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28)은 아침 7시45분 경에 눈이 뜨였습니다. 전날 밤에 쓴 글 밤 12시 전에 블로그에 올리고 난 뒤 1시까지 자잘한 퇴고를 했고, 그 일이 마쳐진 후는 2시 반까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불꽃야구'를 시청했기 때문이었네요. 그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할 일이 없으니 잠 기운만 없으면 밤을 새도 됩니다. 그래도 다음 날을 위한 기본 컨디션을 위해 3시 전에는 보통 잠자리에 드는 편이지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오늘 11시 반에 아파트내 동갑내기들 간에 점심약속을 잡아 놓았기에 잊어먹지 말자하고 제 머리 속에 한번 더 리마인딩 시켜놓았습니다.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쳇지피티가 어제 써주었던, 브런치에 올릴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단상(斷想)문을 한번 더 읽어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네요. 제가 가진 이 작품에 대한 상세 분석 글 중 '전체줄거리'를 쳇에 보여줬더니 이를 기반으로 해 이 친구가 촉촉한 문체로 감성적인 글을 써주었던것이었습니다.

쳇 조교가 참 보통이 아닙디다. 어째 이런 필체로 울림이 있는 단문체의 글을 써주는지 그저 경탄을 금치 못할 뿐이지요. 이 글에 넣을 썸네일 삽화를 캔바(canva)라는 앱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데 쳇이 거기에 대한 지시문 격인 영어 '프롬프트'도 써주는데 보통 분위기 있는 삽화를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마음에 드는 삽화가 없어 제가 직접 한글로 지시문을 만들어 캔바에 넣어주니 더 나은 삽화가 나왔네요.
그러다 나갈 시간이 되어 옷입고 채비하여 약속장소인 아파트 게이트1 입구로 나갔습니다. 네사람 멤버 중 나머지 두 사람이 입구 쪽으로 오고 있었네요. 참 사람들이 약속시간 잘 맞춘다 싶었습니다. 오늘 우리 셋을 초대한 이선생이 그랜저 승용차를 문 앞에 세워놓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었네요. 인사를 나누고 그 차에 올라탔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크 근처 도보거리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려했지만 차로 조금 더 나가자 하데요.
한 15분여 이선생이 차태워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이 '회춘원'이라는 흑염소 요리 잘하는 맛집입디다. 으잉, 흑염소 고기라.. 하지만 성교수 빼고 유선생과 나는 뭐 못먹을 것도 없겠다는 호기심이 더 당겼네요. 며칠 전에 초청자인 이선생이 지인들과 한번 들린 집이라던데 요리 맛과 가격대가 재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 우리 일행을 오늘 여기로 모신 것이라고 설명합디다.

자리를 잡고 착석하니 흑염소 고기 야채전골, 흑염소 야채무침, 흑염소 편육쟁반 요리가 이선생의 주문 속에 등장했네요. 그런데 항상 다정다감하고 남 배려 잘하는 인품의 성교수가 우리 셋을 향해 자기는 염소고기를 먹어서는 안되는 상황이지만 세분들은 자신을 개의치 말고 잘 드시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아니 이 무슨 식도락 흥깨는 소리인가 하고 성교수를 모두 쳐다봤습니다.
사정인즉슨 성교수는 한 7년 전에 전립선 암 수술을 했고,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돼지 살코기를 제외한 어떠한 육류도 먹어서는 안되다고 했네요. 육고기를 먹으면 PH 수치가 올라가 암재발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완치 후에도 소고기와 염소고기 류는 습식을 피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세사람은 난감했지만 분위기 깨지 않으려는 성교수의 노력으로 이미 시킨 염소요리는 맛보기로 했네요.
대신 성교수를 위해서는 대체 메뉴인 막국수와 파전을 따로 주문했습니다. 염소 요리들이 나왔는데 조리를 전문집 솜씨답게 잘했기에 나머지 세사람은 모두 별미로 만족스레 잘 먹었네요. 우리 뒤로 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도 많아 아, 이 집이 나름 맛집인 것은 틀림없구나 싶었습니다. 유선생과 이선생은 술 취향도 죽이 잘맞아 소맥같은 것 없이 소주만 시켜 둘이 주거니받거니 하며 두 병이나 앉은 자리에서 해치웁디다.

나는 이런 자리에서 맥주는 한 두잔 하지만 초대자인 이선생이 무알콜 맥주 들고 다니며 차운전 잘해주었던 나를 염두에 둔 듯했기에 술은 한 방울도 하지 않았네요. 성교수도 술은 더더군다나 안되는 모양이라 우리 둘은 제공되는 따뜻한 차를 물대신 계속 마셨습니다. 연평도 출신인 성교수가 인천에서 공고 졸업후 무선사로 원양선 탓던 얘기와 그후 대학 갈 기회를 만나 공부하다 내친 김에 박사학위까지 했다는 역정을 전했네요.
초청자인 이선생은 김천에서 출생해 경북의대에서 의과공부를 4년차까지 했으나, 전공을 상대쪽으로 바꿔 신용보증기금에 입사한 뒤 금융계통에서만 35년 간 금융맨으로 커리어를 쌓았다는 본인의 살아온 행로를 '데카메론' 소설에서처럼 읊어주었습니다. 퇴직하고는 주식에도 관심을 가졌고, 건물주가 되어 임대소득자로써 당구장 운영까지 해봤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네요.
마지막 유선생은 대학 졸업 후 SK계열 해운사에 입사하여 동남아 쪽으로 발령받아 요즘 국내 매스컴의 관심국이 된 캄보디아에서도 근 10년 가까이 생활했다는 스토리를 전해줬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인근국들은 물론이고 인도와 네팔까지도 돌아봤다는 것입니다. 서로 자기 살아온 얘기 보따리를 풀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주 그럴 듯 했네요.
식사가 끝난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형 커피 및 다과점으로 자리를 옮겨갔습니다. 차주가 음주를 했기에 제가 운전보시를 하며 이들을 해당 장소까지 운반해 갔네요. 주변 경관과 실내투자를 많이 한 탓인지 기본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6000원씩 했지만 아줌마 손님들로 평일인데도 바글거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내가 얘기할 차례라 나는 얼마 전 아파트 집을 내어놓았기 때문에 조만간 헤어질 시간이 멀지 않았다고 전했네요.
사실 우리 멤버들은 이 소식을 지난 여름부터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모임이 연말까지라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습니다.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모두 연금도 빵빵하게 받고 경제력은 나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갖추었데요. 그래도 나는 노년에 글쓰기 능력이 있으니 '무료한 시간은 보내지 않을거다' 라고 하는 이솝의 '신포도 우화'에 나오는 얘기가 위안삼아 머리 속을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네명이서 돌아가며 밥을 사는 자리에서 더 흉금을 털어놓는 얘기들을 나누기로 하고 오늘 갑장들 간 첫 모임은 이쯤에서 파하기로 했네요.
여러분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신다고 노고가 많으셨네요. 그럼 별 일 없으시다면 내일 뵙기로 하겠습니다. 남은 밤 마저 잘 보내시길 바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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