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광주일고 선처’에 배재고 재심 청구…고3 선수 프로행 열릴 수도
- 수정 2026-07-08 17:28
대한체육회 징계 수위 낮춰줄 가능성
일부 프로구단도 드래프트 지명 의사

경기 도중 광주지역 고교를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모욕적 구호를 단체로 외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야구부가 논의 끝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재심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은 재심 신청 마지막 날이다. 피해 당사자인 광주제일고(광주일고)와 총동창회가 학생 선수들에 대한 선처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나, 실질적인 징계 감경이나 올해 안 전국 대회 복귀는 여전히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재고 야구부가 올해 출전할 수 있는 전국 대회는 지역 예선 없이 참가하는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이 대회에 나서려면, 배재고는 최소한 이달 안에 상위 기구의 재심을 통해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파격적으로 감경받아야만 한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산하 종목 단체의 징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징계결정서를 받은 날(1일)로부터 7일 이내인 8일까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2심)에 재심의를 신청해야만 한다. 배재고가 신청 마지막 날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시간은 배재고의 편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고 이번 달에는 7월말로 예정돼 있다.
대한체육회 측은 8일 한겨레에 “지금 공정위에 사건이 많이 밀려 있어서 순번대로 하면 배재고 사안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가 안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사안이 긴급하다고 위원들이 판단하면 순번을 당길 수는 있다”고 했다. 재심 신청 후 재심의까지는 최소 2개월이 걸린다.
설령 이달 안으로 대한체육회 공정위가 배재고 사건을 다룬다고 해도 징계가 취소되거나 출전 정지 기간이 한 달 이내로 대폭 줄어들 가능성은 극히 낮다. 피해 학교인 광주일고가 “어린 학생들의 미래까지 주저앉혀선 안 된다”며 선처까지 요청했으나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한 조직적인 역사 왜곡 및 혐오 표현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체육계 최고 징계기구가 여론을 거스르고 징계를 아예 무력화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배재고가 봉황대기 출전을 위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도 있지만, 악화한 여론 속에서 배재고가 이를 행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대한체육회 공정위가 징계 수위를 다소 낮춰준다면 향후 있을 배재고 지도자 및 선수 개인 징계가 완화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배재고 자체 조사 결과 응원을 주도한 선수는 1, 2학년생 중 2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와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 선수들이 개인 징계를 피한다면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부 프로야구 구단의 경우도 대의적 판단에서 기량을 갖춘 배재고 학생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의 잘못으로 전체 학생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한편, 배재고 야구부 일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일고와 경기에서 상대 팀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켰다.
“가야지, 가야지”는 스포츠 종목에서 자주 쓰이는 응원 구호지만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겪은 광주지역 고교를 향해 “스타벅스”, “탱크데이”를 외친 것은 지난 5월18일에 스타벅스가 진행한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케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에 지난 1일 배재고에 6개월 출전 정지와 함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의 남은 경기 몰수패를 의결했다.
김양희 기자, 손현수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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