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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간과한 흥미로운 사실, 서울은 왜 '보수 우위 구도'가 됐나
[1%를 위한 제1보] '임차인의 눈'으로 부동산 정책 재구성해야
26.07.09 06:57 | 최종 업데이트 26.07.09 06:57 | 최병천(firenzedt)
2021년 4·7 재보선부터 2026년 6·3 서울시장 선거까지, 최근 서울에서 치러진 굵직한 선거는 모두 여섯 번이다. ①2021년 4·7 재보선 ②2022년 3·9 대선 ③2022년 6·1 서울시장 선거 ④2024년 4·10 총선(정당 비례) ⑤2025년 6·3 대선 ⑥2026년 6·3 서울시장 선거가 그것이다. 이 여섯 번의 선거를 '범진보 대 범보수'라는 구도로 다시 배열해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서울 지역은 보수 우위 구도인가?
네 가지 요소에 주목할 수 있다.
첫째,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에 유리한 국면에서는 '18%포인트 격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한다. 오세훈 후보는 2021년 4·7 재보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18.3%포인트 차로 이겼고, 2022년 6·1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송영길 후보(+정의당 권수정 후보)를 18.6%포인트 차로 눌렀다.
둘째, 2025년 6·3 대선의 서울 결과를 보자. 서울 지역에 국한하면 득표율은 이재명 후보 47.1%, 김문수 후보 41.6%였다. 이재명 후보가 5.5%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범진보(이재명+권영국) 합계와 범보수(김문수+이준석) 합계로 구도를 다시 짜보면, 서울에서는 범보수가 고작 2.5%포인트 앞섰다.
셋째, 최근 여섯 번 선거의 평균을 구해보면 범진보 합계는 46.1%, 범보수 합계는 51.9%였다. 득표율 격차는 5.8%포인트, 범보수 우위다. '서울은 보수 우위 구도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6년의 데이터는 '그렇다'고 답하고 있는 셈이다.
넷째, 그러나 범보수가 '항상' 우위였던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정말 중요하다. 부동산과 종부세가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던 2024년 4월 총선의 정당 득표율을 비교해 보자.
민주당·조국혁신당·녹색정의당을 합한 범진보 정당의 득표율은 51.8%였고, 국민의힘·개혁신당·자유통일당을 합한 범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43.7%였다. 범진보 정당이 8.1%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보수 우위 구도와 부동산 이슈
서울이 보수 우위 구도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이슈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곧 자세히 살펴보자. 둘째, 서울의 고령화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면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50세대가 '경기도권'으로 대거 이사를 갔다.
그렇다면 '서울의 보수화'와 '부동산 이슈'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을까? 민주당 쪽 사람들은 흔히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에' 서울이 보수화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은 이를테면 '상대적 박탈감' 가설에 해당한다. 집값이 올라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는 논리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 가설은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표심이 가장 크게 돌아선 곳은 '서울 변두리'여야 한다. 집값 상승의 혜택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서울은 부동산 입지를 기준으로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①강남 3구 ②마용성(마포·용산·성동) ③마용성이 아닌 한강 벨트 ④한강 벨트 후방지역(종로·중구·은평구 등) ⑤서울 변두리(노도강성, 금관구)가 그것이다. 이 다섯 권역 중에서 실제로 '표심'이 가장 많이 바뀐 곳은 어디였을까? 서울 변두리가 아니라 '한강 벨트 인근'이었다.
한강 벨트는 '종부세 벨트'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최근 여섯 번의 서울 선거 중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다섯 번의 선거는 '모두' 부동산·종부세가 이슈로 떠올랐던 선거들이다.
유일하게 부동산·종부세가 이슈가 아니었던 선거, 즉 민주당이 8.1%포인트 차로 이겼던 선거는 2024년 4월 총선 단 한 번이었다. 서울을 움직인 변수는 '집값 그 자체'가 아니라 '세금'이었던 것이다.

서울의 '스윙 스테이트', 한강 벨트와 세금
'한강 벨트=종부세 벨트'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스윙 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부동층 주)'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지역, 그리고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네바다 지역이다.
한국은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이 스윙 스테이트 역할을 했다. 김대중 대선후보가 김종필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DJP연합을 했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몇 차례 큰 선거에서 '한강 벨트' 역시 한국의 스윙 스테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월세 급등
이제 시선을 세금에서 '전월세'로 옮겨보자. 큰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2026년 7월 3일 발표된 한국갤럽 부동산 인식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주택 임대료 상승에 대한 전망과 불안감 부분을 보자. 전국 평균으로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65%,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8%였다. 그런데 서울은 '오를 것' 73%, '내릴 것' 5%였다. 임대료 상승 불안이 가장 큰 지역이 바로 '서울'임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연령대는 20대 71%, 30대 72%다. 전국 평균 65%에 비해서도 20·30세대가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주택사를 돌아보면, 매매가와 전월세가가 '동시에' 상승한 경우는 딱 두 번 있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관련이 있었다.
가장 가깝게는 2020년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됐을 때다. 2년이던 거주 기간이 4년까지 늘어났고, 5% 가격 상한제가 도입됐다. 그러자 임대인들은 향후 2년 치 인상분과 가격 상승분을 '미리 당겨서' 인상해 버렸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던 제도가 오히려 전월세를 밀어 올린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9년이다. 이때도 매매가 상승기였는데, 노태우 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거주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1989년 12월 통과). 역시 임대인들은 1년 치를 '미리 당겨서' 인상률에 반영했다. 그리고 그 직후인 1990년 봄 이사철, 폭등한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된 세입자 17명이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명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숫자였고,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다.
최근의 매매가와 전월세가의 '동반 폭등'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없는데도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택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전월세 가격은 오르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유는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진보가 간과한, 다주택자의 두 가지 생산적 역할
진보 쪽 인사들은 다주택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역대 진보 정부는 한결같이 '투기 근절'과 '불로소득 차단'을 강조해 왔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이재명 정부가 모두 그렇다.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견해들은 모두 다주택자의 두 가지 생산적 기능을 간과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두 가지 생산적 역할을 한다. 첫째, 전월세의 공급자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서울 안에서 다주택자가 0명이 되면 전월세 공급은 어떻게 될까? 전월세 공급도 0개가 된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전월세도 사라진다. 다주택자가 줄어들면 전월세 공급이 줄고, 전월세 가격은 폭등한다.
둘째, 다주택자는 신규 주택 공급을 받아주는 '최초의' 수요자 역할을 한다. 역시 사고 실험을 해보자. 서울에 다주택자가 0명이면 주택 공급은 어떻게 될까? 서울의 신규 공급도 멈추게 된다.
현재 다주택자 규제의 두 축은 2020년 '7·10 대책'과 2025년 '10·15 대책'이다. 7·10 대책은 취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중과,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꺼번에 밀어붙였다. 취득세 최고세율은 무려 12%다. '가급적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다. 주택의 신규 공급은 수요자가 있어야 작동하는데,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를 억제하면' 반드시 '공급 억제'로 귀결된다. 양도소득세는 3주택 최고세율이 82.5%, 2주택 최고세율이 71.5%에 이른다. 지나치게 높은 양도세는 결과적으로 '매물 잠김'을 촉진하게 된다.
7·10 대책이 '세금 중과'를 통한 다주택자 억제책이었다면, 10·15 대책은 한 차원 더 강력하다. 10·15 대책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전세를 끼면' 거래가 안 된다. 사실상 '전세 낀 사람의 거래 금지법'에 가깝다. 7·10 대책과 10·15 대책이 결합하면, 그 귀결은 전세 급상승 → 전세의 월세화 → 월세 급상승이라는 악순환이다. 최근의 전월세 급등은 바로 이 두 대책의 부작용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면 전월세 급등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유권자 중에서 전월세에 가장 민감한 층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20대, 30대, 그리고 부분적으로 40대 전반부까지다. 전세와 월세가 오를수록 이들의 정치적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종부세 이야기로 되돌아올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종부세를 더 많이 올렸다. 데이터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재인 정부는 '주택분 종부세'를 총액 기준으로 약 15배 인상했다. 임기 첫해인 2017년 3878억 원이던 주택분 종부세가 2021년에는 5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4년 만이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서울 지역 아파트 4채당 한 채'가 종부세 대상이 됐다.
종부세는 언제나 '한강 벨트 초토화세'로 작동한다. 그런데 지금 더 무서운 것은 '전월세 폭등'이다. 종부세가 한강 벨트의 자산 보유층을 자극하는 세금이라면, 전월세 폭등은 자산 없는 20·30세대의 주거비 부담을 증폭시킨다. 전월세 폭등은 '20·30세대의 반(反)민주당 정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정책, 임차인의 눈으로 접근해야
좋은 부동산 정책은 '임차인의 눈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월세 세입자야말로 주거 약자층이다. 따라서 전월세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러자면 2020년 7·10 대책과 2025년 10·15 대책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서울의 보수화는 '역사적 필연'이 아니었다. 역대 진보 정부와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에서 '좌편향' 요소가 강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했을 뿐이다. 부동산·종부세가 이슈가 아닐 때, 서울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범진보가 범보수보다 8.1%포인트를 더 득표했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진단이 틀리면 처방을 잘못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처방은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의 보수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종부세를 과도하게 올리고, 최근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으로 전월세 가격이 올라간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임차인의 눈으로' 부동산 정책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월세 공급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사고해 보자.
여담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는 사금융이며,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나라 전세제도에 대해 전국 평균으로는 '장점이 더 많다'라는 의견이 54%, '단점이 더 많다'라는 의견이 28%였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장점이 더 많다'가 66%, '단점이 더 많다'가 22%였다. 전세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서울이다.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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