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살아온 역정

지흥석 동기와의 봉원사 근교 만남

백조히프 2018. 7. 18. 11:43


지흥석 동기와의 봉은사 근교 만남

 

 

어제(7/16) 김수인공의 노고로 한국방문 한 LA 지흥석공의 조촐한 환영 만남이 삼성동 봉은사 근교 '해초름 사랑'이라는 음식집에서 성사되었다.

 

본인도 수인공의 부름을 받아 부산에서 올라와 모임 장소를 찾아가니 김민기, 김수인, 강성보 동기가 흥석공 부부를 앞에 한 채 벌써 자리 잡고 있었다. 흥석공을 오프라인에서는 고교졸업후 46년 만에 처음 봤지만 우리 홈피에서 댓글로 안부 나누며 가깝게 지낸 사이라 그저 반갑기만 했다.

 

더군다나 우리 친구들이 흥석공 옆자리를 배정해 줘서 서로 더 조근조근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 더 반가왔다. 싸모님도 세련되어 보였지만 흥석공도 짐작했던 바대로 에너지 넘치고, 인간미 풍부한 감성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화제는 내 자서전 얘기로 시작되어 여러  이바구들이 꼬리를 물었다. 흥석공 차례가 되면 서토, 김성중, 박명준 등의 근황이 소개되었고, 국내 쪽에서는 민기교수가 김강호, 최태룡 교수들이 교수생활을 하며 겪은 여러 힘들었던 상황들을 양념삼아 간간이 전해 주었다.

 

우리 홈페이지에 수록된 글들을 모아 26회처럼 누가 편집장이 되어 한번 책으로 엮어 보자는 얘기도 나왔고, 흥석공이 4년 전에 패키지 여행 건으로 한국에 잠깐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슬쩍 다녀갔다는 얘기도 전해줘 오랜 지기 민기교수가 발칵하기도 했다.

 

얘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본인이 지난번 자서전 편에서 소개한 강주필의 수학내공 얘기도 다시 튀어나왔다. 옛시절 기록 확인에 정통한 민기 교수의 얘기에 의하면 강주필이 그 수학내공으로 한 때 경남고 전교석차 11등을 끊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망한 척 해야 할 강주필은 사실 자신은 종로학원도 수학의 완성저자 정경진 원장의 제의를 받아 학원등록금이 면제되는 장학혜택을 받고 종로학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이제사 밝힘으로써 자신의 빵빵했던 공부머리를 간접적으로 다시 확인해줬다. 이 얘기는 나도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신문사 편집국장을 할 정도 문과계적인 글쓰기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논리적 문제해결력의 기반인 이과적 수학내공을 양수겹장으로 갖춘 강주필이 달리 보였다.

 

음식메뉴가 깔끔했던 1차 모임의 기념 사진을 나도 찍고 강주필의 카메라에도 담았다.

 

2차 모임은 수인공이 미리 봐놨다던 논현동 소재 7080 라이브 카페로 옮겨져 펼쳐졌는데, 세사람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은 뒤 사모님을 호텔에 모셔 드린 수인공과 흥석공이 택시 타고 뒤늦게 합류했다.


 

이 카페사장은 6, 70년대 트와에 므와와 쌍벽을 이뤘던 혼성뚜엣 그룹 라나에 로스포4대 여성 보컬이었다던 전옥 여사였다. 이 여인의 말에 의하면 1대가 옥반구슬의 권위자 은희(꽃반지 끼고), 2대가 (김진회가 좋아한) 검은 뿔태안경의 최안순(산까치), 3대가 뜨아에라나에를 왔다리갔다리 했지만 청아인 목소리의 박인희(방랑자여), 그리고 4대째가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전사장이 이런 물장사 하기에는 좀 그악해 보이지 않아 밥은 먹고 사시오 하니 좋아하는 노래와 떨어지지 않는 장점도 장점이지만, 월매출도 천만원 정도는 되어 그럭저럭 한 10년간 운영해 왔다고 했다.

 

거의 독무대가 된 우리팀 노래 타임에서는 내가 스타트를 끊고, 흥석공-민기교수-수인공-강주필이 순서대로 나가 1라운드에서 각 2곡씩 부르고 들어왔다. 나는 지난번에 소개한 비와 당신을 박중훈 버전으로 불렀는데 방송용 마이크라 울림이 별로 없어 수인공이 이건 쳐주지 않으니 마이크 사용법 숙지하고 다시 부르라 했다.



길영공은 없었지만 길영공 못지 않은 엔카 매니아들인 민기교수(히사메)와 강주필(사케요)에 끼어 본인도 미조라 히바리의 가와노 나가레노 요오니를 슬쩍 묻혀 뽑아봤다. 강주필이 부른 사케요의 노래가사를 민기교수가 바로 앞에서 동시통역해 주니 전사장이 신기한 듯 깨갱했다. 나도 옆에서 들으니 가사가 제법 그럴 듯 했다






 

흥석공은 처음엔 목이 갔다고 좀 뺐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소녀’(이문세), ‘’(조용필),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안치환)를 아주 여유있게 소화했고, 수인공은 우리가요를 노숙하게 부르면서 프로같은 휘파람 간주 개인기를 선보여 우리 모두를 깜짝 놀래게 했다.


 

작별의 시간은 다가와 아쉬움을 가진 채 이 모임을 주선한 수인공에게 모두 사의를 표하고 흥석공의 마지막 일정을 듣고는 헤어졌다. 이번에 가족 일로 한국을 방문한 흥석공은 남은 일정을 부인의 고향인 강원도 양양 일대를 둘러보고 출국한다고 했다.

 

지박사, 이번에 얼굴 보며 만나서 정말 반가왔소. 남은 일정 무사히 마치고 잘 떠나시오. 어제의 만남은 우리 생애에서 오래 기억이 남는 추억거리가 될거라 믿네요. Adios Am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