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처음 보는 캐릭터” 장동혁, 6·3 선거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수정 2026-04-26 09:14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37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0.5선 사무총장’ 파격 발탁
계엄 뒤 반탄파로 선회…‘윤 어게인’ 지지로 당선
윤석열-한동훈 뒤를 잇는 ‘국민의힘 3대 정알못’

최근 정치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미국에 가서 김민수 최고위원과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 지지도는 떨어지고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물러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수습책을 가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후보들을 교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가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라는 평이 많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리스크보다 장동혁 리스크가 더 크다는 말도 나옵니다. 장동혁 대표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1969년생입니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습니다. 보령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 사범대 불어교육과에 들어갔습니다. 재학 중에 행시 교육행정 직렬에 합격했고 졸업 뒤 교육부 행정사무관으로 부여고등학교 행정실장이 됐습니다. 200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2020년까지 판사를 했습니다.

2020년 총선 대전 유성갑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조승래 민주당 의원에게 졌습니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김태흠 의원이 충남지사로 출마하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됐습니다. 그저 그런 ‘0.5선’을 갑자기 확 키워준 것은 한동훈 전 대표였습니다.
2023년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발탁했습니다. 파격이었습니다. 2024년 4·10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7·23 전당대회에 한동훈 대표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수석최고위원이 됐습니다. 장동혁 의원은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에 찬성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합리적인 정치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장동혁 의원은 한동훈 대표와 결별하고 ‘반탄파’로 돌아섰습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체포 반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세이브 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2025년 4월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6월3일 대선 패배 뒤 장동혁 의원은 대표에 도전했습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의 대결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김문수 전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장동혁 의원이 이겼습니다. ‘1.5선 대표’가 탄생한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 선출에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장동혁 대표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에게 크게 뒤졌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섰습니다. 민심이 아니라 당심, 그것도 ‘윤 어게인’의 지지로 대표가 된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10월17일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하고 10분 동안 울기만 했다고 합니다.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절연 요구는 외면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1주년도, 2026년 새해도 그냥 넘겼습니다.
국민의힘은 3월9일 의원총회 결의문을 통해 비상계엄을 사과했습니다. 성명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의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미국에 다녀온 뒤 보수의 사분오열은 바로 이 결의문 채택부터 시작됐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윤 어게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사고방식이 외계인 같습니다.
장동혁 대표 사퇴론은 그동안 주로 배현진 의원을 비롯해 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제기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결 구도에서 비당권파가 내는 목소리 정도로 치부됐습니다. 그러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세하며 사퇴론에 힘이 실렸습니다.
언론도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가장 먼저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한 언론은 한겨레였습니다. 제가 21일 치 한겨레신문에 “장동혁 대표 물러나야 국힘 살 수 있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다음날 22일 치 조선일보에는 김영수 영남대 특임교수가 “장동혁 대표, 지금이 물러날 적기다”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22일 치 문화일보는 “후보·의원들에게 ‘패싱’ 장 대표, 보수 살릴 결단할 때”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23일 치 경향신문도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로 지방선거 치를 수 있겠나”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23일 치 조선일보에 양상훈 주필은 “국힘 찍어 장동혁 살면 어떻게 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당과 언론에서 일제히 사퇴론이 쏟아지자 장동혁 대표는 당황한 것 같습니다. 23일 오전 9시 최고위원회에서 눈에 힘을 주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강이 무너진 군대로는 전투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부터 발생하는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선거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이 후보자라면 즉시 후보자를 교체하겠다.”
하지만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국지표조사(NBS)의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인 15%였습니다. (20~22일 전화면접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2주 전보다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세 배가 넘는 48%였습니다. 특히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9%로 한 자릿수였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후보 교체 위협은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날 언론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조선일보는 24일 치 1면 머리로 “국힘 15% 쇼크…쏟아지는 장 사퇴론”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3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사면초가 장동혁, 이 와중에 ‘해당 행위 후보는 즉시 교체’”였습니다. 국민일보는 ‘해당 행위’ ‘강력 조치’ ‘후보 교체’라고 외치는 장동혁 대표에게 대형 거울이 배달되는 만평을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해당 행위엔 후보 교체’ 장동혁…당과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사설을 썼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24일 오전 기자들에게 현안 브리핑을 했습니다. 기자가 “지지도가 15%로 창당 이후 최저치인데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일부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5초쯤 침묵한 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론조사는 최근 다른 여론조사 추이와는 조금 결이 다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지도가 낮은 이유는 고민해보겠다. 그러나 지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우리의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40일을 앞둔 시점에 대표가 물러나는 게 대표로서 책임을 진정으로 다 하는 것인지,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여러 고민을 하겠다.”
그리고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내 거취에 대한 말이 많다. 당 대표가 된 이후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달려왔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정치는 장동혁의 정치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
배짱이 두둑한 것일까요, 아니면 무모한 것일까요? 장동혁 대표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상한 말과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뭘까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한동훈의 뒤를 잇는 국민의힘 3대 정알못입니다. 판검사들은 정치를 우습게 알지만 판검사 출신이 정치를 잘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사악한 리더’보다 ‘무능한 리더’의 폐해가 훨씬 더 큽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 대표로 나서지 말았어야 합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보수 재건은 애초에 ‘윤 어게인’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장동혁 대표 탄생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얘깁니다.
이제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장동혁 대표 말대로 지방선거를 치르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과 보수 논객들이 나서서 그를 끌어내리려 할 것입니다. 보수 세력 전체의 몰락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5일 치 조선일보에 강천석 고문은 “장동혁, 땅에 떨어져 당의 거름이 되어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장 대표 물러나면 당 버리고 떠난 보수표 생각 바뀔 것”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이기진 못해도 보수 재생 발판은 마련해야”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25일 치 중앙일보는 1면 머리로 “국힘 수렁 밀어 넣는 장동혁식 ‘책임정치’”라는 비판적 기사를 실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8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의 운명이 장동혁 대표의 어깨에 걸렸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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