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9)도 아침 출근하는 와이프 전철역까지 태워주고는 집에 돌아와 아들이 주문해줘 보내준 비비고 육개장을 하나 개봉해 아침 식사를 익숙하게 잘 차려 먹었네요. 기존 육개장에 소고기 양지 부위를 냉장고에서 찾아 좀 더 썰어넣고, 표고버섯까지도 하나 썰어넣으니 훨씬 식감이 풍부해졌습니다. 며칠 전 추석상에 올린 나물들과 육전 및 생선전 몇개를 찾아 약식상을 차리니 모처럼 실속있는 한끼가 되었네요.
식사와 설거지를 마친 후 PC 앞에 앉아 한 며칠 열심히 본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의 책 '강대국의 경제학'과 마크 블라이스의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책을 각 2시간씩 할애해 예전에 못 읽고 남겨둔 파트들을 찾아 읽었네요. 전자는 2013년에 구입한 책인데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 나오는 자매편처럼 역사상 한시대를 풍미한 강대국들이 부강함을 누렸다가 쇠퇴기로 가는 스토리를 경제사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로마, 중국(명), 스페인, 오스만, 에도 후기와 메이지 일본, 대영제국, 미국을 사례로 들며 얘기들을 펼쳐갔는데 강성함을 받쳐준 골간은 탄탄한 경제력이었고, 몰락의 단초는 경제력을 업그레이드할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존세력의 집단적 저항 때문이었다고 결론내렸네요. 그 당시 미국편은 남겨놓았는데 지난 15년 동안 이 나라의 쇠퇴 기미가 눈에 자주 보이는 바람에 정독을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 때 미국에서 '황금 주'라 불리며 복지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졌던 캘리포니아 주가 지금은 재정난에 빠져 고전을 하고 있는 원인분석을 시대적 흐름 속에 다각도로 비추며 서술한 것이 제게는 아주 흥미가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특정 주를 이렇게 확대경을 통해 비춰준 내용은 처음 접했기 때문이었네요. 미국의 양댱제 역사와 대립이 선거구의 자의적 분할이라는 '게리맨더링'을 둘러싸고 펼쳐진다는 포인트도 상당히 읽을만 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하고, TV도 좀 보는 휴식기를 가지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블라이스의 책 후반부를 펼쳤네요. 책 전체에 흐른 핵심 내용들은 긴축책이 역사적으로 왜 발생했으며 어떤 정책적 이데올로기 속에 정당화 되어온 역사를 보여주며 모든 실증적 사례들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혹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몇 안되는 사례들도 긴축책 자체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호의적인 주변여건들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네요.

그러다 1920년대의 독일 사례를 들었는데 제가 미처 몰랐던 스토리를 들쳐내며 당시 바이마르 독일 정부의 긴축책이 국민들에 고통을 강요하다 결국 긴축책 포기와 경기부양책을 주장한 나치당에 정권을 빼앗기는 어이없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겁니다. 딱 지금 트럼프가 집권한 스토리와 어딘가 연결되는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떠오릅디다.
1918년 1차대전 패배후 승전국인 프랑스는 독일에 보복성의 지불한계까지 가는 높은 전쟁배상금을 요구했고, 패자로써 이를 받아들인 독일 사민당 정부는 배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마르크화를 마구 찍어내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불러왔다는 것이네요. 저는 한국에서 나온 세계사 책에서는 아직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아주 흥미만점으로 이 부분에 촉각을 세우고 독파했습니다.
이 시절 100만 마르크짜리 지폐가 독일사회에서 횡행할 정도로 막장 인플레를 겪은 독일의 흑역사가 경제적 파탄이 아닌 어느 정도는 정치적 트릭에 의해 의도적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이 몰랐던 이면을 들쳐본 듯책 맛을 제대로 음미하게 해주었네요.
프랑스의 강력한 대독 강경책에 독일국민들의 불만이 비등점에 도달하자 당시 미국 재무장관 찰스 도스가 두 나라의 도도한 결전의지를 무마하고자 '도스 플랜'을 들고와 독일의 배상금액을 경감시켜주고 배상조건도 완화시켜줌으로써 독일과 프랑스의 일촉즉발 대결구도를 누그려뜨려 줍니다.
한숨 돌린 바이마르 정부는 초인플레 방치를 포기하고 화폐개혁을 통한 '렌텐 마르크'(부동산 자산에 가치를 연계시킨 '기적의 화폐') 를 도입하니 초인플레 현상이 1년도 못가 사라졌네요. 하지만 미국의 권고대로 긴축책은 받아들여 실행을 하니 실업률이 30%를 넘어 40%대로 달려가며 국민들의 고통은 여전했습니다. '29년 이후 다가올 미국발 대공황은 아직 엄습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이런 경제적 고통으로 도탄에 빠져있는 독일국민에게 히틀러의 나치스당이 집권하면 배상금의 대폭 탕감을 재협상하고, 긴축책을 포기한 경기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는 선거공약으로 '31년 44%대의 지지율로 제1당이 되어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바야흐로 '듣보잡'이었던 히틀러 시대가 뿅하고 펼쳐진 것이지요. 전정권이 어차피 감내해야 할 길이라 믿었던 긴축책이 히틀러 집권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었습니다.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군비증강에 힘쓰고 아우토반 건설 등 군사적 인프라 확대에 총력을 경주하여 독일의 실업률을 순식간에 해소했네요. 대외적으로 군사력 기반의 호전적 근육을 주변국에 위협적인 과시도 하며 패전 후 잃어버린 독일 영토도 제법 뺏아왔습니다. 한 10년 동안 그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를 수 밖에 없었지요.
'20~'30년대 일본에서도 경제관료들이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줄이려 긴축책을 쓰며 군사예산을 삭감하려다 군부들의 불만을 사 행동대인 청년장교단이 재무상과 총리를 허구헌 날 쿠데타로 암살했던 사건들이 모두 이런 재정 허리띠 졸라매기 때문에 야기되었다고 블라이스는 밝혀냅디다. 결국 이때부터 일본은 군국주의화로 본격 달려가게 되어 '40년대 태평양 전쟁까지 뛰어들며 패망까지 가게 된 최초의 원인제공을 긴축책이 했다고 이 정책의 위험천만한 파급효과를 보여주었네요.
다른 한편, 같은 시대 승전국이었던 프랑스는 독일보다는 형편이 좀 나았지만 프랑화 가치 유지를 위한 금본위제에 집착하며 확장적 재정긴축책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경제성장과 호경기는 만나보지도 못한 채 군비예산 축소만 거듭하다 히틀러의 나치독일에 비해 국방력 업그레이드에서 훨씬 뒤져 2차대전이 터지자 5주 만에 항복하는 참극을 당했다고 했네요.
전후 현대에 와서도 여러나라에서 펼쳐진 긴축책은 서민층 국민들의 고통만 오래 감내하게 했을 뿐 국가체력에서 방만한 군살을 뺀 뒤 경기호황기를 앞당기는 작동은 거의 한번도 없었다고 이 정책의 폐해를 밝힙니다. 하더라도 경기가 좋고 국가체력이 견딜만 할 때 선제적인 점진적 실행은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인 경기불황시 내몰리듯 긴축페달을 꽉 밟고 행하는 강도높은 긴축책은 사회적 저항만 야기해 국가전복 같은 재앙을 불러오기가 십상이라 했네요.
블라이스의 결론은 긴축책은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 막다른 골목에서 다급하게 행하는 것은 필패를 부르니 무조건 삼가하고, 사용할 때도 호황시에 점진적으로 최상류층에 대한 고율 증세책과 병행해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 금융억압책으로 금융권이 탐욕적 이익 추구를 못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고, 그럼에도 금융버블이 터지면 금융기관을 국유화하거나 그냥 망하도록 내려버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네요.
오늘 얘기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편히 쉬십시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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