 그러나 원칙은 동일합니다.

 

찬반 토론의 경우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접속하지 않고 반드시 ‘인간 조(팀)’를 꾸려 공동으로 대응합니다. 예를 들어 “AI 챗봇에게 느끼는 친밀감을 친밀성의 형식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두고 토론할 때, 프롬프트로 AI를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습니다. “너는 대학에서 이 주제로 토론을 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야”, “내 주장을 들은 다음 논점에 맞춰 반론하되, 반론의 분량은 내 발화 분량과 거의 유사한 300자 이내로 해야 한다”와 같이 AI 역할, 토론 구조, 토론 절차, 기본 규칙 등을 입력합니다.

 

그런 다음 AI가 반론을 펼 때마다, 조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대응합니다. 학생들은 이미 한 번 다뤄본 주제이지만, 조원들의 의견을 모아 더 깊이 있는 대응을 연습하게 되고,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꼼꼼히 따져 읽으며 비판적 읽기를 같이 해나가게 됩니다. AI에게 논리 반박, 자료 조사, 사실 검토 등의 복수의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정보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 과정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에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제시한 정보와 논리의 구성 방식을 함께 뜯어보고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방식의 수업은 생성형 AI를 개인화된 학습 도구가 아니라 협력적 지식 구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사회기술적 모델로 전환하는 시도입니다.

 

더 외롭게 만들 수도 더 깊게 연결될 수도

 

교실에 들어온 생성형 AI는 개인의 필요와 욕망을 즉각 채워주는 ‘지니’도, 비판적 사유를 마비시키는 ‘메피스토펠레스’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실은 여전히 공동체 안에서 나와 너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나의 말과 글이 어떻게 나를 나답게 드러내는지 함께 배워가는 자리여야 합니다.

 

개인화되고 개별화된 학습자가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초개인화 학습 도구마저 무비판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AI의 자리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AI는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들 수도, 더 깊게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에서 결정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성형 AI를 배움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1인 가구의 사회적 안전망을 잇고, 나와 타인의 사유와 경험을 중재하는 ‘연결의 도구’로 상상하는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비로소, AI를 둘러싼 ‘사회적 모델’에 대한 상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RE: ‘AI 챗봇에게 느끼는 친밀감을 친밀성의 형식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새벽 5시 AI, 그리고 당신 응답지

생성형 AI 도입 이후 학습자의 태도와 사고 과정은 물론 교사와 학습자 간의 관계 구조까지 변화하고 있습니다. 서강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박숙자 교수가 AI 도입 이후 나타난 교육적·사회

docs.google.com

 

박숙자 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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