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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미중, 충돌 대신 관리”…대만·무역 핵심 쟁점은 여전

백조히프 2026. 5. 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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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전문가들 “미중, 충돌 대신 관리”…대만·무역 핵심 쟁점은 여전

 
  • 수정 2026-05-17 19:06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하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의 중국·아시아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미중관계의 전면적 개선보다는 강대국 간 경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모색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화려한 의전과 정상 간 친밀한 장면이 부각됐지만, 관세·무역·첨단기술·대만·이란 등 핵심 현안에서는 구체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다만 두 정상이 올해 추가 회동을 약속하는 등 정상급 외교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반복적인 정상 간 소통이 향후 미중 갈등을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경제·무역 기대 밑돈 성과…“대형 합의보다 후속 협상”

 

경제·무역 분야의 구체적 성과는 회담 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잉 항공기 구매, 미국산 농산물과 쇠고기 수입,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치 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 규모와 이행 방식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15일(현지시각) 연구소 팟캐스트에서 중국이 구조적 양보나 핵심 정책 변화 없이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기술 통제 유예를 연장받았다며, 이번 회담을 “중국에 유리한 그랜드 바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민감한 산업 정책이나 글로벌 불균형 같은 껄끄러운 쟁점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도 이익을 챙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도 논평에서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생산업체들에게 수입 허가를 재발급한 것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조치이기는 하지만, 실질적 파급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농촌 지지층이 회담을 성공으로 받아들이려면 중국이 대두 구매 약속을 이행하고 옥수수·육류 등에서 대규모 다년 구매 약속을 추가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더아시아그룹이 주최한 언론 대상 온라인 브리핑에서 “성과물이 대체로 가볍다”고 평가하면서도, 시 주석의 9월24일 워싱턴 방문 일정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이렇게 먼 앞날의 일정을 미리 확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두 정상 모두 고위급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과정과 의지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문제, 공개적 정책 변화는 없지만 불안은 남아

 

대만 문제는 이번 회담의 가장 민감한 미해결 현안으로 꼽혔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관계의 핵심 레드라인으로 내세웠지만, 미국이 기존 대만 정책을 공개적으로 바꿨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클 커닝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스팀슨센터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 쪽 발표문이 시 주석의 대만 관련 경고를 부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커닝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 전용기에서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시 주석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밝힌 점은 대만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여부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허용 문제가 이번 회담의 성격을 가를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커닝햄 연구원은 미국이 조만간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 대만에는 “큰 사기 진작”이 될 수 있지만, 판매가 거부되거나 규모와 품목이 크게 바뀐다면 대만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취임 2주년을 앞둔 라이 총통이 중남미 순방을 위해 미국을 경유하는 일정은 무기 판매보다도 중국에 더 민감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띄운 ‘건설적 전략 안정’

 

중국이 전면에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은 향후 미중관계를 규정할 새 운영체제로 떠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표현이 전적으로 중국에서 새로 나온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윤선 국장은 스팀슨센터 세미나에서 “전략 안정”이라는 표현은 이미 논의돼온 개념이라며, 지난해 7월11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말레이시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때 먼저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중국이 이 개념을 △협력을 중심으로 한 안정 △제한된 경쟁 △통제 가능한 이견 △지속 가능한 평화라는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향후 미국이 대만 무기 판매나 대중 무역 조사에 나설 경우, 중국이 이를 ‘건설적 전략 안정’에 반하는 조처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메데이로스 더아시아그룹 수석고문은 같은 날 더아시아그룹 브리핑에서 “이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중국은 미국을 옭아매고 관계의 조건을 정의하기 위해 이런 틀을 일종의 ‘함정’처럼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발표와 달리 “정작 미국쪽에서는 아무도 이 새로운 관계의 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섣부른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란·호르무즈…원칙적 공감, 구체 조처는 부족

 

이란과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는 양국이 원칙적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중국의 구체적 행동 약속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 보장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반대에 동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이 실제로 이란을 압박하는 조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스팀슨센터 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의 발표문이 이 문제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이 해협 개방과 자유항행 원칙에 동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발표문에는 호르무즈해협 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매닝 연구원은 중국이 이런 원칙에 동의하는 것은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일”이라며, 중국 외교 특유의 극단적인 ‘위험 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윤선 국장도 중국이 이번 회담을 철저히 미중 간 ‘양자 현안’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에 지역 분쟁인 이란 문제를 발표문에서 제외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무장 반대라는 원칙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식의 실질적 압박 조처에는 신중할 것이라고 봤다.

 

징 치엔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공동창립자 겸 부소장은 논평에서 이란·에너지 안보·호르무즈해협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것은 미중 간 논의가 양자 현안을 넘어 글로벌 공동 위험 관리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동맹국들, “작은 G2”와 희토류 우려

 

이번 회담은 한국·일본·대만 등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에게도 복잡한 신호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중 두 강대국이 양자 정상외교를 통해 아시아 질서의 핵심 현안을 직접 조율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캠벨 전 부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약간 G2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두 강대국이 아시아 위에 올라서 주변국들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결정을 내리는 듯한 인상이 있었다며, 한국·일본·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인식도 함께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데이로스 수석고문도 중국이 “건설적 전략 안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세계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구상에 대해 “미묘하게 G2의 냄새가 난다”며, 중국이 시 주석의 9월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G2 구상이 현실화되면 미중이 양자 합의로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구도가 되어 한국·일본·유럽 등 동맹과 파트너국이 자국 이해와 직결된 사안에서 소외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대등한 세계 공동관리자 지위를 공인받는 효과도 있다. 메데이로스 수석고문은 특히 과거 미국 내 강경파가 “중국 굴복”이라며 맹비난했던 G2 구상이 최근 마가 성향 매체와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오히려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역설적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희토류 수출 규제 문제 역시 동맹국들이 주시하는 변수로 꼽혔다. 메데이로스 수석고문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10월 부산 합의에 따른 휴전이 이번 회담에서 명시적으로 재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해당 합의가 올해 10월까지는 유효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중국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허가 처리를 계속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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