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일일 단상

투르게네프 소설 읽다가 파인 다이닝 식당에 초대되다

백조히프 2025. 10. 27. 01:13
반응형

 

오늘(10/26)은 어제 늦게 취침했는데도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서 하루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기상후 루틴 운동과 세면을 마친 후 평소보다 일찍 PC 앞에 앉았네요. 어제 저녁 클로드가 뽑아줬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상세분석 글을 아래한글 파일 위에 옮겨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문단 정리 작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 쳇지피티로 행한 같은 작품의 상세분석 글은 A4로 4페이지에 불과했는데 클로드에게 최대한 풍성하게 써달라했더니 무려 20페이지가 넘게 써주었네요. 쳇지피티의 내용은 핵심내용 요약본 같았는데 클로드는 그간의 제 성향을 감지한 듯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주겠다는 작심을 한 듯 했습니다. 저는 문단 정리를 하면서 이 소설 분석 글을 처음부터 찬찬히 음미했네요.

 

전체 줄거리와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하도 꼼꼼하게 가술해 놓아 이들을 읽다보니 오전 시간이 거의 다갈 정도였습니다. 오늘 저녁 5시 경에 큰 아들 부부가 우리를 데리려 온다는 약속을 떠올리면서 이 친구들이 올 때까지 이 작품이 수록된 원전 책을 독파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클로드가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생동감있게 극적으로 묘사했기에 원전 부분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기 때문이었네요.

 

 

클로드 글을 통해 이 소설의 전체 스토리와 주인공 바자로프를 비롯해 그의 대결역 파벨, 여주인공 오친초바의 캐릭터를 확실히 파악한 뒤 하이라이트 장면을 중심으로 원전을 다시 보니 작가 투르게네프의 문학적 저력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 버금가는 러시아 문학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받치는 위대한 작가라 아니할 수 없었네요.

 

1860년대 농노해방령이 시행된 이후 격변한 러시아 사회 속에서 세 주요 인물을 내세워 이들 간의 갈등을 통해 그 시대상을 소설적 재미 속에 멋들어지게 묘사를 했습니다. 진보파 아들 세대를 대변하는 바자로프, 구세대 아버지들을 대표하는 파벨, 그 중간 위치에서 바자로프에게 지적 호기심을 품었으나 자신의 안정적 포지션을 지키려 자신에게 사랑고백을 한 바자로프를 받아들이지 못한 안나 오친초바.. 이들 간의 사상적, 심리적 갈등을 세심하게 포착하여 그려낸 작가의 문학 장인적 솜씨가 참 대단했네요.

 

원전 책의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다되었습디다. 아들부부가 오기 전에 저와 와이프는 출타할 준비에 바빠졌네요. 저야 옷만 챙겨 입으면 출동준비 끝이지만 와이프는 시간이 좀 걸리는지라 저는 옷 차려입고 책상에 다시 앉아 책에서 미처 못본 부분들을 다시 챙겨보며 아들부부의 도착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이 친구들이 도착해 짧은 인사를 나누고는 이들 차에 올라타 예약장소인 용산 소재 '쥬(Jue)'라는 고급 중식점으로 향했네요. 아들 회사에서 요즘은 직원들이 사규에 의한 진급 연한에 이르면 이런 식당 방문권을 4장씩 준다 합디다. 원래 자기 가족용인데 아직 자제가 없다보니 우리부부가 대신 초대받아 가게 되었네요. 4년 전에도 이 파인 다이닝 식당에 들렀다는데 저는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습디다.

 

 

한 50여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식당 입구에서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1층 식당 공간으로 입장하니 세 테이블에서는 다른 팀 손님들의 식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네요. 우리가 길이 멀어 19시 타임으로 예약한데 비해 이들은 모두 18시 타임에 입장완료해 식사코스를 먼저 서빙받고 있는 듯 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들이 우리 코스 중간에 모두 식사 마치고 퇴실하는 것을 보고 알았네요.

 

첫 코스로 나온 에피타이저부터 앙증스러운 형상의 물건들로 시작되어 무슨 수프, 딤섬, 무슨 OO, 무슨 XX, 북경오리 OO, 유나 짜장면, 아이스크림과 꿀빵 디저트로 전 코스로 마쳤는데 공식가로 두당 25만원대였다 합디다. 넷플리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 대전'에 나온 셰프급들이 만들었을 음식들이라 맛은 모두 한가닥했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제 돈내고 방문하기는 크게 망설여지는 자리라 하겠데요.

 

하지만 아들 회사가 직원들에게 복지 역량 뽐내려 아마도 공식가의 반값 정도로 네고하여 우리 노친네들까지 이런 고급 식당에 데려다주니 모처럼 셰프 장인들의 예술적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부부는 귀한 자리에 초대해준 아들부부에게 감사의 표시로 코스 음식들에 대한 진귀함과 맛있음의 영탄사를 연신 날려주었네요. 그러면서도 이들의 향후 인생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과 함께 대답에 대한 경청도 열심히 했습니다.

 

아무튼 모처럼 아들부부와 파인 다이닝 식당에서 진귀한 음식 음미하며 편안한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이 제법 오래갈 듯 여겨졌네요. 아들, 며느리, 모두 고마왔네. 늙은 노친네 부부를 잘 챙겨줘서 말이네.

 

여러분, 그럼 내일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편한 밤 되십시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