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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무너지자 코스피 7000 붕괴...하루에 669P 증발
SK하이닉스 15%·삼성전자 10% 급락…2배 ETF는 최대 33% 폭락, 증권가 "낙폭 과도하지만 변동성 진정 확인해야"
26.07.13 18:42 | 최종 업데이트 26.07.13 18:43 | 김종철(jcstar21)

국내 증시가 또 다시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폭락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특히 이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인 추격 매도가 더해졌고, 반도체주의 하락이 코스피 전체의 붕괴로 번졌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11 포인트, 8.95% 떨어진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한때 8% 넘게 하락해 오후 1시 28분 올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10.70% 내린 25만4500원, SK하이닉스는 15.37% 추락하며 184만 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겉으로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 증시의 낙폭은 다른 아시아 주요 시장보다 훨씬 컸다. 대만 TSMC가 오히려 상승 마감한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체에 동일하게 발생한 충격만으로 국내 증시의 폭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최근 급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차익실현 매물과 레버리지 상품의 수급 구조가 낙폭을 크게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향후 금융당국 차원의 레러비지 상품에 대한 보완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닉스에서 시작된 매도, 삼성전자까지 번졌다
이날 폭락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나스닥 시장에 미국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뒤 국내외 주가의 가격 차이와 단기 급등 부담이 부각됐다. ADR 상장이 새로운 투자 수요를 끌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오히려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됐다는 인식과 함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높아진 시장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불안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폭락의 근본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약해진 시장을 흔든 계기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인공지능 메모리 수요 자체가 급격히 꺾였다기보다, 너무 높아진 실적과 주가 기대치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 매도가 거세지자 개장 초반 상승했던 삼성전자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두 회사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한 종목의 급락이 다른 반도체 종목과 관련 ETF의 매도를 불러오고, 다시 코스피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개별 실적이나 적정가치보다 시장의 수급이 주가를 결정했다. SK하이닉스의 매도가 삼성전자로 번지고, 삼성전자 하락이 다시 지수형 ETF와 선물 매도를 자극하는 연쇄적인 투매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본주 하락에 맞춰 최대 30% 넘게 추락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이날 24%, SK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31%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16조 원을 넘어섰던 관련 상품 16종의 시가총액은 9조 6536억 원까지 줄었다.
본주 10% 내리자 레버리지 ETF 20~30% 폭락
이들 상품의 거래 규모도 이미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 1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하루 거래대금은 10조 1157억 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31.6%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날 코스닥 시장 전체 거래대금보다도 많은 규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는 매일 장 마감 무렵 파생상품과 기초주식의 보유 비중을 다시 맞춰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파는 방식이다. 하락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구조적인 종목설계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개인과 레버리지 ETF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주를 내다 팔자, 개인투자자는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해 물량을 받아냈다. 장중 외국인 순매도는 2조 원을 넘어섰고 개인은 2조 70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이 본주와 레버리지 ETF를 사더라도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초자산을 팔아야 하는 구조다. 개인이 하락한 주식을 사는 동안 ETF에서는 기계적인 추격 매도가 발생한다는 것. 여기에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까지 겹치면 충격은 더욱 커진다. 앞선 급락의 여파로 지난 9일 기준 반대매매 규모는 1422억 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2%까지 높아졌다. 급락장에서 담보비율을 채우지 못한 투자자의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면서 추가 매물이 나온다.
결국 첫 번째 하락은 실적 우려나 차익 실현에서 시작됐지만,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과 신용 계좌의 반대 매매가 두 번째, 세 번째 매도를 만들어 냈다. '주가 하락→레버리지 ETF 매도→추가 하락→반대매매→재차 하락'이라는 악순환이다.
증권가 "반도체 성장 끝난 것 아냐, 문제는 수급과 기대치"... 레버리지 ETF 상품 대책도 절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AI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끝났다는 신호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국계 금융회사와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SK하이닉스의 급락을 AI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인 붕괴보다는 단기 차익실현과 밸류에이션 재평가 과정으로 보고 있다. HBM을 중심으로 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주가가 실적 개선 속도를 앞서간 만큼 조정 폭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코스피 변동성과 관련해 "주가가 단기간에 빠르게 상승한 것이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웠다"라고 분석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리면서 반도체 대형주 쏠림이 더욱 강화됐고, 하락 국면에서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라고 진단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레버리지 ETF가 시장 유동성을 늘리는 측면은 있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투자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라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관련 상품은 상장 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약 10조 원이 거래됐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금융위기 당시 고점을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본격적인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초기 증거금 상향부터 상품 교육 강화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상품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실질적인 대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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