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카와 비엔카 장르

90년대 J팝 황금기 이끈 `엑스재팬` (2/2)

백조히프 2021. 8. 4. 17:51

8, 90년대 일본경제의 최전성기를 상징하고, 한류 1세대를 발아시킨 당시 우리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일본 록밴드 '엑스 재팬'에 대한 2번째 글과 그들의 주요 레파토리 'Say Anything'과 'Tears'를 소개하네요.

 

일본이 2013년 무렵부터 쇠락해가는 일본경제를 회생시키려 야심차게 펼친 아베노믹스 정책이 실패하자 그 경제적 미래는 지금 더욱 암울해졌지만, 그럼에도 '재팬, No. 1!' 시대를 밝혔던 엑스 재팬의 화려했던 문화적 전위성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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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J팝 황금기 이끈 `엑스재팬` 下

 

      • 입력 : 2018.10.26 06:01:01
      • 작성: 홍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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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편에서는 엑스재팬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두루 소개한 바 있다. 이어 엑스재팬의 탄생부터 해체, 재결성까지의 스토리를 이번 편에 담아본다. 들어가기에 앞서 엑스재팬이 과연 어떤 밴드였는지 가볍게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엑스재팬의 1990년대 당시 성취를 현재 K팝의 성취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다. 지금 K팝의 위상이 가볍게 당시 엑스재팬의 성과를 뛰어넘는다. 엑스재팬은 세계 무대를 노크하고자 원래 X라는 밴드 이름을 엑스재팬으로 바꿀 만큼(글로벌 시장에 X라는 밴드가 있었기 때문에 중복을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낼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아쉽게도 큰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와 비교해 빌보드 차트를 쓸어버린 BTS의 선전은 엑스재팬의 성과와 동일선상에 놓기 미안해질 정도로 찬란한 것이다(요시키는 BTS의 성과에 대해 최근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 BTS와 요시키가 만나 특유의 엑스(X)포즈를 짓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990년대 엑스재팬의 활동을 평가절하해야 하냐면 그건 아니다. 1990년대는 일본이 한국과 비교해 경제력이나 문화적으로 모든 것이 앞서던 시기였다. 이 당시 엑스재팬을 비롯한 일본의 음악은 아쉽게도 한국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시기였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을 10년 안팎 격차를 가지고 뒤쫓던 시기가 있었는데(조선산업, 가전산업 등등) 이 당시 대중문화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한국의 다수 예능프로그램이 일본 것을 거의 그대로 베껴와 한국에 소개해 흥행가도를 달렸다. 한국 가요 표절 논란이 일어나면 그중 십중팔구는 일본 음악이었다. 엑스재팬의 음반이 한국에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에는 분명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이 짙게 깔려 있던 게 사실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상황을 지금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면 안된다는 뜻이다(보아가 일본에 진출해 고전하다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를 필두로 일본 인기가수 반열에 오른 게 2002년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일본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보아를 두고 '아시아의 별'이라 칭송하며 글로벌 가수로 대접했다. 한국 대중음악이 일본에서 흥행하는 것 자체가 대박으로 여겨질 만큼 당시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이란 울타리 안에서만 유통되던 내수용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여 년 만에 한국 대중문화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최근 K팝의 성공가도는 기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엄청나고 또 평가받아야 마땅한 성과라 볼 수 있다).

        엑스재팬의 시작은 인디밴드였다. 1980~1990년대 일본 인디에는 언제 오버로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특색 있는 밴드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원풀이 풍부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엑스재팬은 엑스(X)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인디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그들에게 다수의 레코드사가 접근해왔다. 하지만 엑스의 리더 요시키는 직접 만든 레코드사를 통해 그들의 앨범을 발매했고 이 앨번은 오리콘 차트에 오를 만큼 나름의 성과를 내게 된다. 한국보다 먼저 음반시장이 개화한 일본에서는 규모가 큰 레코드사가 음반 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문화가 한국보다 더 일찍 팽배했는데 엑스의 당시 행보는 인디밴드의 용감한 결단으로 여기질 만큼 관심을 얻었다. 한마디로 '될성부른 싹'이었다는 얘기다.

        역사적인 메이저 데뷔는 1989년 4월이었다. 소니레코드를 통해 '블루 블러드(BLUE BLOOD)'를 발매한다. 참고로 이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록이란 장르가 엄청나게 각광받았던 시기였다. 미국의 건스앤로지스가 1987년 내놓은 앨범 '아페티트 포 디스트럭션(Appetite for Destruction)'이 대박을 쳐 건스앤로지스가 록계를 넘어 팝음악 전반에서 가장 인기 있던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웰컴 투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 나이트트레인(Nightrain)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 등의 명곡이 차트를 맹폭격하던 때다.
      •  
      • 따라서 이 시기 일본 역시 록음악이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였다. 건스앤로지스 역시 엑스재팬과 비슷하게 멜로디가 강조되는 보컬, 약간의 글램록 적인 성향(초기 단계에서는 이런 성향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화장은 점차 안하게 된다), 긴머리에 화려한 무대매너, 거친 록넘버 사이로 숨겨진 발라드 등의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었다(미국에서 시작된 LA 메탈 스타일의 음악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본에서도 유행하게 되고 또 약간의 시차를 거쳐 한국에도 상륙한 셈이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록음악 좀 듣는다고 생각하는 팬들은 마치 미국의 포드를 살까, 일본의 도요타를 살까 하는 식으로 건스앤로지스와 엑스재팬을 대체재로 보고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글로벌 명성과 무관하게 일본의 엑스재팬과 미국의 건스앤로지스가 똑같은 수입산으로 취급됐던 것이다. 게다가 엑스재팬에는 특유의 동양적 문화까지 짬뽕돼 있어 한국인이 느끼기게 좀 더 친숙한 측면도 있었다.

        엑스재팬의 메이저 데뷔앨범에는 엔드리스 레인을 비롯해 한국에서 인기를 끈 곡이 여럿 있었다. 엔드리스 레인 가사를 보면 당시 한국에서 엑스재팬 음악을 왜 좋아했는지 그 단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I'm walking in the rain(난 빗속을 걷고 있어요)

        行くあてもなく傷ついた身體濡らし(정처 없이 상처받은 몸을 적시면서요)

        絡みつく凍りのざわめき(휘감긴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

        殺し續けて 彷徨ういつまでも(감정을 달래며 방황해요 언제까지라도)

        Until I can forget your love(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는 그때까지)

        眠りは麻藥(잠은 마약과 같이)

        途方にくれた心を靜かに溶かす(어찌할 바 모르는 마음을 평온히 가라앉히죠)

        舞い上がる愛を 踊らせて(날아오를 것 같은 사랑을 춤추게 하고)

        ふるえる身體を 記憶の薔薇につつむ(떨리는 몸을 기억 속의 장미로 감싸줘요)

        I keep my love for you to myself(나 홀로 당신을 향한 사랑을 지켜가요)

        Endless rain, fall on my heart 心の傷に(끝없는 비, 나의 마음의 상처를 적시고)

        Let me forget all of the hate, all of the sadness(모든 증오와 비애를 잊게 해요)

        중략

        The dream is over(꿈은 사라졌어요)

        聲にならない言葉を繰り返しても(될 수 없는 말을 되뇌여도)

        高すぎる灰色の壁は(너무도 높은 잿빛 우울함 벽이)

        過ぎ去った日の思いを夢に寫す(지나간 날의 느낌을 꿈처럼 그려주죠)

        후략


        가사를 보면 다분히 동양 특유의 서사로 가득한 노랫말이 나온다. 가사를 굳이 이해하지 않더라도 동양적 멜로디에 실린 토시의 보컬을 들으면 아마도 이런 노랫말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서 설명했지만 1990년대까지 일본의 대중가요를 번안해 한국에 들여와 히트를 친 곡이 적지 않은데, 이는 양국 간 대중문화 정서가 사뭇 비슷했기 때문이라는 뜻도 된다. 엑스재팬의 음악이 한국팬 입장에서 꽤 친숙하게 들릴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1991년 7월 나온 두 번째 메이저 앨범 질러시(Jealousy)는 메탈리카가 블랙앨범을 녹음했던 LA 레코드실을 빌려 녹음하는 통 큰 행보를 보인다. 이 앨범은 엑스재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도 친숙한 세이 애니싱(Say Anything)이 실려 있다.

<BTS와 요시키의 만나 만나 특유의 엑스(X)포즈를 짓고 있다>

<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도쿄 돔 실황공연(1991년)>

 

 

Say Anything

騷めきだけが 心を刺して
聞こえない 胸の吐息
時を忘れて 求め彷徨う
高鳴る想い 濡らし

자와메키다케가 코코로오사시테

키코에나이 무네노토이키

토키오와스레테 모토메사마요-

타카나루오모이 누라시테

사람들의 웅성거림만이 마음을 찔러

들리지 않는 가슴의 한숨소리

시간을 잊고서 (그대를) 찾아 헤매요

크게 울려만 가는 마음에 젖어

 

Run away from reality I've been crying in the dream
凍りついた時間に震えて
歪んで見えない 記憶重ねる
悲しみが 消えるまで

 

 

Run away from reality I've been crying in the dream

고오리츠이타토키니후루에테

유간데미에나이 키오쿠 카사네루

카나시미가 키에루마데

 

현실에서 도망쳐 난 꿈속에서 울고 있어요

얼어붙은 시간에 몸을 떨고서

찌그러져 보이지 않는 기억을 겹쳐서

슬픔이 사라질 때까지

 


You say anything 傷つけ合う言葉でも
Say anything 斷ち切れない心に
You say anything Just tell me all your sweet lies
Say anything 演じきれない心に

You say anything 키즈츠케아우코토바데모

say anything ​타치키레나이코코로니

you say anything just tell me all your sweet lies

say anything 엔지키레나이코코로니

You say anything 서로 상처입히는 말이라도

say anything 잘라낼 수 없는 마음에

you say anything 달콤한 거짓말이라도 해도 말해줘

say anything 전할 수 없는 마음에​

 
If I can go back to where I've been
夢の中にだけ生きて
終わらない雨に濡れる
流れる淚を白日夢に染めて

If I can go back to where I've been

유메노나카니다케이키테

오와라나이 아메니누레루

나가레루나미다오 하쿠지츠무니소메테

내가 있었던 곳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꿈속에서만 살며

끝나지 않는 비에 젖어​

흐르는 눈물을 덧없는 꿈에 물들일텐데​

You say anything Whatever you like to say to me
Say anything You leave me out of my eyes
You say anything All I can hear is voice from dream
Say anything You can dry my every tear

뭐든 말해줘 내게 말하고 싶은건 무엇이든지

말해줘 널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도 돼

뭐든 말해줘 내게 들리는 목소리는 꿈에서 뿐이지..

뭐든 말해줘 너만이 내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

燈りの消えた On the stage 1人見つめて
通り過ぎた日日に抱かれる
壞してくれ 何もかも 飾った愛も
時の砂に消えるまで

​아카리노키에타 on the stage 히토리미츠메테

토오리스기타히비니다카레루

코와시테쿠레 나니모카모 카잣타아이모

토키노스나니키에루마데

불이 꺼진 on the satage 홀로 바라보며

지나왔던 날들에 안겨있어

부숴줄래? 뭐든지 예뻤던 사랑도

시간의 모래에 사라질때까지


Close your eyes and I'll kill you in the rain
奇麗に殺し合えば
造花の薔薇に埋もれた
詩人の淚は記憶に流されて

Close your eyes and I'll kill you in the rain

키레이니코로시아에바

소카노바라니우모레타

시진노나미다와키오쿠니나가사레테

Close your eyes and I'll kill you in the rain

깨끗하게 서로 죽인다면

장미의 조화에 파묻히겠지

시인의 눈물은 기억에 흘려지고..

Time may change my life
But my heart remains the same to you
Time may change your heart
My love for you never changes

시간은 내 인생을 바꾸겠지

하지만 너를 향한 내 마음은 그대로 남을거야

시간은 네 마음을 바꾸겠지

너를 향한 내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You say anything 傷つけ合う言葉でも
Say anything 斷ち切れない心に

You say anything 키즈츠케아우코토바데모

say anything ​타치키레나이코코로니

You say anything 서로 상처입히는 말이라도

say anything 잘라낼 수 없는 마음에


You say anything Say anything
Now you've gone away
Where can I go from here?

Say anything Say anything

뭐든 말해줘, 뭐든 말해줘

이제 넌 가버렸네

난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뭐든 말해줘, 뭐든 말해줘​

"I believed If time passes, everything turns into beauty
If the rains stop, tears clean the scars of memory away
Everything starts wearing fresh colors
Every sound begins playing a heartfelt melody
Jealousy embellishes a page of the epic
Desire is embraced in a dream
But my minds is still in chaos and..."

시간이 흐르면, 모두 다 아름답게 변할거라 믿었어

비가 멈추면, 눈물이 추억이 남긴 상처를 깔끔하게 지워줄거야

모든것은 시작할땐 새로운 색을 띄고

모든 소리는 마음을 녹여버릴 멜로디를 연주하고

질투는 서사의 페이지를 아름답게 수놓지

욕망은 꿈의 품에 안겨있어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혼란스럽고 그리고...

(번역: 미상)

 

  • 앨범에서 세 번째로 싱글 커트된 이 곡은 사실 리더인 요시키가 썩 맘에 들어하는 곡은 아니었다. 이곡을 녹음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다 끝내 만족하지 못한 채로 음반 관계자에게 떠밀리며 일본행 귀국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요시키 눈에 차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앨범은 일본 록음반 사상 처음으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며 히트를 했고, 이듬해인 1992년 수용인원 4만 명이 넘는 도쿄돔에서 3일 연속 공연을 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즈음 밴드 이름도 세계 정복을 노리며 엑스재팬으로 바꾼다. 앨범을 녹음하면서 타이지(서태지와 연관성에 대해 이전 편에서 설명한 바 있다)와 요시키는 갈라서게 된다. 새로운 베이시스트로는 HEATH가 들어온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즈음이 엑스재팬의 최고 전성기였다. 1993년 한 곡이 실린 아트 오브 라이프( ART OF LIFE)는 요시키의 편집증적인 강박관념에 의해 탄생한 예술작품이었다. 풀 앨범이 나온 것은 1991년 이후 5년이나 1996년이었다. 달리아(DAHLIA)라 이름 붙은 이 앨범은 그나마 비중이 높게 들어가 있던 엑스재팬의 메탈 분위기가 상당수 거세되어 있었다. 클래식과의 접목을 시도해 발라드 곡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그리고 다음해인 1997년 엑스재팬은 해체하게 된다. 결정적인 배경은 보컬 토시가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토시 없이 다른 보컬을 영입할까 고민도 했지만 토시가 없는 엑스재팬은 의미가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

    한참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이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은 해체한 지 10년 만인 2008년이었다. 그해 3월 도쿄돔에서 3일간 공연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동남아 월드투어를 뛰기도 한다. 이들은 공백 기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보컬인 토시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고, 기타리스트 히데는 해체 직후인 1998년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당시 엑스재팬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급작스레 은퇴를 선언해 많은 팬이 아쉬워했고, 연이어 히데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비관한 팬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적어도 한국과 아시아 몇 개국에서 인기가 탄탄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엑스재팬은 추억의 밴드로 전락했다. 그래도 일본에서의 인기는 여전한 편이다. 전성기 때는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아이돌'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중년의 '고참밴드'로 포지셔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일본 대중문화 입장에서도 한때 아시아를 석권한 엑스재팬의 인기를 떠올리는 것은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여전히 일본에서 엑스재팬이 인기가 있는 이유라고 분석된다.

    엑스재팬 멤버 중 초기 베이시스트 타이지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드러머와 작곡을 맡은 요시키는 엑스재팬의 리더로 주옥같은 발라드를 여럿 작곡했다. 깡마른 몸으로 블루톤이 강조된 엑스재팬 공연 실황에서 웃통을 벗고 신나게 드럼스틱을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사춘기 중고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꽤 인기를 끌었다. 그 덕에 요시키가 세계 4대 드러머라느니 여러 뜬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요시키의 드럼은 화려하나 박자가 정확하지 않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메탈리카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가 봉착한 문제와도 비슷하다. 어떤 때는 드럼을 빠르게, 어떤 때는 드럼을 느리게 치는 결정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 엑스재팬에서 요시키의 역할은 단순한 드러머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는 밴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이자,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배워 서정적인 멜로디를 뽑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음악인이었다. 최근에는 젊었을 때 마른 몸으로 너무 무리를 했는지 허리디스크가 도져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컬 토시는 전성기 시절 한국 남성의 성대를 적잖게 상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요시키가 작곡한 엑스재팬의 발라드는 토시의 음역대 상한선까지 쥐어짜는 형태로 만들어진 게 대다수였다. 요시키는 녹음에 완벽을 기하는 독재자 스타일의 리더 성향을 갖췄는데, 그 때문에 토시는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수없이 같은 노래를 반복해 불러야 했다. 그것도 한계음까지 깔딱거리게 작곡된 노래를. 그렇다고 토시가 완벽한 발성으로 웬만한 연습량을 감당할 수 있는 세련된 성대를 갖췄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토시의 발성은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타고난 미성을 기반으로 생목(?)으로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스타일이었다. 고음을 올릴 때 후두가 함께 올라가며 성대가 좁아지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노래하는 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타고난 미성 성대를 가진 사람이 큰 무리 없이 이 같은 발성으로 고음을 내면(보컬 트레이너는 싫어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간절함이 증폭되어 들리는 효과는 분명 있다. 슬픈 노래가 더 슬프게 들리고 간절해 보이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들리며 감동을 준다. 하지만 나이 문제로 성대 근육이 퇴화하고 예전처럼 힘으로 밀어붙여 쭉쭉 올라가는 고음을 낼 수 없는 중년이 되면 이런 발성은 반드시 음역대 하락이라는 아픔을 겪는다. 심하면 성대결절로 다시는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복귀 이후 토시는 안타깝게도 과거 전성기 시절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998년 세상을 떠난 히데는 부고기사가 타임지에 실릴 정도로 당시 인기인이었다. 기타리스트로서 세계를 정복할 만한 엄청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고 또한 대중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 어떤 멜로디가 대중에게 먹히는지를 동물적으로 파악해 편곡을 능숙하게 하던 재능 있는 뮤지션이었다. 집안 대대로 미용실을 해서 패션 센스도 매우 뛰어났고(지금으로 치면 빅뱅의 GD 정도 이미지랄까) 1993년과 1996년 내놓은 그의 솔로앨범은 평단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진출을 꿈꾸기도 했다. 그가 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았다면 예정된 마릴린 맨슨과의 합동 공연도 열렸을 것이다. 서태지가 히데의 엄청난 팬이었다.

    지금까지 거론한 이들의 곡과 함께 이들의 곡을 카피한 버전도 함께 들어보면 쏠쏠한 재미가 있다.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록키즈였다면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엑스재팬의 팬이었거나, 아니면 엑스재팬을 무시하던 안티였거나. 악플도 관심이 있어야 다는 법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 팬덤과 안티를 동시에 형성할 만큼 당대 최고의 인기밴드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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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재팬-Tears

X에서 X JAPAN으로, 베이시스트가 TAIJI에서 HEATH로의 교체 이후의 새로운 곡이다. 이 곡은 Yoshiki가 매년 재야의 날에 일본 방송 NHK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 출전하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요시키가 자신이 10살때 빚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작사 크레딧이 시라토리 히토미(白鳥 瞳)로 되어 있는데, Yoshiki의 필명이다.

오리콘차트 2위를 차지하였고, 집계로 약 84만매의 판매량을 기록. 또한 밴드 최대의 싱글 판매량으로 기록되고 있다. 다음 작품 《Rusty Nail》로 첫 싱글 차트 1위를 달성했으며, 판매량으로서는 1997년 해산에 이르기까지, 본 물건이 X JAPAN 최대의 히트곡이다. 또한 Toshl가 X-Japan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고 한다.

고난이도의 고음 곡이 많은 X japan의 곡 중에서도 유독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데, 전체적으로 고음구간이 계속 지속되다가 후렴구에는 하이C(3옥타브 도)의 음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로 이보다 최고음이 더 높은 엑스재팬의 곡들도 많지만 고음지속 구간이 어려운 발음으로 도배되어서 난이도가 높은 편. 그 덕에 보컬인 토시도 93년의 도쿄돔 라이브나 당시 방송출연 외에는 95년도처럼 음을 낮춰 편하게 부르거나 하곤 하다가 재결성 이후엔 다시 셋리스트에 슬슬 올라오곤 한다.

 

 

<도쿄 돔 라이브 공연 실황(1991)>

 

 

Tears

 

 

何處に行けばいい 貴方と離れて

今は 過ぎ去った 時流に問い卦けて

長すぎた夜に旅立ちを夢見た

異國の空見つめて孤獨を抱きしめた

도코니유케바이이 ​아나타토하나레테

이마와 스기삿타 토키니토이카케테

나카스기타요루니 타비타치오유메미타

이코쿠노소라 미츠메테 코도쿠오다키시메타

어디에 가면 좋을까 당신과 떨어져서

지금은 지나간 시간에 물어봐

기나긴 밤으로 떠나는 꿈을 꿨어

다른 나라 하늘을 바라보며 고독을 품었지​

 

 

流れゐ 淚を 時代の風に重ねて

終わらない 貴女の吐息を感じて

나가레루나미다오 토키노카제니카사네테

오와라나이 ​아나타노토키오칸지테

흐르는 눈물을 시간의 바람에 얹어

끝없는 당신의 숨결을 느껴​

Dry your tears with love

Dry your tears with love

 

사랑으로 당신 눈물을 닦아내요

사랑으로..

 

Loneliness your silent whisper

Fills a river of tears through the night

Memory you never let me cry

And you, You never said goodbye

​외로움과 당신의 고요한 속삭임은

밤동안 눈물이 만든 강을 채우죠

추억이여, 날 울리지 말아줘

그리고 당신, 당신은 나와 헤어진게 아니야

Sometimes our tears blinded the love

We lost our dreams along the way

But I never thought you'd trade your soul to the fates

Never thought you'd leave me alone

때론 우리의 눈물이 사랑을 가렸죠

우리가 그러는동안 우린 꿈을 잃었구요

하지만 난 절대로 당신이 당신 영혼과 운명을 바꿨​으리라

생각치 않았어요

당신이 날 혼자 두리라고 생각치도 않았어요​

Time through the rain has set me free

Sands of time will keep your memory

Love everlasting fades away

Alive within your breathless heart

비가 내리면 시간은 절 자유롭게 해주죠

시간의 모래는 당신과의 추억을 간직하구요

영원한 사랑은 사라져

당신의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마음 속에 살겠죠

Dry your tears with love

Dry your tears with love

 

사랑으로 당신의 눈물을 닦아내요

사랑으로..​

 

 

 

流れゐ淚を時代の風に重ねて

終わらない 悲しみを靑い薔薇に變えて

나가레루나미다오 토키노카제니카사네테

오와라나이 카나시미오아오이바라니카에테

흐르는 눈물을 시간의 바람에 얹어

끝없는 슬픔을 푸른 장미로 바꿔서​

 

 

Dry your tears with love

Dry your tears with love

 

사랑으로 당신의 눈물을 닦아내요

사랑으로..​

 

流れゐ 淚を 時代の風に重ねて

終わらない 貴女の吐息を感じて

나가레루나미다오 토키노카제니카사네테

오와라나이 ​아나타노토키오칸지테

흐르는 눈물을 시간의 바람에 얹어

끝없는 당신의 숨결을 느껴​

 

Dry your tears with love

Dry your tears with love

 

사랑으로 당신의 눈물을 닦아내요

사랑으로..​

  

If you could have told me everything

You would have found what love is

If you could have told me what was on your mind

I would have shown you the way

Someday I'm gonna be older than you

I've never thought beyond that time

I've never thought the pictures of that life

For now I will try to live for you and for me

I will try to live with love, with dreams, and forever with

tears……

만일 당신이 내게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었다면

당신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텐데..

당신의 마음속에 있던 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었다면

난 그걸 당신에게 보여주었을거야

​어느 날, 난 당신보다 더 성숙해지겠지

(사랑이 남기고 간 교훈/이별의 아픔으로 성숙해짐)

난 그 시절(우리가 함께하는 날) 이상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날 이상을 그려 본 적도 없어

지금은 난 당신를 위한 또 날 위한 삶을 살려 노력 중이야

난 이 사랑, 꿈을 간직하며 살려고 해

그리고 영원히 이 눈물도...​

(번역: 로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