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찾아가본 재즈 클럽 '몽크'
어제(3/2) 모처럼 새학기 첫주말 분위기에 슬쩍 올라타 제 부산 대연동 원룸에서 25미터 떨어진 재즈클럽 'Monk'에 혼자 들렀네요.
주말에다 보컬이 나오는 연주날이라 그랬지요. 싱어는 야누스의 박성현처럼 소리통도 좋아보이고, 음색도 엘라 피츠제랄드처럼 음역대가 넓으면서도 팔색조인 서민진이란 언더그라운드계 가수였심다.
가창력은 수준급이었는데 레퍼토리가 존 콜터를 빼고는 자기가 흠모한다는 세미 뭐라는 작곡가의 곡과 그 편곡들만을 집중적으로 불러제껴 좀 아쉬웠네요.
웅산의 'Yesterday'나 사라 본의 'Lover's Concert', 또는 여러 가수들이 부른 'Gloomy Sunday', 'My funny Valentain', 'Flying to the Moon',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중에서 한 두곡 쯤 불러줬다면 제가 까빡 했을텐데 많이 서운했심다.
하지만 피아노 파트 맡은 임정원은 그 고혹적인 생머리에 음양진 조각같은 갸름한 얼굴로 연주하는 모습의 아티스트적 아우라가 그냥 저를 죽였네요.
연주자끼리 주고받는 즉흥적 임프로비전에서의 연주 기교도 대단했심다. 보나마나 클래식 피아노 연주 내공도 상당했을 이 여인이 이런 20명 정도 앉혀놓은 관객을 앞에 두고, 청바지에 짙은 핑크 양말 신은 수수한 차림으로 연주하는게 필경 많은 곡절을 품었으리라 여겨집디다.
베이스 박재훈은 여자들에게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킬 만한 유약한 용모였지만 콘트라베이스 튕기는 솜씨가 리더 서민진의 맘에 꼭 들어보이게 합디다. 하지만, 제게는 장인 연주자의 카리스마는 별로로 비쳐지데요.
드러머인 피요틀 파블락은 생김새가 꽤 이지적으로 보여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드러머 연주 트레이너처럼 보였슴다. 이름에서 풍기는 처음 감잡기에는 유럽재즈계의 강국들인 네델란드, 독일, 스웨덴쪽 출신인가 했는데, 제가 나중에 물어보니 폴란드에서 왔다고 합디다.
쇼팡, 루빈스타인, 파데렙스키. 비니앞스키를 배출한 클래식 음악의 나라답게 재즈 쪽도 만만치 않을거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듯 재즈곡 드럼 연주가 진짜 발군이었네요.
게다가 서민진이 좋아하는 곡들을 몇개 편곡해 브라질 풍의 보사노바적 연주까지 해주는 실력도 가졌습디다. 서민진이 어렵게 모셨을거라 여겨지던데 국내 방송에도 조만간 초치되어 공중파로도 이 젊고 이지적인 양반의 연주력이 선보였으면 하네요.
전체적인 관람소감은 그저 그랬지만, 피아노 임정원과 드러머 피요틀은 와중에 건졌다 싶은 옥석들이었심다.
레퍼토리 선정에서 모처럼 찾아간 재즈팬들에게도 보컬 자신의 음악적 취향만 고집하지 말고 널리 알려진 재즈 스테디 명곡들도 연주해 주는 고객 서비스 정신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네요.
하지만 한편으로 재즈예술인들을 이렇게 척박하게 대접하는 부산지역 재즈음악 환경에 대한 좌절감에서 표출된 무의식적 분노였는지도 모르겠심다.
그래서 어째어째 찾아오는 한 줌의 재즈팬들에게도, "예라이, 스테디 명곡 레퍼토리는 무슨! 내 안에 미리 탑재된 레퍼토리나 연주 속에 들려주는대로 듣고가라!"는 무언의 항의 같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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