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쉬운 건 트럼프…‘계산’만 맞으면 ‘대만’을 포기할 수도
- 수정 2026-05-19 18:27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3∼15일 중국 방문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방중을 끝낸 뒤인 15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 승인 여부와 관련해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이 “매우 작은 섬”이라며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만약 대만 독립 문제가 잘못 처리된다면 미-중 관계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고가 효력을 발휘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편집자
Q.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만 문제의 기원은 무엇인가?
A. 197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대만이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이니 베이징의 통치 아래 들어오는 것을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만의 독자적 통치라는 현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문제는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 때 마오쩌둥 당시 중국 주석이 방중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작은 문제는 대만이고, 큰 문제는 세계”라며 “우리는 현재 그들(대만)이 없이도 할 수 있고, 100년 뒤에나 다루자”고 말해, 타협이 됐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이 하나의 중국이 있으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함을 인지(acknowledge)한다. 미국 정부는 이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一個中國原則)과 미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의 타협이었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이고 협상 불가한 주권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미국이 ‘인정’(recognize)이 아니라 ‘인지’(acknowledge)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모호성은 양국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대만 문제가 불거지게 했다.
Q. 그럼 양국 사이에서 대만 문제의 구체적 양상은 어떠했는가?
A. 상하이 공동성명에서의 이런 양국의 입장은 1979년 양국 수교 성명인 ‘미-중 수교 공보’에서도 반복됐다. 하지만 같은 해 미 의회는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적 무기’를 계속 제공하고, 대만 안전이 미국의 중대 관심사라고 규정했다. 수교 이후에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문제로 양국 갈등이 심화됐다. 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 3차 공동성명인 1982년 8월17일의 ‘8·17 공보’를 체결했다.
8·17 공보에서 미국은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를 수교 초기(1979년) 수준이 넘지 않도록 하고, 점진적으로 줄여 최종적인 해결에 이르게 한다는 약속을 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식을 통해 통일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재확인했다. 8·17 공보 역시 미·중 양국이 각자 입장을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모호하게 작성된 문서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감축은 중국이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당시 행정부는 내부 지침에서 이런 내용을 명시했다. 또 미국은 8·17 공보 발표 전에 대만 안보를 계속 지원할 것을 약속하는 ‘6대 보장’을 대만에 전달해, 무기 판매가 계속될 것임을 알렸다.
Q.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더 심화된 것이 아닌가?
A. 그렇다. 그래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홍을 겪었다.
미-중 관계는 중국이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한 1989년 천안문 사태로 바닥을 쳤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6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훈련을 했고, 이에 미국은 항모 2척을 파견해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1998년 방중에서 △대만 독립 △두개의 중국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3불’ 정책을 공개 천명해 양국 관계가 회복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클린턴 때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해 강경 기조를 예고했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해지자, 독립을 추진하는 대만을 견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으로 귀환’ 혹은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이라는 전략을 내걸고, 중국의 부상을 본격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한 뒤 미국과 중국이 동등한 지위라는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했으나, 오바마는 이를 무시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취임 직전에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통화하거나,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묶여야 하는가” 등의 발언을 했다. 중국이 격렬히 반발하자, 트럼프는 취임 뒤 시진핑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겠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협상카드로 만들었고,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하며 중국 부상을 강력히 견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네번이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말해, 미국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진화했다.
Q. 대중국 디커플링을 시작하는 등 중국에 가장 강경한 정책을 편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강화되는 것이 수순 아닌가?
A.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거래주의적 대외정책을 펼치는 트럼프에게는 대만도 거래 대상인 것 같다. ‘중국 억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이른바 ‘우선론자’들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및 국방부 실무책임자들이 채워졌다. 우선론자의 좌장인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국방차관도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서 “대만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이익이나,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실존적 이익’은 아니다”라고 말해, 대만을 놓고 중국과의 전쟁에 회의를 표했다.
트럼프는 애초 3월 말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을 한달 앞두고 이란 전쟁을 감행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을 제압한 뒤 중국에 가서 석유 등 전략자원에 대한 장악을 과시하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 발목이 잡혔고, 한달 넘게 연기한 중국 방문에서 대만에 대해 기존 태도를 바꾼 듯한 입장을 밝혔다.
미·중은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합의했다”고 상호 발표했고, 시진핑은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만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Q. 왜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서 양보하며 중국에 유화적으로 됐는가?
A. 자신의 발목을 잡는 이란 전쟁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란 전쟁 자체가 미-중 대결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보였다는 평도 있다.
미 군사력의 우위와 핵심은 대양을 넘어서 군사력을 투사하는 능력이다. 이는 세계 각지에 있는 미 군사기지, 항모 등에 실린 고가의 고도정밀유도무기 등을 통해 구현된다. 그런데 이란은 중동 전역 미군 기지의 228개 시설물을 타격해 불능화시켰다. 미국은 군사력의 핵심인 고가의 고도정밀유도무기들의 재고 30∼80%를 소진해 이를 다시 채우려면 6년이 걸린다는 평이다.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성공한 셈이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최고 중국통인 존 컬버 전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정보분석관은 지난 11일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미국의 능력을 거론하며 미-중 대결에서 미국의 충격적인 열세를 지적했다. 그는 군사력에서 미국의 우위는 잠수함과 해저 전투 분야 정도이고, 미사일 등에서 중국이 앞선다고 평했다. 또 중국이 매해 프랑스 전체 해군력 정도를 보강하는 조선 능력 등 월등한 제조업 역량으로 탄약 등 군수 분야에서 미국을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만 유사시 미 군사력의 핵심인 항공모함과 주변 기지에 대해서도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항모가 전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반경 약 1천마일 내에서 최소한 공중 우세를 확보해야” 하는데, 미 항모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미군 기지 모두가 중국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Q. 그럼 트럼프는 대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A. 미-중 수교 이래 미 역대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유지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며 강조점을 달리한 일관성이 있다. 큰 맥락에서 보면, 트럼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트럼프는 두번째 집권 이후 펼쳐온 관세 전쟁이나 동맹 경시로 인한 동맹 약화, 이란 전쟁 등으로 중국과의 대결에서 그 어느 정부보다 열세에 놓여 있다. 이런 열세가 트럼프로 하여금 시진핑의 대만 발언에 침묵하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안 할 수 있다고 말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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