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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현상' 부추기는 능력주의, 인공지능 앞에서 무너지다

백조히프 2026. 7. 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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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현상' 부추기는 능력주의, 인공지능 앞에서 무너지다

 

[주장] 인공지능이 폭로할 능력주의의 자기모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연대, 배려, 협력

 

26.07.07 13:48 | 최종 업데이트 26.07.07 13:48 | 임승수(reltih)

자료사진 ⓒ solenfeyissa on Unsplash


최근 젊은 층의 극우화 현상 이면에는 '능력주의'라는 사고방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능력주의는 겉으로는 개인의 노력과 실력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 차이로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해 왔다.

능력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과 실패를 구조적 조건보다 개인의 능력 차이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빈곤층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 장애인은 경쟁력이 부족한 사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능력보다 배려를 앞세우는 특혜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극우 정치와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극우 세력은 여성 할당제나 장애인 지원, 이민자 정책 등을 '공정성을 훼손하는 특혜'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성이란 사회적 약자의 불리한 출발선이나 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경쟁이 공정해진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러한 능력주의적 관점은 구조적 차별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를 역차별로 인식하게 하는 토대로 작용한다.

능력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는 순간 연대와 배려는 능력이라는 성역을 침범하는 요소로 간주되고,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오늘날 젊은 층의 극우화는 이러한 능력주의적 세계관이 경제적 불안과 결합하면서 나타난 하나의 정치적 표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준선을 인류 전체의 머리 위로 들어올린 인공지능

하지만 능력주의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미 번역, 프로그래밍, 법률 검토, 의료 진단 등 다양한 지적 노동에서 인간과 맞먹거나 앞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피지컬 AI까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육체노동에서조차 인간보다 더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대부분의 경제 활동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생산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는 능력주의의 논리 구조 자체를 뒤흔든다.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지적·육체적 노동에서 인간을 압도하게 되는 순간, 생산성이라는 잣대 위에서는 인간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무능한 존재, 즉 능력주의가 그동안 장애인에게 부여해 온 것과 다르지 않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이제 인류 전체를 향해 그동안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해왔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다. "너는 경쟁력이 없다. 너의 존재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 바로 이 지점에서 능력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기모순에 부딪힌다.

여기서 우리는 장애학이 오래전부터 제기해 온 통찰과 만나게 된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특정한 능력이 표준으로 설계된 사회 환경과 개인 사이의 불일치로 정의한다. 계단만 있는 건물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은 장애인이 되지만, 경사로가 설치된 건물에서는 같은 사람이 아무 문제 없이 이동한다. 장애는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준선에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바로 그 기준선을 인류 전체의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어제까지 평균적인 능력으로 여겨지던 것이, 오늘부터는 기준 미달이 된다. 능력주의가 진실이라면 인류 전체가 하루아침에 사회가 지금까지 장애인에게 부여해 온 위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더 치열한 능력주의가 아니다

바로 이 자가당착적 상황이 능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강제한다. 지금까지 능력주의자들은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절규를 한낱 무능력자들의 자기변명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기준 미달이 되는 순간 사정은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능력주의자들에게 벗어날 곳 없는 거울을 들이민다. 그 거울 속에서 다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배제해 온 이들의 자리에 서 있음을 깨닫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오래된 명제를 다시 배우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는 시대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더 치열한 능력주의가 아니라 공동체 정신과 연대, 협력, 배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능력주의는 부메랑이 되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존재의 이유'를 되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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