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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르는 정당'? 청년세대는 왜 민주당을 싫어할까

백조히프 2026. 6. 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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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거르는 정당'? 청년세대는 왜 민주당을 싫어할까

 

[주장] 극우가 우리 사회의 '노멀'이 될 시대가 머지 않았다

 

26.06.08 10:18 | 최종 업데이트 26.06.08 10:18 | 서부원(ernesto)

선거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선거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집권 여당은 '이기고도 졌고',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혼돈에 휩싸였던 보수 야당은 '지고도 이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언설과 '국민 개돼지론'이라는 혐오 표현까지 다시 등장하며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6·3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청년 표심이 쏠린 현상을 보며, 청년들의 이념 지형이 보수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탄식하기도 한다. 언론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보도하기도 했다. ⓒ JTBC 유튜브 갈무리


특히 서울에서 보수 야당에 대한 20~30대 청년 세대의 몰표에 가까운 지지(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온갖 다양한 분석이 잇따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거라는 주장부터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표로 호소한 거라는 해석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만 기댄 여당 후보의 전략적 실패라는 이유를 앞세우기도 한다.

나름의 일리 있는 분석이고 평가다. 딱히 반박하긴 뭣하지만, 하나같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취업하고 가정을 꾸리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의 제 집 마련의 욕구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감도를 십분 고려한다고 해도, 정부와 손발 맞추기가 한결 쉬울 여당 후보 지지가 누가 봐도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최근 '삼전'과 '닉스'의 주가 폭등과 초과 세수의 활용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역시 보수 야당 지지의 이유가 될 순 없다. 정부 출범 1년 만에 '코스피 8000시대'를 열어젖힌 사실은 여당의 압승을 예상한 가장 강력한 근거이기도 했다. 그로 인한 일부 부작용을 문제 삼는 건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봇짐 내놓으라는' 격이어서다.

서울시장 선거, 여당 후보가 패한 근본적 원인

기성 언론들의 분석은 소수의 이른바 '정치 고관여층'에만 부합하는 설명이라고 본다. 언론에서 뭔가 그럴듯한 투표 이유를 찾아 기사화하고 싶겠지만, 대다수 유권자는 고정관념과 지명도, 이미지, 주변의 분위기 등에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공약은 뒷전인 채 이름 알리기에 목매달고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선거판의 불문율이 이를 방증한다.

낙선 인사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상황실에 입장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주위에 정원오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오세훈이라는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두 후보의 공약? '명픽'과 '반(反) 장동혁' 말곤 아는 게 없는데."
"오세훈도 싫지만, 민주당은 더 싫어."

전화기 너머로 엇나간 방송사의 출구 조사를 성토하다 전해 들은 지인들의 반응이다. 자신들을 포함해 서울 사는 청년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성동구청장으로 일하며 지자체장의 '전범'으로 평가받은 정원오 여당 후보조차 '갑툭튀'에 '듣보잡'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출마 선언 전까지는 서울의 다른 지역 주민들에겐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 세 문장에 '여당 후보가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진' 근본적인 원인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종이 신문 대신 SNS로 정보를 얻고 세상과 소통하는 개인 미디어 시대에 선거는, 특히 청년 세대에겐 '인지도 싸움'으로 귀착됐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애초 여야 후보자 간 극명한 인지도 차이에서 비롯된 당연한 귀결이었다.

결과적으론 패착이 됐지만, 이른바 '명픽'은 인지도의 격차를 극복하려는 정원오 후보의 고육지책이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 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를 활용하려던 소극적 전략은 되레 '치맛바람 뒤에 숨은 마마보이'를 연상케 했다. 나아가 서울시장 선거를 이재명과의 대결 구도로 각인시키며, 오세훈 후보의 인지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당선인이 4일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후보는 일찌감치 '반 장동혁'을 외치며 야당의 주류 세력과 척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핍박받으며 꿋꿋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독립군'의 이미지까지 얻어냈다. 이는 그러잖아도 압도적인 인지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이를 통해 건설사의 철근 누락 사태와 서소문 고가 붕괴 등 안전불감증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초대형 악재마저 견뎌냈다.

그럼에도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청년 세대의 뿌리 깊은 '반(反) 민주당' 정서에 있다고 확신한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불신은 그들의 '공통 코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고히 6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도 유독 청년 세대의 호감도가 낮은 건 그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청년세대는 왜 민주당을 싫어하나

언제부턴가 민주당은 청년 세대에게 애물단지는커녕 '믿고 거르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목숨 바쳐 싸운 건 과거의 행적일 뿐, 지금은 되레 그걸 '훈장' 삼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독식하고 있는 '반민주적 지배 세력'이라고 인식한다. 심지어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586세대'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 앞에서 친일 부역자들이 해방 후 반공 세력으로 옷을 갈아입고 남북 분단의 현실을 활용해 수십 년 동안 독재 권력을 휘둘러온 뒤틀린 현대사를 설명하면, 도중에 말을 끊으며 목울대를 세우고 반박한다. 대체 언제까지 친일과 독재를 우려먹을 거냐며,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기득권이나 내려놓으라고 비아냥거린다.

심지어 민주당이 주도해 온 친일 잔재 청산 요구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에 대한 재심과 복권 노력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쯤으로 여긴다. 이른바 'MZ 세대'인 그들에겐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이 없을뿐더러 부채감 또한 없다. 4.19와 5.18은 말할 것 없고, 현행 헌법이 개정된 계기인 87년 6월 민주항쟁조차 6.25 전쟁이나 수백 년 전의 임진왜란에 대한 느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껍데기만 남은 역사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다.

고개 숙인 정청래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밝혔다. ⓒ 남소연


그렇더라도 20~30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10대의 경우엔 아예 민주화운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전직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노리갯감으로 소비하고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조차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황망함 앞에서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친다. 그들에겐 뭐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하물며 선거는 그들에게 '게임'이나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가 당선이 되든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방탄소년단이나 손흥민 선수가 출마하면 몰표가 나올 거라고 장담하는 아이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지금도 유튜버로 얼굴을 알린 뒤 선거에 나서 정치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어차피 수업 시간 교사에게 정치에 관해 물어도 시원찮은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서슬 퍼런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곳은 오직 SNS뿐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아이들의 정치 소양을 교육하고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원격 교사'다. 그곳에 공유되는 콘텐츠의 팔 할이 극우적 내용이라는 건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자기 SNS에 '윤 어게인'을 내세우고 이른바 '짱북송'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교사는 괴롭다. 교사가 보기엔 악의를 넘어 살기마저 느껴지지만, 그들에겐 재미를 주는 놀이다.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또래 아이들이 맞장구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부디 기우이길 바라지만, 극우가 우리 사회의 '노멀'인 시대가 머지않은 듯하다. 어쩌면 이번 선거 결과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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