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전쟁 특수로 12조 벌어들인 미국, 트럼프 때문에 굶주린 세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기름값 67% 급등... 아시아·아프리카 등 식량 안보 위협
26.05.04 14:15 | 최종 업데이트 26.05.04 14:16 | 정주진(jujinchung)

미국이 이스라엘,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중동지역 국가들에게 방공체계와 미사일 등의 무기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의회 승인 절차를 생략하고 즉각적인 판매를 허용하는 '긴급 조항'을 발동해 이 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판매 규모는 86억 달러(한화 약 12조 6,420억 원)에 달한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즉각 판매를 요구하는 긴급 상황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공격으로 인해 중동지역 국가들이 잇달아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생긴 안보 위협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은 자국이 시작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게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 3월 19일에도 UAE, 쿠웨이트, 요르단에 드론, 미사일, 방공체계, F-16 전투기 등 165억 달러(한화 약 24조 2,55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때도 미 국무부는 '긴급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무기 판매를 통해 주요 우방들의 안보를 개선하고 미국의 외교와 국가안보 목적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국무부가 언급한 긴급 상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미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는 3월 아시아 지역으로 미국산 원유와 LNG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고 밝혔다. 4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셋째 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1,290만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지만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무기, 원유와 LNG 판매를 통해 거의 유일하게 전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국가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생활이 망가지고 생계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사 짓는 것보다 일용직 노동자가 낫다"
인도, 미얀마,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연료 부족 때문에 생계에 필수인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을 구하기도 힘들고 심지어 조리용 가스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연료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가스 수출량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이란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이 아시아인 이유다.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 시작 2주 만에 캄보디아의 기름값은 67.81% 올랐고 베트남은 49.73% 상승해 세계 최고 상승국 1, 2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라오스는 약 33%, 파키스탄은 약 25% 상승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오토바이 배달자, 소형 교통수단 운영자, 어부, 농부 등은 기름값 인상으로 수입이 대폭 줄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지프를 개조한 합승버스인 지프니를 운전하는 카를로스 브가랄 주니어는 BBC에 "(전쟁) 전에는 살 만했는데 이젠 다음 주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면서 "상황이 계속되면 나와 우리 가족은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알자지라>의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름값은 15~40% 정도 상승했고 말라위의 경우엔 34%나 올랐다. 이로 인해 남수단은 하루 중 일부 시간에 정전을 겪고 있고, 에티오피아는 정유회사들에 정부 프로젝트, 핵심 산업 등에 우선적 공급을 명령했다. 이집트는 식당, 카페, 가게 등에 오후 9시 영업 마감을 명령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물론 그에 따른 물가 인상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원유 공급 부족과 에너지 가격 인상이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비료 공급 차질과 그로 인한 세계 식량 안보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비료의 3분의 1을 공급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기 때문이고, 비료가 가장 많이 필요한 3월과 5월 사이에 봉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4월 2일 정책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비료 부족이 농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식량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특히 저소득 가구와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비료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쌀 등 농산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인상되면, 아프리카의 식량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이다.
비료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으로 세계 최대 쌀 생산지인 아시아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태국의 60세 농부인 수차트 피암솜분은 BBC에 비료를 구하지 못하고 가격도 급등해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 손실이 커서 차라리 일용 노동자로 일하는 게 낫다"고 했다.
높은 가격에도 비료를 구할 수 없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여파로 중국이 비료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025년 세계 비료 공급의 25%를 차지했던 중국은 자국 비료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3월에 대부분의 비료 수출을 금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로 인해 약 80%의 중국산 비료가 수출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산 비료 의존도는 매우 높다. BBC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약 55%, 미얀마는 약 45% 그리고 파키스탄, 필리핀, 일본 등은 35% 정도를 중국산 비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 외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도 10~25% 정도를 중국산 비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금지는 식량 생산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시장 안정에는 수개월 필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안보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쌀 수입량의 80%를 베트남에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도 이미 비료 부족이 올해 농사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올해 세계 식량 안보 위험 수준은 높아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연구원인 조세프 글라우버는 3월 말 BBC에 "중국의 수출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비료 시장과 식량 안보를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 경고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란 전쟁이 당장 오늘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도 세계 원유 시장의 안정은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지나야 안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이는 기름값 인상과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 위협 상황 또한 그 기간만큼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료 부족으로 야기될 식량 생산 감소는 이미 예정된 것이고 그로 인한 식량 안보 위험 상황은 내년 수확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 전쟁으로 강도는 다르지만 전 세계인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이 시작한 전쟁을 이용해 무기를 수출하는 상황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더욱 비난받을 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이 세계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오만과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휴전 중이고 사실상 교전이 종료된 상태라면서 의회 승인 없이는 60일 내 군사작전을 종료해야 한다는 전쟁권한법의 5월 1일 만료를 부인했다. 소수를 제외한 공화당 의원들 또한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궤변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정치권은 자국 정치에만 몰두하면서 자국의 책임과 세계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위해 이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이란 공격을 시작했다는 주장과도 모순된다.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미국 정치권의 오만과 무책임에 세계는 분노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종전만을 바라며 인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내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축적된 분노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중심이었던 국제 질서의 재편과 외교관계의 변화 또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은 과소평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는 이란 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세계에 준 고통을 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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