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삼성전자 300조 이익 성과급 논쟁, 경제학을 흔들다
- 수정 2026-06-06 11:51gksrufp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전 지구적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 폭발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노동과 자본이 생산에 각각 기여한 몫’을 둘러싼 오래된 분배 논쟁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볼 때 경제학은, ‘시장은 모든 참여자의 생활수준 향상과 공정까지 보장하는 완벽하고 효율적인 제도’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신고전파 주류 경제이론에서 이른바 ‘코브-더글러스 생산함수’는 생산물을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즉 두 생산요소가 가치 생산에 각각 기여한 몫(임금과 이윤)을 간단한 미분방정식으로 분해해 도출한다. 매우 단순하기에 수리적으로 매끄러운 이 함수는 노동과 자본이 분배받는 몫은 그들의 생산성에 정확하게 비례해 결정된다고 증명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제 논리적으로 ‘착취’라는 불온한 말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이 함수는 설명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이기까지 한 이데올로기로 그 지위를 누리고, 시장은 이런 완전한 분배를 자동으로 보장하는 정의로운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토마 피케티는 책 ‘21세기 자본’에서 “코브-더글러스 생산함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학 교과서들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요인은 무엇보다도 자본-노동 소득분배율의 안정성이 사회질서에 대한 상당히 평화롭고 조화로운 견해를 제시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생산된 잉여의 배분을 둘러싼 각축은 자본주의경제에서 풍토병처럼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추정)은 누구의 것인가. 이번 논쟁은 1990년대 ‘불길한 사상’으로 여겨졌던, 고 정운영 경제평론가의 사뭇 혁명적인 ‘노동가치론’에까지 생각을 거슬러 오르게 한다.
“대학 강의는 택시 운전보다 수급 조건에서 더 귀하며, 전통적 가치 서열에서 더 높이 평가되기에, 1시간의 수업료가 1시간의 택시 요금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로부터 흔히 우리는 대학교수의 노동이 택시 기사의 노동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 착각은 택시 요금을 받아 (그 택시 기사 자녀가 대학에) 수업료를 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치의 이전’을 ‘가치의 생산’으로 혼동한 데서 야기된 것이다.”(정운영)
물론 여러 반박이 제출될 수 있고, 주주와 노동자에게 돌아갈 성과 몫을 결정할 때 이런 노동가치론을 적용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수많은 중소 부품 협력사, 사내하청과 파견·용역까지 수직으로 늘어선 여러 위계 구조 아래서 만들어진 이윤이며, 노동자의 정당한 ‘성과급 분배 참가’가 결코 혁명적인 요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집단적 교섭(혹은 투쟁)이 제도화된 까닭이다. 나아가, ‘더 많은 주주·자본가의 몫’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되는 근거에는 투입 자본이 생산에 기여한 몫도 있지만, 그들이 전유한 이윤이 완전 소비되지 않고 다시 저축·재투자돼 향후 (노동자를 포함한) 다른 집단의 더 많은 이득으로 분배될 것이라고 사회경제적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제과학을 표방해온 경제학의 탐구 목적은 ‘더 많은, 더 효율적인 생산’이었다. 분배 문제는 가치판단이 개입되는 터라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될 수 없고, 개인·사회·역사에 따라 달라지는 윤리학 주제라는 것이다. 이번 성과급은 생산함수 같은 과학을 넘어, 노동·자본·사회·정치 등 모든 행위자가 합작(?)해 분배의 윤리 또는 분배의 양식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부의 분배 역사는 언제나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다. 순전히 경제적인 메커니즘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불평등의 역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행위자들이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부당한지에 대해 형성한 표상들, 이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집합적 선택들에 의존한다.”(토마 피케티)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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