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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내 글인데 AI가 쓴 것 같다는 지적, 이래서 그랬구나

백조히프 2026. 4. 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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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0% 내 글인데 AI가 쓴 것 같다는 지적, 이래서 그랬구나

 

[AI 시대의 글쓰기]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글

 

26.04.29 17:16 | 최종 업데이트 26.04.29 17:16 | 김남정(tanpopo1003)

'AI 시대의 글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의 경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돕는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모색해 봅니다.
 

한 건의 기사가 시작이었다. 임경선 작가의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을 읽고 쓴 서평 '왜 쓰고 싶은가를 묻게 하는 책' 기사를 편집부로 보낸 뒤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내 글을 검토한 편집기자에게 쪽지를 받았다.

[관련기사 : 모두가 자신의 초라함과 싸우고 있다, 그럴 때 필요한 세 글자]

전날 저녁에 송고한 책 리뷰 기사를 잘 읽었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는 인사와 함께 특별기획 'AI 시대의 글쓰기' 기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함께 하시겠냐고 물었다. 뜻밖의 청탁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곧바로 참여 의사를 전했다. 잠시 후 다시 쪽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었지만 요지는 분명했다.

이번에 보낸 기사에서 몇몇 문장이 AI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데 그러하냐는 것이었다. 20년 넘게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글을 읽어온 경험에서 느껴지는 것인데, 아닐 수도 있지만 확인 차원에서 묻는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AI를 활용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의 답을 바탕으로 'AI시대의 글쓰기'에 참여할 글의 내용을 구체화 하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곧바로 글을 쓸 때 AI의 도움을 받은 적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이후 바로 전화통화를 했고, "어느 부분이 의심 가던가요?"라고 묻자 편집기자는 그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상의했다. 그러니까 이 글은 그 결과다.

AI가 쓴 거라 의심 받은 글, 사실은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글은, 인간이 썼더라도 AI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kaitlynbaker on Unsplash


송고한 글을 다시 회수해 확인해 보니 '반복되는 표현'과 '유사한 문장이 이어지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편집기자가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는구나 싶었다.

AI의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의심을 받은 그 글에는 사실 이런 내막이 있었다. 최근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고 오십견 통증으로 글 쓰기를 쉬었다. 그러다가 약 2주 만에 쓴 임경선 작가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단숨에 써 내려갔고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충분히 고치지 않은 채 서둘러 기사전송 버튼을 눌렀다.

평소라면 여러 번 읽고 덜어냈을 반복적인 문장과 구절들, 그리고 같은 의미를 다른 표현으로 되풀이하는 문장이 글 마지막에 남아 있던 이유다. 수정 과정을 생략한 결과였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급하게 쓴 글은,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글은, 인간이 썼더라도 AI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평소 AI 글쓰기에 대해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고, 교사로 일하는 딸과 사위가 각자의 일터에서 겪은 AI 경험담도 많이 들었다. 얼마전에도 딸과 사위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엄마, 수업후기를 제미나이를 활용해서 쓰려다가 그냥 내가 쓰기로 했어."
"왜?"
"제미나이로 쓰면 정리는 금방 되는데, 두서 없는 감동과 감탄이 난무하는 후기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거 같아. 진심인데도 아닌 것처럼 보여서 선생님들에게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나도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써야 진짜 수업 후기 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위도 말을 보탰다.

"저도 발표할 논문 준비하면서 GPT랑 대화를 하며 같이 써봤는데요. 'OO 부분 기억나?' 하면 답을 못 해요. 그래서 그걸 기억 시키려고 다시 설명하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고요. 그 시간에 그냥 제가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대화를 들으며, 글쓰기에서 '정리된 문장'과 '살아 있는 문장'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임경선의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에 나오는 한 문장이 떠올랐다.

"AI로 글을 손쉽게 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만고만하게 매끈한 텍스트가 넘쳐나면 읽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내 글이 AI가 쓴 글로 의심받았는지 더 또렷해졌다.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밀도가 낮은 문장은, 인간이 써도 AI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반복과 중복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의 글은 '정리된 느낌'만 남고, '생각의 흔적'은 흐려진다. 결국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반복과 수정 속에서 완성되는 글

나는 그날 오후 편집기자가 빨간색으로 표시해 둔 부분을 여러 번 읽고 책을 다시 읽으며 글을 고쳤다. 반복되는 표현을 덜어내고, 겹치는 문장은 하나로 정리했다. 필요한 부분에는 생각을 다시 보탰다.

이 과정은 단순한 수정이 아니었다. 의미가 또렷해지고 내 생각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일이었다. 임경선 작가는 같은 책에서 '한 번에 완벽한 글은 없다'고 했다. 글은 반복과 수정 속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이번 경험은 그 문장을 실제로 확인하는 일이었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화가 허영만 님은 여전히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모두가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는 시대지만 손으로 느끼는 질감과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글쓰기 역시 다르지 않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는 생각하고, 고치고, 다시 읽는 과정에서 글의 밀도가 만들어진다. 그 과정이 빠질 때, 글은 쉽게 'AI처럼 보이는 문장'으로 남는다.

나는 AI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AI처럼 보이는 글을 썼다. 충분히 고치지 않았고, 쉽게 쓴 글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으로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속도전이 아니다. 얼마나 더 빠르게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얼마나 다시 읽고 다시 고쳐서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냈는가, 이것이 인간의 글을 결정한다. 그 과정만이, 인간이 쓴 글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글쓰기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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