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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거룩한 종교 인공지능 설계하기

백조히프 2026. 6. 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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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 거룩한 종교 인공지능 설계하기

  • 수정 2026-06-08 08:14

거룩하지 않은 종교성을 기술적으로 모방해보는 일은 전통적인 신성을 대체하거나 인간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초지능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그것이 출현할 가까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계식장에 들어서 부처님께 합장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종교학)

 

나는 20여년 전에 대학에서 ‘현대종교’라는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말 그대로 20세기 이후의 종교에 대해 다루는 강좌였지만, 그 학기의 주제는 당시의 인문학 수업으로서는 꽤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인공지능, 사이버네틱스 등에 대해 배우고, 인간의 종교적 마음을 구현한 기계를 구상하는 등의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면 꽤 ‘핫한’ 내용이겠지만, 아직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말도 낯설고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픽션의 소재로 더 익숙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역사적, 문헌학적, 인류학적, 현상학적 접근 방식이 주류인 다른 종교학 수업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노트 필기 같은 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아쉬워하던 차에, 그 수업에서 제출했던 과제를 컴퓨터 하드 한구석에서 우연히 발굴했다. 주제는 ‘종교적 로봇을 설계하기’였다. 내가 만든 것은 복음서들에 나타난 비유와 일화를 모델로 한 몇가지 간단한 연산 처리 알고리즘이었고, 이름은 ‘예수 로봇’이었다. 2000년대 초 시점의 대학생은 그런 걸 만드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었겠지만, 2026년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클로드의 아티팩트 기능에 내가 한 과제 내용을 입력하니 즉석에서 챗봇을 만들어 준다. 작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다지 인상 깊은 결과물은 아니었다. 오늘날에는 이미 대규모 언어 모델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종교적 목적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은 해당 전통의 종교 교리와 경전에 대한 지식을 평균적인 인간 종교인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종교인들이 설교, 설법, 강론 등에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일어나고 있다. 올해 한국 개신교의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설교 준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목회자가 절반을 넘었으며 현재도 증가 추세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여 지난 2월 사제들에게 강론 작성에 인공지능 활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인공지능의 종교적 활용은 교리 교육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불교에서는 불경을 학습한 인공지능 챗봇을 인간형 로봇에 설치한 ‘붓다로이드’ 개발이 활발하다. 설법과 신행(信行) 상담은 물론 의식 보조를 위한 물리적 동작 수행까지 가능한 로봇이다. 한국 불교는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로봇에 수계식을 하고 연등 행렬에도 참여시키는 퍼포먼스를 했다. 아직은 상징적이거나 실험적인 단계이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를 고려하면 의례, 상담 등의 서비스에서 인간 전문종교인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분명 임박해 있다.

 

종교 인공지능의 잠재력도 제도 종교 바깥에서 훨씬 광범위하고 극적인 형태로 발현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초인공지능이 구현된다면 종교 기반의 윤리적 판단, 나아가서는 종교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져온 영적 통찰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는 기대 혹은 우려가 그것이다.

 

이런 전망과 그에 대한 대응은 물론 중요한 의제이지만, 나는 다른 측면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 인공지능에 대한 오늘날의 논의는 교리적, 윤리적, 영적 영역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뛰어넘는 종교적 엘리트 모델에 치중해 있다. 인간을 초월하고 지배하는, 신과 같은 비인간 지능의 출현에 대한 공포도 거기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종교는 그런 것만이 아니다.

 

지금 나에게 20년 전과 같이 ‘종교적 로봇’을 설계해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포함되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사고와 판단에 있어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한 현상을 고려하거나, 전통적 권위를 가진 개인이나 조직의 담론을 덜 의심하거나, 실용적인 목적이 그다지 없는 규칙적인 행위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마도 거룩함이나 초월성과는 거리가 먼 결함투성이가 되겠지만, 인간의 종교성을 모델링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전문종교인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신과 닮은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잠재한 위험성에 비해 그다지 실익이 없다. 거룩하지 않은 종교성을 기술적으로 모방해보는 일은 전통적인 신성을 대체하거나 인간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초지능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그것이 출현할 가까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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