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보고서 5: 밑바닥에서 올라가기
구정연휴를 맞아 올라간 지난 2/9(목)일 밤부터 2/21(수)일 오후에 내려오기까지 13일 간을 주말 빼고 와이프와 오후 1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 하며 편의점 사업의 불확실성과 변화무쌍함을 체험했네요.
올라가자말자 본사에서 보내온 ‘1월 정산보고서’를 찬찬히 살펴 봤심다. 예상대로 적자를 면치 못한 성적표였는데 처음에 들은 예상 일매출액이 아무리 추정치라 하더라도 실매출액과 너무 현격해 이에 대해 해명해 달라고 본사파견 가이드에게 따졌네요. 그리고 오프닝 계약시 1년간은 월임대료(320만원)를 본사가 전액 지원한다고 했는데, 정산서에는 우리가게의 비용부문에 192만원(총임대료의 60%)이 떡 올라있지 뭡니까?
가이드의 해명은, 매출 예상 추정치는 말 그대로 미래점주들에게 수익과 비용구조 계산 설명을 위해 임의로 가져온 수치이지, 자신들의 오랜 지역별 경험치들을 적용한 수치는 아니라고 먼저 발뺌을 합디다.
우리집 근처에 있는 몇몇 잘된다는 CU점들을 방문하여 점주들과 터놓고 얘기해 보니 최근 1~2년 사이 월급직장 퇴임자들이 불 속에 부나비 뛰어들 듯해 인근에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잘 안된다는 경고에도 어쩔 수 없거나, 나만은 잘 되겠지 하는 희망속에)났다 하네요. 그 결과 매출이 한창 때보다 거의 반토막 세토막이 되었다고 한탄하며 자기들도 요즘은 정말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합디다.
12~2월이 편의점계에서는 가장 밑바닥을 기는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시즌이라며 이 기간을 견디면 봄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여름 시즌에 최고점을 찍고 가을부터 다시 하강세에 들어가 겨울에 동면하는 매출순환 커브가 일반적이라 함다. 이제 막 시작했다면 여름까지는 매출액 상승 추이를 보고 그때 가서 퇴출 여부의 감을 잡는 게 정석일거라고 나름의 조언을 해줍디다.
그리고, 본사 사장을 수신인으로 하여 불만이나 문제점을 제기하는 편지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 놓는 것이 나중에 혹시 결별을 할 상황이 닥치더라도 계약파기에 대한 쌍방적 책임론을 부각시킴으로써 일방적 파기라는 본사의 주장 속에 페널티를 왕창 물리는 현재의 관행적인 점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알려줬네요.
<독일 함부르크 시절 유학 후배이자 현대차 출신 함이사와 함께>
파견 가이드는 1월 정산서에 월임대료가 올려져 있는 것은 자기들도 우리 가게의 매출 부진으로 손실을 많이 입었기에 내부 규정에 의해 처음에 약속한 ‘지원금+임대료 부담금’의 패키지를 100% 가동하지 못한 채 한 60~70%선에서만 지원하다 보니 결국 점주 임대료 부분은 커버하지 못했다고 저그 입장을 방어하는 것 아닙니까?
뒷통수를 맞았다고 여겼지만, 와이프와 계약 체결시에는 이런 얘기를 다 했는데 박점주가 그 당시 제대로 이해를 못해 생긴 오해라고 둘러치네요. 아무튼 점주손실이 제로가 되게 하는 (박점주가 하는 월 250여 시간의 ‘노동+매장관리’ 근무에 대한 기대보상수익 200여만원은 포기한 채) 자기들 책정의 1년차 지원금 패키지를 다 받으려면 현재의 주위환경에서 우리가게의 경우 최소한 연간 일평균 매출이 80~85만원이 되어야 한다고 함다. 그러려면 봄부터는 꾸준히 100~150, 여름에는 170~220 정도의 매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추산하네요.
2월 초까지는 참 아득한 매출목표였지만 다행히도 날이 좀 풀려가고, 우리 가게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순부터는 1월 보다 일매출 평균이 15~25 정도 오르는 듯 해 박점주에게 떨어질 수익은 당분간 제로라 하더라도 계속 가보자 하는 쪽으로 맘을 약간 긍정적으로 고쳐먹었네요.
박점주는 난생 처음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일자리를 가져보는데다 주특기인 카드 쓸 시간이 거의 없으니 가계지출이 벌써 반 이상 팍 줄었고, 오랜 기간 고심하던 체중감량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되니 어떻게든 이 가게를 계속해 나갈 의욕을 꺾지 않고 있심다. 손님들과 알바 스탶들에게 특유의 교양있어 보이는 태도로 (제게와는 180도 다른) 대하며 조그만 가게 하나 성심으로 꾸려나가는게 내심 재미가 난다고도 하네요.
우리 둘째 아그 역시 이 시기를 잘 버티면서 우리 가족의 단합과 미래의 공동일터 확보를 위해 자신도 이 편의점은 꼭 유지되어야 한다고 열망하니 지금은 꽤 많이 암울하지만 운영 수업료 낸다 여기고 당장 눈에 띄는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 해도 좀 장기적으로 끌고 갔으면 한다는 생각을 피력해 ‘계속 Go!’의 내부 합의를 촉구하네요.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염원도 매출이 제대로 오르지 않고, 본사의 관행적인 불공정 갑질 (선이자처럼 ‘매출액-제품매입원가’ 차액에서 40% 본사 몫을 먼저 떼어가는 분배구조, 본사허세적인 심야개점 유도, 주문제품 구성의 독점, 거품 낀 오프닝 비용 산정 등)이 별로 개선되지 않아 매달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온다면 물거품이 될거라 여겨짐다.
지금 본사와 이슈가 되고 있는, 주위보다 100여만원이 더 높은 가게임대료 계약은 어떻게든 조정이 되어야 하는데, 계약 당사자인 본부의 지역담당자들은 건물주와의 재협상이 사실상 난망이라는 느낌을 애써 감추며 우리부부에게는 그저 여름의 매출상승 동향을 지켜보고 본격협상 해보자는 시간끌기 회유책을 펼치네요.
저도 와이프와 둘째 아들이 계속 해보고자 하는 열망을 접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가게 운영여건이 조만간 보여지기를 기대하는 쪽으로 내면의 마음은 가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주변상권이 활성화되어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아파트 배후인구도 주민들의 가게인지도 상승으로 더 확대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 지금까지 보아왔던대로 경쟁 편의점들의 등장은 불보듯 뻔해 결국 본사만 변하지 않거나 더 이상 되는 자기 몫을 챙길 뿐 개인점주들은 오랜 불황속 기다림 끝에 얻는 선점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초단기적으로만 누리다 사라져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 듯 함다.
마치 한국전쟁 때 중국군이 자주 썼던 인해전술처럼 첫 공격대가 은폐물 없는 텅빈 공간에서 돌격하다 몰살되면 그 시체를 밟고 제 2대가, 그 다음 3대, 4대가 죽은 전우들의 시체층을 방패막으로 삼아 최종 방어선을 돌파하듯이 말이지요. 각 편의점 본사들은 이런 식으로 전략적 거점에서 1대 점주가 버티다 버티다 산화하면, 위치인지도가 높아진 같은 장소에 2대, 3대 점주들을 소모병력처럼 계속 투입하며 자기들이 바라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이룬다는 의심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슴다.
새 정부는 이런 '프랜차이저-프랜차이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프랜차이저인 본사의 공룡적 갑질을 좀 더 제도적으로 정밀하게 규제관리하는 데서 이 나라 자영업자들의 중단기 도산율을 낮추고, 이로 인해 무너지는 중산층을 재건하는 독일식의 ‘질서유지적이고 공정한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려는 ‘정책-패키지’(Policy-Mix)를 제대로 펼쳐야 할 것임다.
아무튼 이런 기대반 불안반의 심정으로 우리 가족의 작은 행복 원천과 본인의 대학은퇴후 생활 버팀목이 되어줄 편의점 운영이 오래 지속되기를 고대하며 주어진 운명적 공간 속에서 그 때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하루하루 식구들과 최선을 다 하려 하네요. 생전 처음 하는 가족사업체 한번 쯤 말아먹는다 해도 가족 모두가 바로 굶어죽지는 않을거라는 오기를 잃지 않으면서 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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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흥석 18.02.25. 16:56
어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는 수법은 공산당 수법인지... 소련군이나 중공군들은 전투의 손실 인원을 예상하여 총도 10명에 한 자루씩 주고 각각 총알 10발 정도와 수류탄 두발을 주고 돌격 앞으로 시킵니다.
김수인 07:40
野戰에서 開戰하자마자
‘죽음의 계곡’부터 진입하였으니
그 애끓는 심사를 어찌 다 헤아리리오
그래도 天機를 보며 甲子를 짚는 순간
문득 ‘CU’의 ‘U’자가
바닥찍고 올라오는 형상으로 보입디다
얼쑤~!
越谷하리다!
힘들어도 최소 2년정도는 계속 추진해봐야 되겠지요.
설령 다른 일들을 모색한다해도 어려움의 시기는 늘 상존하는 것이니..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마지막(?) 경험쌓기로 간주되는 값진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뭘 해볼까 망서리는 만년의 시간은.. 젊을 때의 시간과는 많이 달라서..
원익법사 표현을 빌려보면..
"나 또한 이생에 받아든 틈새 메우기 버거운.." 공연한 헛시간 되기가 십상이니 더욱 그렇겠슴미다.
어차피 주어진 시간이므로..무언가라도 현실적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보내야 그나마 기회/운/재미가 다가오는 것이라는 우주의 큰 진리를(?) 저도 환갑이 넘어서야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니..
그러고보면..지금까지의 시간은 참으로, 게으르고 오만하게 헛살아온 세월이었던 셈.^^
다만, 옥자 말슴대로..신체적으로 무리는 하지마십시다.
담배는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수수료가 8% 밖에 안되어 수익창출에는 큰 도움이 안되네요. 담배쟁이들로부터 운좋게 12만원짜리 전자담배 기기 어쩌다 하나 팔면 이익은 8천원 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날 매출 끗발을 가져다 주는 행운의 부적처럼 재수있어 함다.
약국 할 때에는 여자들 달거리 용품인 코텍스가 나가면 그날의 매상이 좋다는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자들 스타킹은 소위 댄싱 간다고 그다지 좋지 않은 징크스인 듯 합니다.
역시 경남고를(?) 나온 덕분인지.. 돈버는 재주가 없음에도, 어쨋던 주어진 문제는 기어코 해결해 내는 저력이(?) 나오게 되더군요.
김박사님도 결국은 지금의 문제를 무난히 해결해 내시리라 믿슴미다.^^
마약기기 행상 건에서 며칠 전의 지박사처럼 나도 빵터졌심다. 서토다운 난관 돌파책이요. 다른 한편 북빠답다고도 여겨집디다. 시애틀 쪽이든가 어딘가에서는 미국도 마약판매가 제한적 범위에서 합법화되었다지요? 그렇다면 맘놓고 주사기기라도 많이 파소. 리들리 스콧 감독에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루가 주연한 마약사범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도 떠오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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