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영화 <글로리아>(1980) 리뷰

백조히프 2018. 3. 29. 13:56



영화 <글로리아>(1980) 리뷰

 

 

2013. 8. 5

 

이 영화는 80년대 중반 독일 시절 비디오로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언제가는 한번 감상기를 정리해 남겨야겠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아니 저렇게도 강렬한 여전사의 포오스를 완벽하게 펼친 캐릭터가 글로리아역을 맡은 지나 롤렌즈 이외에도 또 나올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자료들을 찾아보니 이 영화의 오마주 작품으로 뤽 베송 감독의 <레옹>과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임청하 감독의 <중경산림>이 그것들이라 했다. 80년대 초 미국 인디 영화계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존 카사배츠 감독이 자신의 영화예술 동지이자 아내인 지나 롤랜즈를 글로리아 역에 투입하고 할리우드 자본과 제휴하여 저예산으로 연출한 역작이다.  

 


 

이 영화에서 지나 롤랜즈는 전무후무한 연기를 펼친다. 영화 내내 우아한 투피스 정장과 하이힐을 착용한 채 핸드백에 권총을 소지하여 친구의 아들을 지켜주기 위해 갱조직과 거침없이 맞선다. 꼬마 필이 중간중간 애를 먹여도 시종일관 여성성을 잃지 않으면서 추격자들에게는 거침없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글로리아 스웬슨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 밤의 자유여신상으로 시작하여 동터는 뉴욕 브롱크스 지역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차량행렬을 보여준 뒤 한 낮이 되어 어느 버스에서 장보기를 하고 내리는 푸에르토리코계 한 젊은 여성이 약간 안절부절하며 귀가하는 행로를 따라간다. 

 

나중에 글로리아와 필사의 도주를 하게 되는 필의 엄마이다. 집에서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던 백인 남편이 문을 열어준다. 부부는 말다툼을 하면서 짐을 싼다. 아래층에는 이미 킬러 조직원들이 밀려든다. 마피아 조직의 회계 담당자인 남편이 FBI에 밀고를 하고 돈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순간, 초인종이 울린다. 남편은 긴장하며 권총을 들고 문으로 다가간다. 옆집에 사는 글로리아(지나 롤랜즈)가 커피를 빌리러 온 것이다. 이웃 친구간인 부인은 글로리아에게 애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처음에는 거절 당한다. 하지만 자조지종을 듣고는 승락하는데 아이 둘은 모두 이 아줌마와는 가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긴박한 상황에서 킬러들은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겨우 여섯 살 아들 필만 끌고 오듯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키는데 필의 아빠 잭으로부터 마지막 전화가 걸려온다. 글로리아에게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작별인사를 하고 아들과도 굳세게 살아라는 당부 말을 전한 뒤 글로리아가 수화기를 받아 내려놓으려는 순간 아래 층에서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갱들은 온 집안을 다 뒤지지만 회계장부는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갱들은 아파트에서 나가고, 글로리아도 급히 짐을 챙긴다. 복도로 나간 필은 글로리아로부터 도망쳐 집을 향해 달린다. 겨우 필을 붙잡은 글로리아는 계단으로 내려간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을 수사하러 나온 경찰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글로리아는 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다.  

 

 

글로리아는 낯선 집으로 들어간다. 예전에 마피아 남자친구와 사귈 때 마련한 집인데 청소도 되어있지 않은 지저분한 주방이 놓여있다. 여기서 하루밤을 지새운 뒤 아침에 글로리아가 목욕하는 사이 필은 도망친다. 거리를 달려가다 가판대에서 신문을 보니 갱들이 일가족을 몰살한 사건이 1면에 실려 있다. 집에 들어와 TV를 켜니 아이 납치자는 글로리아라는 뉴스가 나온다. 다시 집을 나서는데 도망갔던 필이 낙심했는지 어느새 돌아와 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 집에서 살금살금 빠져나온다. 그런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이제 부모가 죽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필은 글로리아에게 매달린다. 글로리아는 집으로 돌아가라며 짐짓 역정을 낸다. 그리고 필의 식구들 몰살시킨 갱들이 자기 친구들이라는 사실도 밝힌다.  

  


그러는 중 근처를 순시하던 갱들의 차가 글로리아를 발견하고 달려온다. 글로리아 앞에 서 아이와 장부를 내어달라고 협박하자 글로리아는 몇 마디 대꾸하는 척 하다 총을 꺼내 전격적으로 발사한다. 당황한 갱들은 도주하지만 운전사가 총에 맞아 차가 전복되고 만다. 이제서야 택시가 발견되어 올라탄다. 필은 미안하다 사과하지만 글로리아는 조용히 있으라고 할 뿐이다.  

  


 

글로리아는 은행 보관함에 둔 예금을 전부 인출한 뒤 고급호텔에서 투숙하려 하지만 방이 없다고 거부당하자 싸구려 여인숙을 찾자 하룻밤을 때운다. 다음날 글로리아는 뉴욕을 떠나 피츠버그로 가려 한다. 글로리아와 필, 어울리지 않는 커플은 공동묘지로 간다. 글로리아는 마음에 드는 묘비에 가서 마음에서 나오는 대로 죽은 부모에 대한 추모의 말을 전하고 오라 얘기한다. 시키는데로 한 필은 집에 가고 싶다 말한다. 

 

 

 

기차역으로 간 글로리아는 식당에서 갱들과 마주친다. 어디를 가나 필이 가진 장부를 빼앗으려는 추격자들 천지이다. 필이 식탁에서 아줌마가 정말 터프하고 강하다고 하자 글로리아는 뒤쪽 갱들이 몰려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총을 겨누며 실탄을 전부 빼게 만든다. 손님들 앞에서 아줌마에게 대망신을 당한 갱들은 분을 겨우 참으며 밖으로 나간다. 글로리아와 필은 주방을 통해 뒷문으로 빠져 달아난다.   

 


 

함께 도망치는 와중에도 글로리아와 필은 계속 부딪친다. 필에게 동행을 그만 두거나 따라올 것인가를 선택하라며 글로리아가 길 건너 바(Bar)로 들어가자 필은 욕설을 퍼부은 후 사라져 버린다. 꼬마가 나타나지 않자 달려 나간 글로리아는 택시를 타고 필을 찾아 돌아다닌다.  

 

 

 

한참을 찾아다니다 중남미계 또래 친구들과 모여 계단에 앉아 있는 필을 발견한다. 글로리아를 피해 도망치던 필은 갱들에게 잡혀간다. 글로리아는 총을 빼들고 들어가서 한 놈을 쏴 버리고, 다른 갱들을 협박하며 필을 구출해 나온다. 둘은 택시를 타고 도망치고, 갱들은 쫓아온다.  

 

 

 

이들을 따돌린 후 역에서 택시기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진 둘은 지하철에 올라탄다. 다음 역에서 내리려 하지만 필이 인파에 밀려 내리지 못한다. 다음 지하철을 타고 필을 뒤쫓아 가는 글로리아 옆에 악당들이 접근해 에워싼다. 전에 글로리아에게 당한 한 명이 글로리아에게 한 펀치 날리지만, 승객들이 말리는 사이 총을 빼든 글로리아는 이들을 거세게 몰아부친다. 씩싹거리는 갱들이 탄 차량을 빠져나오니 다행스레 하차 승강장에서 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꼬마를 데리고 다시 기약없는 도주의 여로에 오른다.  

 

 

 

뉴욕 어디를 가나 갱들이 쫙 깔려 있다. 갱들은 모두 글로리아의 존재를 알고 있어 피츠버그에 가도 추격의 촉수가 뻗쳐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돌아다니던 글로리아는 호텔에 가서 쉬기로 하지만 누가 노크를 하는 바람에 바짝 긴장한다. 문을 열어 보니 벨 보이가 ‘웰컴 꽃다발’을 들고 있다. 모든 상황이 그녀를 진땀나게 만든다. 

 

  

 

 

점점 이 상황이 오래 가지는 못할거라는 자각이 엄습해 온다. 마지막 담판의 필요를 느끼고 옛 애인이자 조직의 실력자인 탄지니에게 전화를 건다. 면담 약속을 잡은 글로리아는 호텔에 남아 있을 필에게 자기가 3시간 반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도망치라면서 돈을 양말에 숨기는 요령까지 알려 준다. 둘은 서로 사랑한다 말한다. 목숨을 걸고 도망치면서 터프한 아줌마와 말썽꾸러기 아이 사이에 애정이 싹튼 것이다. 글로리아는 택시를 타고 탄지니의 맨션으로 향한다. 

 

 

 

 

혼자 겁도 없이 갱스터 소굴로 들어온 글로리아를 보자 갱들은 뭔가 머쓱해 하면서도 보스의 면담자인지라 예우의전을 지킨다. 이윽고 나타난 탄지니와 옛 인연의 상기 속에, 장부를 넘겨줄테니 필은 가족살해 현장에 없었음을 부각시켜 목격자 처단 추적을 중지해 줄 것을 호소한다. 탄지니는 조직도 이미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며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자신을 이 자리에서 바로 죽여달라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다. 탄지니가 주춤하자 글로리아는 자신이 이제 떠날테니 저지하던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단호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엘리베이터에 접근하는 순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탄지니는 그녀를 저지할 것을 명한다. 글로리아는 앞을 막으려는 경호원에 선제 발사하고 엘리베이터에 타 한쪽 벽면에 바짝 붙은 채 내려가자 몰려든 부하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우왕좌왕 총질을 해댄다. .

 

한편 시간이 지나도 글로리아가 오지 않자 필은 양말에 돈을 숨기고 밖으로 나간다. 피츠버그 행 플랫폼까지 당도했지만 글로리아는 보이지 않는다. 피츠버그에 혼자 내린 필은 글로리아와 그랬던 것처럼 택시를 타고 카슨 공원묘지로 간다.  

 

 

 

 

필은 묘비 앞에 서서 글로리아가 가르쳐준 대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는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글로리아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필이 생각하기에도 갱 소굴로 들어간 글로리아는 십중팔구 죽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글로리아에게 애틋한 연모의 정을 품은 이별사를 뇌까리다 자동차 소리가 들려 뒤를 보니 기다리라 부탁한 택시는 떠나고 맞은 편에서 리무진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내리는데 혹시 글로리아일까 하고 필은 정신없이 달려간다. 글로리아임을 확인한 필은 기뻐 웃는 중에도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다. 글로리아가 “할미한테 인사 안 하냐?” 하며 두 손을 뻗쳐들자 득달같이 달려가 안가는 두 사람의 뜨거운 포옹 속에 엔딩 샷이 올라온다.  

 

 

 

영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서스펜스 속에서 두 주인공의 동일 운명체 유대감이 점점 깊어지는 휴먼 드라마로 이완시키는 카사베츠 감독의 솜씨가 거장답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자본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와 정신세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준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면 돈이 들어갈 샷들을 사운드만으로 처리해 버리면서도 영화 전체의 리듬감을 잃지 않는다. 많은 부분들은 감독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내린 연출력으로 커버한다.  

 

 

 

지나 롤랜즈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남자들에 귀속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위에 서는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기존 영화 속 여전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자신을 쫓는 남자 마피아들에게 총을 겨누고 “여자한테 지니까 싫지?”라고 조롱하는 장면에서는 그러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적들을 향해 총을 쏠 때는 주저함이, 그 후 택시를 타는 모습에서도 거침이 없다. 한참 도망치는 와중에도 미행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총을 빼앗아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결국 마피아 보스에게 직접 찾아가는 것이 그녀로써는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이런 캐릭터상은 앞서 말한대로 후일 수많은 후배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온 천지에 마피아가 득시글거림에도 글로리아와 필은 마음대로 돌아 다니고, 추적자들은 의외로 엉성하게 이들을 놓치는 리얼리티면의 문제점도 보이지만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사소한 데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풍긴다. 결국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이 영화는 198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루이 말의 <아틀랜틱 시티>와 함께 공동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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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2013-08-05 12:37:01

얼마전 뤽베송의 레옹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는데 전체 스토리 구조가 거의 본영화와 동일하군요. 단지 남녀배역이 바뀌었을 뿐..

저는 본 영화에 대하여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김박사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게되어 고맙심다.

김박사의 해설을 듣고보니 이 영화가 이후의 영화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동감됩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이야기 구조나 액션씬이 이후 세계 영화계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듯이

이렇듯 어떤 싯점에 새로운 모범이나 전향의 모멘텀을 제기함으로써 주변에 큰 반향과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경우를 현대적 의미의 '리더쉽' 이라 합디다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전두환같은 사람을 빼어난 리더쉽의 전형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박사나 옥자같은 사람을 진정한 리더쉽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고..  최근에 웹에 참가하고 있는 길영공에 대하여도 같은 시각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동기웹내 행위에서의 이야깁니다만...

꾸준히 자기 스타일의 행동을 보여감이 그러하고 해당 사안에 자신의 시간과 성의를 많이 투여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

이 정도 아부를(?) 했으니... 글로리아 영화파일 메일로 쫌 보내주소.^^

 

[이길영] 2013-08-05 19:50:19


아부도 실력이외다. 듣는 사람이 아부가 아니고 이 사람이 저 막창자 꼬리 깊숙한 곳에서 억누르고 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싸는 심정으로, 신실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구나 하고 인지시켜주면 출세하지요.. 요놈에게는 뭔가 안해주면 내가 죽일 놈이 되겠구나 하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김재민] 2013-08-06 10:03:13


서토가 이 영화를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내가 올린 보람이 있었구려.. 강력한 인상을 주었던 지나 롤랜즈 아지매 지금까지 잘 살아 느긋한 은퇴생활을 즐기는지 모르겠네요.. 카사베츠 감독과도 여전히 잘 지내는지 궁금하외다.. 꼬맹이로 나온 친구는 이 영화를 끝으로 영화계에는 더 이상 얼씬거리지 않았다 하네요. 영화 동영상은 곧 보내드리겠심다..

길영공의 아부론에 대한 촌철살인적인 인식의 깊이가 폐부를 찌르며 이거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구려.. 윗사람들에 대한 이 재능의 유전자를 별로 물려 받지 못한 채 '니나내나' 하는 삐딱이 정신을 무슨 독립군 지조처럼 여기고 살아왔더니 거기에 딱 맞는 정도의 대접을 받는 울산거사 생활을 하고 있심다.. 그런데 길영공도 막창자 꼬리에 감춘 DNA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으니 그 어떤 쬐그만 동류의식이 느껴질 것 같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