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재경동기 송년모임 참석기
2019. 12. 08
참석할 수 있을까 확신하지 못했던 재경동기 송년모임에 어찌어찌 시간이 맞아 갈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지난 2년간 식구 세명이 매달려 운영했던 CU 편의점을 지난 11/28일 본부측과 특별합의한 대로 종료할 수 있었기에 거기서 풀려나온 박점주와도 모처럼 콧바람 쇠듯 지하철 같이 타고 달려갔다.
신사역 1번 출구에서 내려 가는 방향으로 첫 오른쪽으로 틀어가니 수년 전에 한번 방문했던 S-Train 소공연장이 나타났다. 부부 입장료 5만원을 내고 들어가니 이날 모임의 하이라이트인 워커스 공연은 다행스레 아직 시작되지 않아 앉을 테이블을 확보하고는 저녁 뷔페코스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지난 여름 이후 못봤던 강주필이 혼자 먼저 입장해 음식을 퍼담으려 하지 않는가.. 등을 툭 치니 자기는 더 이상 안보리라 여겼던 인간이 다시 아는 체 하니 외면하지는 않고 일단 인사는 받았다. 그 틈에 같은 테이블에 합석하기를 권했고, 함께 앉자 와이프와는 좀 더 반갑게 안부를 나누어 주었다.
남은 자리에는 중국 전문가인 박승준 교수도 찾아와 강주필과 나 해서 세사람이 모처럼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그 사이 여러 동기들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 주었다. 나는 강주필과 예전과는 달리 신중하게 안부 교환하면서 지난번 눈치 없었던 필화사건의 실례에 대한 분노가 이제는 잊혀지기를 기대하며 식사를 같이 했다.
<관람에 열중하는 강주필과 박교수>
박교수에게는 지난번 ‘중국정부가 추구하는 일국양제 제도가 거란족이 원조였다’는 박학다식한 컬럼 글을 정말 감탄하며 잘 읽었다는 소감을 전해주니 아주 흡족해 하며 김재미이 니 글도 한번씩 오다가다 잘 읽는다며 답례를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주최측이 개최 시작을 알리며 김경종 회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몇몇 친구들도 불러내어 모인 동기들에게 짧은 멘트와 함께 인사를 하게 했다.
이 모임 개최에 재정적 도움을 준 친구들과 해외에서 모처럼 참석한 유봉, 강일룡 같은 친구들을 불러내는가 했더니, 말미에 이종윤 총무가 난데 없이 내 이름까지 호명하지 않는가. 내가 뭐라꼬 이런 자리에 불리다니.. 전혀 예상치 못해 못나가겠다고 고사하는 중에 성욱조 단장이 ‘불러줄 때 제까닥 나온나!’ 하고 일갈을 하자 엣따 모르겠다 하고 마이크 앞에 나가 뭐라 어버버 하고 인사말 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
드디어 워커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을 벤 E. 킹의 ‘Stand by Me’로 한 것이 가사 내용처럼 ‘오늘 이 밤, 우리동기들이 같이 있어준다면 우린 두렵지 않아’ 하는 워커스 아재들의 심정을 대변하려 선곡한 듯 했다. 이전 공연 때보다 연주력도 점점 프로밴드에 도달할 만큼 무르익었고, 추가수의 가창력도 여전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띄웠다. 키보드를 맡은 동조옹도 더 이상 쫄지 않고 연주에 거침이 없어 보였다.
두 번째 곡은 본인도 쫌 부르는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이었는데 추가수의 폭발적 성량이 멋들어진 밴드 연주와 함께 동기 청중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불러내었다.
세 번째로는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연주로 이어졌는데 리드 김현수와 세컨 김철의 중간간주 부분 연주 솜씨는 죽여줬으나, 퇴폐적인 발라드 분위기를 시니컬하게 힘빼고 읊어대어야 하는 보컬 처리에 클래식 창법의 추가수가 이를 살리려 나름 크게 애썼지만 원곡의 맛은 한 5% 부족하게 표현해 약간 아쉬웠다.
네 번째는 ‘77년 산울림(김창환 3형제)이 불러 유명해졌던 ‘나 어떡해’를 쉬어가는 타임으로 편안하게 들려주었고, 다섯 번 째 곡으로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를 추가수가 성량풍부한 드라마틱 창법으로 다시 잘 소화해 공연장 분위기를 다시 장악하며 중간 휴식타임인 인터미션에 들어갔다.
그 사이 우리 테이블에도 많은 친구들(김홍근, 김우진, 이홍걸, 김건국, 강일룡, 서명식, 유봉, 이종윤, 이흥재, 오중환, 이승준, 이기봉, 차승일, 최극림 등)이 찾아와 안부교환과 함께 건배제창도 심심치 않게 했다. 거기에다 성단장, 동조옹, 추가수가 차례로 홀을 돌다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추가수는 우리 자리에 제법 오래 눌러 앉아 얘기 보따리를 많이 풀었다.
<열창하는 추가수>
내가 박교수에게 들은 바가 있어 ‘어이 추가수, 당신 전공이 도대체 뭔가?’ 하니 어쩌다 화학 전공을 했지만 원래는 음대 성악과로 가려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구덕치과 원장이셨던 부친이 그리 하면 바로 절연하겠다 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주었다.
그러다 워커스 원년 리더 기타리스트였던 조윤건이 얘기를 내가 꺼내자, 고교 졸업 후 홍대 경영학과 다니던 그 친구가 2인조 버스킹을 하자고 제의해 싱어 피트를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아 어느 업소에서 단기 알바도 했지만, 조가 그러지 말고 아예 야간무대까지 본격 진출해 보자고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자신은 거기까지는 아직 아니라 여겨 팀이 해체되었다는 얘기까지 전해 주었다. 그 이후 서로 소식이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황금귀를 가졌다는 추가수가 볼 때 기타 연주 좀 한다는 친구들을 살아오며 여럿 만났지만 조윤건이만큼 리드미컬한 연주를 정교하게 하는 기타리스트는 아직 못봤다고 하며 이 친구와의 연락 끊어짐을 몹시도 아쉬워 했다. 더불어 또 한사람 27 동기계의 빼어난 워커스 원년 기타리스트이면서도 동기모임에 나타나지 않는 김수암군(남극연구소 초대 소장 역임)도 이 기회에 용마지 등을 통해 한번 같이 찾아보자고 앞에 있던 박교수가 강주필에게 제안했다.
<초대여가수>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 타임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주최측이 어느 중년 여가수를 섭외하여 여태 추가수 채널 하나 밖에 제공되지 않았던 청중에게 새 채널 하나를 더 서비스 해주는 멋진 시도를 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서너 곡을 연이어 들려주며 상당한 가창 내공은 보여주었으나 팝송에 뽕필을 가미해 부르는 독특한 창법으로 청중의 호불호가 나눠지는 분위기를 보였다.
드디어 워커스팀 공연이 재개되었는데 6번째 곡으로 영국가수 로버트 팔머의 ‘닥터, 닥터, 김미 더 뉴스!’ 하는 ‘Bad Case of Loving You’가 채택되었다. 빠른 템포의 가사전달을 추가수가 폭발력 있는 성단장의 드럼 연주에 주눅들지 않고 잘 쏟아내어줘 원곡 연주 분위기를 얼추 잘 살려주었다.
그러고는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연주 긴장감을 완화하듯 널널하게 소화하고는 오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애니멀스의 불멸 히트곡 'House on the rising Sun’(1964)을 기똥찬 변주 속에 연주하는 게 아닌가.. 나 뿐이 아니라 노래 좀 듣는다는 많은 친구들이 상당한 전율을 느끼지 않았을까 여겨진 연주였다. 추가수 역시 남아있는 가창 에너지를 혼신을 다해 쏟아 내었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쇄도하는 앵콜 요청 속에 워커스는 여흥격으로 휘버스라는 대학생 밴드가 대학가요제에서 불러 수상했다는 ‘그대로 그렇게’(1978) 곡을 선사하고는 연주투어를 드디어 종결지었다. 이 공연을 위해 멤버들이 지난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규칙적으로 모여 열정과 책임감 하나로 똘똘 뭉쳐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하니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경종 회장의 치사대로 ‘이 팀은 우리 27동기회의 위대한 문화자산’이라는 언급이 하나도 과장되지 않은 팩트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3부에서는 이민부 교수가 사회를 진행하며 참석동기들의 아마추어 노래자랑 대회가 주최측이 준비한 경품을 노리며 열렸다. 여러 친구들이 비장의 18번을 갖고 와 경연을 펼쳤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간 암투병에서 확실히 승리한 듯 회복한 차승일군의 ‘무기여 잘 있거라’(박상민)와 최근 멋들어진 영어 참고서를 출간한 최용일군이 회심의 일타로 소개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지금 이 순간’이라는 우리말 버전 가창이 동기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옆에 있던 강주필이 슬 일어나 민부교수에게 가서 뭐라 쑥덕거렸더니 번외 참가자라며 한 곡 들려달라고 박애숙을 호출하는 게 아닌가.. 까무르치게 놀란 우리집 문디가 손을 있는대로 내저으며 이건 아니라고 고사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꼼짝마라 하고 끌려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강주필은 왕년에 함께 간 노래방에서 박이 조수미 버전으로 뮤지컬 ‘명성황후’에 나오는 ‘나 떠나거든’을 좀 흉내내는 것을 아는지라 한번 불러달라고 요청해 결국 이 곡을 부르게 되었다. 부들부들 떨며 불러쌌는데 성단장이 나를 무대로 끌고 와 마누라 옆에 세웠다. 백댄서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안되니까 그냥 밑음만 깔아주었다. 그래도 옆에 있어주니 평정심을 찾아 그럭저럭 노래는 끝마칠 수 있었다.
드디어 시상하는 타임이 왔는데 우수상->최우수상->대상자들을 순서대로 주최측이 호명하는데 강주필이 그 사이 또 뭐라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가창력으로는 택도 없는 박점주가 깜짝 대상을 타게 되는 어이가 없는 주최측 농간의 반전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친구들도 무대에 나가 끝까지 불러준 그 성의가 가상한 지 그냥 허허 하며 축하해 주었다.
강주필의 마음써줌이 고마웠고, 그걸 확인한 게 이번 모임 참가에서 마누라 대상 획득보다 더 큰 성과라 여겨졌다. 내가 우리 홈피 카페에 용마지 편집의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글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소식 전해달라 했더니 가까운 장래에 그리 하겠다고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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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19.12.08. 23:39
중간에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겟으나.. 성보형이 김박사를 그렇게나 갈굴 일이 무에가 있었겟나 싶은데..
글 마무리에까지 해당 내용을 연결시킨 것을 보며.. 글이 훨씬 살아나는 감도 일부 느꼇슴미다.
성보형은 아무렇지도 않은데..김박사가 공연히 이를 문제시 하며.. 르포글 작성에 이용해 묵은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조차 합디다만-^^
결괴적으로 주말이 더 바빠졌지만 그날 상황을 너무 지체되지 않게 전할 수 있어 후회는 없심다.
강주필과 그간 좀 애매해졌던 관계가 회복수순으로 가는 것 같아 아주 괜찮은 참가 선물을 얻었다 여기네요.
지박사가 지난 주에 나성에서 우편으로 보내준 본국 동창회지를 보니..온통 동문회관 내용으로 덧칠이 되어져 잇습디다만..그 중에 나온 통계치를 보니..27회가 유독 회관확보 건에 무관심을 표출하고 있더군요.
제가 보기에 이런 것이 바로.. 27회의 은근한 힘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 기부금 같은 것은 왕창 못내더라도 갖고 있는 문화자산인 글보시로 여기 홈피 카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이타적 행워라 여김다.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개성있는 아우라가 넘치던 친구들로 기억되기에 항상 최근 근황이 궁금해집디다.
거기 반하여 김박은 쫌 피곤해 보이는데..ㅋ
우찌보면 두장의 사진을 붙여놓은 것 같이도 보임니다.
좌는 明 우는 暗??
나도 요즘 평소에 해다니는 꼬라지 보다는 좀 뺀질하게 꾸미고 나왔다 싶었는데 남들 눈에는 별로 그리 안보였던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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