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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로 승리가 안 보여…트럼프, 외교로 ‘체면의 출구’ 찾나

백조히프 2026. 5. 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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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군대로 승리가 안 보여…트럼프, 외교로 ‘체면의 출구’ 찾나

 
  • 수정 2026-05-06 22: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각서 서명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진행하던 ‘해방 프로젝트’(프로젝트 프리덤)를 일시 중단한 것은 이란과의 협상 진전 때문이라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설명이다. 그러나 이 조처는 미국이 군사력만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합의에 앞서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먼저 마련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해방 프로젝트 중단 결정은 루비오 장관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 작전은 87개국에서 온 거의 2만3000명의 민간인을 구출하기 위한 방어적 작전”이라며 정당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이런 급선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작전의 실효성 부족이 꼽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작전 개시 이후 미군의 지원을 받아 해협을 빠져나온 상선은 단 3척에 불과했다.

 

개전 이전 일일 약 130~140척의 상선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해운 관리업체 앵글로이스턴의 비외른 호이고르 최고경영자는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해협 통행을 재개하려면 한쪽이 아닌 양쪽(미국과 이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장관도 한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방 프로젝트가 “해협 문제 전체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단기간에 해협을 완전히 열 수 있다고 봤다기보다는 통항 지원을 통해 이란을 압박하고 협상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을 언급한 반미 광고판 앞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양국간 교전을 불러온 해방 프로젝트가 급하게 중단되면서 협상 국면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루비오 장관은 브리핑에서 대이란 군사작전 ‘장엄한 분노’가 “작전 목표를 달성했다”며 종료를 선언하며 미국은 이제 해협 통항 회복과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최종 합의문을 완성하기보다, 향후 협상의 핵심 의제와 이란이 협상 초기에 제공할 양보의 범위를 담은 양해각서(MOU)를 먼저 마련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완전한 평화협정이나 핵 합의가 아니라, 일단 협상 틀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전쟁 종료를 선언할 수 있는 정치적 출구를 찾으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협상 목표를 크게 낮춘 것이다.

 

오는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약 1주일 앞두고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이란의 주요 우방이자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다. 동시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물류와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수출 의존 경제”라고 지적했다.

 

루비오 장관도 중국에 “이란이 해협을 닫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맞다”며 역할을 촉구했다. 관건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 틀을 만들 수 있느냐다. 미국은 군사작전의 성과를 앞세워 “승리”를 주장해야 하고,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중단 등을 자신들의 압박이 통한 결과로 포장해야 한다. 시엔엔은 “다음 단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이 서로에게 체면을 살릴 출구를 제공할 의사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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