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와 '메이드인 코리아'를 보며 일탈적 하루를 보내다
오늘(1/16)은 아침 7시 40분 평소보다 늦게 기상했지만 루틴 체조는 성실히 했고, 세면 코스에서 한 일주일 전부터 머리에 버짐 같은 게 생겨 의도적으로 삼푸와 린스질은 하지 않은 채 마쳤네요. 와이프가 살펴보더니 피부과에 한번 가야할 정도라고 권고했습니다. 원인은 무엇 때문인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한 며칠 좀 더 두고 보다가 탈모를 크게 불러일으킬 정도라면 병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은 와이프가 빵 식사를 한번 하자 해서 모처럼 바켓을 두개나 사와 세 식구가 소세지도 굽고, 토마토와 상추, 치즈 등으로 아침을 마쳤네요. 저는 오늘은 일탈을 하고 싶어 잘 안쓰던 옛 하드 디스크를 연결해 그 속에 수록되어 있는 영화 파일들을 살펴 보다가 15년 전 다운 받았던 영화 '책읽어주는 남자'가 눈에 띄어 그 시절 생각하며 속성으로 살펴봤네요.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을 미국 영화계가 판권을 사서 촬영했습디다.

주연 배우는 '타이타닉'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과 '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나온 랠프 파인즈가, 청소년 역에는 데이빗 크로스가 맡았네요. 원작자는 이 영화가 독일어로 나왔으면 했으나 주요 출연배우들이 영미계이고 제작도 미국자본이 해서 그랬는지 영어 더빙으로 나왔습니다. 여주인공 한나가 문맹이라 몸쓰는 직업만 선호했기에 2차대전 당시 지멘스사에서 일하다가 사무직으로 발령나자 스스로 그만두고 나치 친위대 소속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 여간수 직을 얻어 근무했네요.

전쟁이 끝나고 50년대 후반 북독일 지역에서 전차표 검수원으로 일하던 한나가 16세 소년 미하엘에게 호의를 베푼 계기로 둘은 가까와지게 됩니다. 30대 한나와 10대 소년은 자연스레 정분도 나누게 되는데 한나가 소설 스토리 듣기를 좋아했네요. 김나지움 출신의 소년은 그녀에게 잘 보이려 호우머의 오딧세이, 안톤 체홉의 단편 '개를 데리고 산보하는 여인', D.H. 로렌스의 '차탈리 부인의 연인' 같은 책을 정분 나누기 전에 낭독해 주면 한나가 너무 좋아해 만날 때마다 소설 읽어주기는 이 둘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때까지 미하엘은 한나가 문맹인 것은 모르고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소설 텍스트를 골라 읽어주고 같이 자전거 하이킹도 하며 한나에게 점점 빠져드는 사춘기 소년의 역할에 몰두하지요. 하지만 자신이 문맹인 것을 항상 감추고 싶어했던 한나는 어느 날 야반도주 하듯 사라져 소년에게 적지않은 상실감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미하엘은 법학도가 되어 법학 수업 실습을 위해 교수 및 학우들과 법정을 방문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나치 전범 혐의로 불려나온 한나와 우연히 조우하지요.
'44년 겨울 패전이 확실해지자 나치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자들을 혹한 속에 독일 영내로 도보 이동을 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용자들이 강추위 속에 잘 못먹고 체력고갈로 길에 쓰러져 죽지요. 어느 교회 시설물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는데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화재가 나자 교회건물에 수용되어 있던 100여명의 수용자들은 문고리가 바깥에서 잠겨져 극소수만 빼고는 대부분이 불에 타죽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전후 20년이 넘어 이 사건이 법정에서 부각되자 당시 한나를 비롯한 여자 간수 10여명이 문을 열어 탈출시키지 않았다는 비인도적 혐의로 재판정에 서게 된 것입니다. 다른 여간수들은 경황 중에 어쩔 수 없었다며 자기들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나가 그들을 책임추궁 때문에 풀어줄 수 없었음을 자백하고 비교적 선선하게 혐의를 인정하자 이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아홉명 모두 한나가 당시 총책임자였다고 덮어씌웠네요.
법정에서 당시 SS 상급자에게 이 사건을 보고한 경위서가 발견되자 판사는 필적 감정을 위해 한나에게 종이 위에 글씨를 써보라 명령합니다. 이 장면에서 한나는 글쓰기를 하지 않고 자기가 썼다고 바로 시인해 버리네요. 나머지 간수들은 종범으로 인정되어 모두 4년3개월의 징역 선고를 받지만 한나는 주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받습니다. 한나는 자신의 문맹 사실을 감추는 댓가로 종신 징역살이를 선택한거네요.

미하엘은 동료 법학도와 결혼을 하고 딸도 가지지만 자기하고 합이 잘 안맞는지 이혼을 하고 혼자의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첫사랑인 한나와의 책읽어주며 사귀던 시절을 못잊어 하지요. 교도소에서 자폐적 생활을 하던 한나에게 자신이 소설들을 직접 낭독 녹음한 카셋 뭉치와 텍스트, 그리고 녹음기를 한나에게 순애보적으로 배송해 한나가 삶의 의욕을 놓치지 않게 하는 동앗줄을 보냅니다. 한나는 감옥에서 카셋 녹음 내용과 텍스트를 반복 대조하며 알파벳과 단어들을 독학 속에 감동적으로 조금씩 깨쳐가지요.

20년 모범수 생활을 한 한나가 가석방을 통고받았다는 소식을 교도소 측은 미하엘에게 전해주며 이 여인의 석방 후 후견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합니다. 한나가 감옥에서 유일하게 교신해온 상대이니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미하엘이 꼭 챙겨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그동안 한나가 글과 단어를 깨쳐 미하엘을 '꼬마야' 하고 호칭하며 보내온 감사의 단신 편지들을 받으면서 변호사가 된 미하엘은 한나를 면회가서 20년 만에 파파 노인이 된 그녀를 만납니다.
한나에게 나오면 살 주거지와 일자리까지 구해놨다고 알려주며 첫사랑에 대한 인간적 연민과 배려를 최선을 다해 펼치는 꼬마 애인 미하엘과의 만남이 안타깝게도 출소 무렵 한나의 자살로 끊어지네요. 도저히 석방 후 생활이 감당 안되고 미하엘에게 폐끼치는 게 싫은데다 무엇보다 과거 사람들을 죽음에 방치한 죄책감이 자신의 죽음 아니면 도저히 씻겨지지 않는다는 양심의 가책 탓인 듯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디즈니 플러스에서 최근 방영했다는 '메이드인 코리아' 6부작 드라마를 직장 비번날인 둘째 아들, 와이프와 함께 거실에서 같이 보며 일탈의 하루를 계속 이어갔네요. 한국의 6, 70년대 사회상과 함께 그 시절 중앙정보부와 검찰청, 대통령실 3 기관에서 벌어진 권력 헤게모니 게임 스토리를 시나리오화한 6부작 드라마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호평을 받고 있다 해 2부 내용까지 챙겨보다 나머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3시 경에 저만 제 PC 앞으로 돌아 왔네요.
아까 영화에서 책 읽어주는 텍스트로 나왔던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그의 또 다른 단편 '상자 속 사나이', 그리고 이어서 연상된 푸쉬킨의 '대위의 딸' 분석글을 제미나이와 클로드에 요청해 읽으며 오늘 일탈의 날 하루 코스를 마쳤습니다. 한번씩 이런 날도 간간이 있어야 제 정신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듯 하네요. 그럼 내일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
'백조의 일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국, 미중 AI 패권 경쟁과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의 키플레이어에 국뽕끼를 느끼다 (0) | 2026.01.31 |
|---|---|
| 태평양 전쟁 후반기 전투들을 살펴보고, '슌킨 이야기'도 브런치에 올리다 (1) | 2026.01.21 |
| 샐린저의 '호밀밭 파수꾼'과 보네겟의 '제5 도살장' 분석글을 읽다 (0) | 2026.01.11 |
| '지바고', '난장이가 쏘아돌린 공', '동물농장'에 대한 사유 시간을 갖다 (1) | 2026.01.11 |
| 2차대전사 작업을 하다 '경영전략적 시사점' 도출 생각이 들다 (1) |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