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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강행 의지에도…트럼프 ‘플랜B’ 앞에 놓인 장벽들

백조히프 2026. 2.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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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세 강행 의지에도…트럼프 ‘플랜B’ 앞에 놓인 장벽들

 
  • 수정 2026-02-22 07:45
  • 등록 2026-02-2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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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촬영된 연방대법원 전경.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를 무효로 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새로운 무역법 조항들을 동원한 ‘플랜 비(B)’로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새로 제시된 수단들은 시간적 제약과 복잡한 절차적 요건을 안고 있어, 과거처럼 무제한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인 지난 20일(현지시각)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할 방안으로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튿날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시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동할 수 있는 조항이지만, 세율은 최대 15%, 적용 기간은 최장 150일로 제한된다. 150일 이후 연장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즉, 122조는 ‘즉각성’은 갖추고 있지만 ‘지속성’은 담보하지 못하는 시한부 카드다.

 

행정부의 구상은 이 150일 동안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해 이를 보다 구조적·장기적인 관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물리적 시간이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과의 협의, 연방 관보 공시, 공청회, 기업 의견 수렴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절차를 위반할 경우 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이 있다. 과거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한 301조 조사도 실제 관세 부과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됐다. 이번에는 전 세계 주요국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조사를 담당할 무역대표부(USTR)의 인력과 행정 역량을 고려할 때 150일 안에 실질적 조치를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존 베로노는 에이피(AP) 통신에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301조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122조 만료 이후 301조 조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관세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상무부가 조사한 뒤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는 절차다. 법정 조사 기간만 최대 270일에 이르며, 적용 대상도 철강·알루미늄처럼 ‘특정 품목’에 한정된다. 모든 교역국과 모든 품목을 동시에 겨냥하는 수단으로는 설계돼 있지 않다.

 

무역법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다. 행정부 산하가 아닌 독립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객관적인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직접적인 산업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발동 요건이 까다롭다. 관세법 338조는 1930년대 제정된 조항으로,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즉각 발동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으로 평가받는다. 전례가 없어 발동 시 거센 법적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웰스파고 증권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법원 판결 당일인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행정부는 관세를 재부과할 능력이 있지만,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동등한 권한은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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