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군 2명 사망, 강한 응징과 제한적 대응 사이…또 딜레마에 빠진 트럼프
- 수정 2026-07-19 21:20
커지는 확전 우려에 휘발유 4달러 육박

17일(현지시각)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려운 외교·안보 선택지 앞에 서게 됐다. 강하게 보복하면 미국을 또다시 중동 장기전에 끌어들일 수 있고, 제한적으로 대응하면 미군의 희생에도 이란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했다는 공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분쟁 종식을 자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함정’에 갇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군 사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사실상의 ‘레드라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미군이 숨질 경우에만 이란과의 전면전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보복 강도를 높여도 이란을 굴복시키거나 호르무즈해협을 안정적으로 다시 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고정된 미사일 기지와 드론 저장고, 해안 감시시설을 파괴하더라도 이란은 소수의 미사일과 드론, 소형 함정만으로도 선사와 보험회사가 운항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분석가는 ‘포천’에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 군사적 선택지는 없다고 본다”며 “이란은 상당한 지렛대를 갖고 있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 패니코프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로이터 통신에 추가 공격이 이란의 판단을 바꾸기보다는 태도를 더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의 부담을 키우기 위해 공격 대상을 걸프 지역의 민간 기반시설로 확대하고 있다. 이란은 17일 쿠웨이트의 발전·해수담수화 시설을 공격한 데 이어 18일에도 현지 담수화 시설을 타격했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과거 이란의 공습이 담수화 시설을 부수적으로 타격한 것과 달리 이번 쿠웨이트 발전·담수화 시설 공격은 “명백하게 직접 겨냥된 것”이라며, 걷잡을 수 없는 확전의 새 임계선을 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담수화 시설이 쿠웨이트 식수 공급의 약 90%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민간 생존 인프라가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적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충돌 격화로 1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8달러에 마감됐고, 18일 미국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92달러로 4달러에 육박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략비축유는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이 장기화해 유가와 물가가 다시 뛰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국내 지지도 약하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7월10~12일 실시)를 보면, 미국인의 79%는 이번 이란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국의 군사 공습을 지지한 응답자는 37%에 그쳤다. 이는 3월 말 조사 당시 장기화 전망(6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다니 시트리노위츠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확전은 이란의 확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양쪽의 의도와 무관하게 충돌이 광범위한 지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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