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와 라흐마니노프 음악 추억에 빠졌다가, 쿤데라 소설 리뷰 글을 올리다
오늘(12/28)은 아침 6시 경에 눈이 띄어져 제법 빠른 하루를 시작했네요. 루틴체조, 세면코스 다 마치고 라디오 FM 클래식 음악 방송을 틀어놓고 PC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따라 귀에 익었던 클래식 음악들이 전파를 타고 흘러나와 아침 시간이 상당히 격이 있는 듯 했고, 그 곡들이 제 젊은 시절을 문득문득 회상하게 만들었네요. 청취자 누군가가 신청했는지 모르지만 리햐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 들리자 갑자기 저를 70년대 후반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클래식 음악에 본격적으로 심취해 CD판이 바로 나오기 전 시대인지라 레코드 수집과 카셋 테입 구매 , 그리고 FM 음악방송에서 미리 발표하는 클래식곡 방송 예정 시간표를 보고 원하는 곡이 나오면 미리 공테입을 준비해 녹음을 하곤 했네요. 당시 집에는 성능 괜찮은 SONY 카셋 레코더가 있었기에 녹음이 잘 되었을 때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라이센스 레코드 음질보다 더 나은 카셋 곡을 소장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당시의 저는 유명한 클래식 곡들을 녹음준비 시간과 공테입 구매비용은 들었지만 비싼 원판의 음질 곡을 녹음하여 제 소장품으로 만드는 작업에 맛을 붙였네요. 80년대 초까지 이 클래식곡 녹음 테입 제조하는 것을 중요한 취미로 삼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 좋아했던 작곡가들의 맨 앞자리에 바그너가 있었네요. 지금은 그의 인간적인 약점들도 꽤 알게 되고, 그의 음악세계가 좀 과장되고 허세찬란한 면에서 그의 음악적 적들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아온 사실까지 인지하게되자 7, 80년대의 '바그너 빠'에서는 좀 많이 탈피했습니다.
당시 게오르그 솔티와 볼프강 자발리쉬 등이 지휘하여 연주한 바그너 음반들이 유명했는데 아침에 들은 '탄호이저 서곡'이 당시 저를 사로잡은 제1탄이었습니다. 독일 중세 기사문학을 기반으로 작곡한 영웅적 분위기의 음악이 펼쳐지자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 아재 음악에 바로 빠졌지요. 그의 서곡 시리즈 중에 '방랑하는 홀란드인',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로엔 그린','발퀴레', '라인골트' 등을 자주 들었지만 압권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나오는 '죽음의 사랑'(Die Todesliebe) 이었습니다.

이 허세쟁이가 어떻게 이런 보석같은 곡을 작곡했는지는 좀 믿기 어려웠지만 그의 음악적 적들조차 이 곡은 인정할 정도입니다. 8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바그너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곡들로 바꿔타며 심취했네요.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 그리고 심포니 4번은 말 그대로 저를 바그너 빠에서 라흐마니 빠로 변신시키는데 큰 울림을 준 곡들이었습니다. 소품 격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중 18번'은 바그너의 '죽음의 사랑' 테마에 버금가는 멋진 낭만적 선률을 우리에게 선사하지요.
오늘 하루일상을 기록하는 글쓰기에서 마땅한 글감이 없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제 추억을 좀 담은 글을 한번 풀어왔습니다. 그 상념 뒤에는 모처럼 브런치에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분석 글을 기반으로 한 '문학단상' 글을 하나 올렸네요. 쿤데라는 우리의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모든 선택은 무거워지지만, 단 한번 뿐인 삶이라면 행하는 선택이 거의 무의미에 가까울만큼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그 가벼움이 존재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는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 네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네요.

하지만 그 가벼움이 존재의 본질임을 자각하고 가벼움 속에서도 사랑과 사람과의 관계성을 통해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보라는 메시지를 설파합니다. 가벼움을 추구하며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것은 고독과 내면의 공허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과의 관계성을 맺으면 자유는 속박되나 그 순간 서로에게 의미있는 무거운 존재가 된다며 어떤 인생을 선택할거냐며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브런치 글을 올리고는 남은 시간 내내 2차대전사 글 내용 집어넣기를 마쳤고 , 다음 대공사 작업인 사진과 그림들을 글 내용 속에 삽입하는 준비작업을 하느라고 남은 오후를 다 보냈네요. 오늘 글쓰기는 여기에서 마치려 합니다. 내일은 저녁에 대학 동기들과 회식 모임이 있어 몇시에 들어올지 가늠이 안가지만 그래도 글쓰기는 건너 뛸 생각이 없네요. 내일 저녁에 어디 한번 두고 보십시다. 모두 일요일 밤 잘 마무리 지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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