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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설 '변신'에 대한 소견문

백조히프 2025. 3. 28. 02:47

 

카프카 소설 '변신'에 대한 소견문

 

 

작성 제출자: 김재민

담당 교수: 장은* 교수

작성 날짜: 2021. 12. 3

 

- ‘변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설명하시오.

 

-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를 인간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유를 설명하시오.

 

- 작품 속의 가족관계를 통해 현대 가족의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그레고르를 버린 가족의 행위에 대하여 평가하시오.

 

-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현상을 살펴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작품과 관련하여 설명하시오.

 

 

<소설 줄거리 개요>

 

독문학계의 쇼팽같은 체코계 유태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 중편소설 ‘변신’(1915)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보험회사에 영업사원으로 고달프게 근무하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니 자신이 바퀴벌레와 같은 흉측한 한 마리 해충으로 변모해 있는 것을 깨달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내 번역본 표지>

 

자신의 힘든 노동 댓가로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몰락 직전에 빠진 집안을 그레고르 혼자서 버티며 구해내었다. 이제 가족 중 아버지는 은행수위로, 어머니는 옷수선으로, 여동생은 가게점원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모두 그레고르의 헌신에 감사하며..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떠보니 자신의 몸이 끔찍한 벌레로 변해 있다니..

 

어이가 없는 차원이동이었지만 그레고르는 그저 덤덤하게 자신의 변신을 받아들였다. 현실에서의 무겁고 고된 짐을 벗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로써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듯이..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 그레고르>

 

반면 가족들에게는 생난리가 났다. 비록 초기에는 저 흉측한 존재가 집안을 온전히 지탱해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오빠임을 인식해 가족원으로써 최소한의 예우를 행하며 대해줬지만,시간이 지날수록 애물단지화하며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괴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1916년 초판 출판본 표지>

 

그런 갈등 속에 내재된 감정이 가족들 사이에 쌓이던 중 어느 날 여동생의 바이올린 연주소리를 들으려 자기 방을 나온 해충 잠자를 본 아버지가 엉겹결에 던진 사과에 등을 맞은 그레고르는 방에 다시 틀어박히지만 등창 악화로 서서히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먼지와 쓰레기가 가득한 방에서 해충의 쓸쓸한 사망을 확인한 날 남은 식구는 행운의 일진을 맞은 양 표정관리를 했다. 그리고는 교외여행을 통해 앞날을 논의하며 시시덕거리는 노닥거림의 시간을 모처럼 맞이했다.

 

<소설-변신이 의미하는 바는>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일상에서의 불만들을 애써 억누른 채 살아왔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개인적 삶을 포기해야 하는 자기희생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다른 한편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저항적 욕구 역시 내면적으로 축적된다.

 

작가 카프카는 주인공의 최고조에 다다른 탈출 욕구가 드디어 그의 몸을 흉측한 벌레로 변신시킴으로써 구현되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레고르는 불행하고 노예같았던 그의 실존적 삶에 오랜 기간 억눌렸던 저항감을 작가를 통해 가시화한다. 혐오스러운 벌레의 몸으로 변신한다는 기괴한 문학적 상상력은 오히려 억눌린 어두운 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선보인다.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인간이라 볼 수 있는가>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말을 다 알아듣고 스스로 사유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두뇌를 가졌지만, 그들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자신은 상대의 말을 모두 알아듣지만) 그들에게는 한 때 인간이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시간이 갈수록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괴물같은 벌레로만 여겨진다.

 

오늘 날 인간의 두뇌를 가진 AI(인공지능)로봇이 ‘복제인간’이나 ‘전자적 인간’으로 분류되듯 완전한 원본인간은 아니지만 벌레의 외형을 한 ‘중간적 인간’이라 볼 수 있다.

 

<작품 속 가족관계를 통해 현대가족의 문제와 그레고르를 버린 가족의 행위동기를 논해 본다면>

 

그레고르의 가족은 사업에 실패한 채 몸져누운 아버지, 천식에 시달리는 중년의 어머니, 그리고 아직 세상을 겪지 않은 채 음악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하이틴 여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사람 모두는 돈을 벌 수 있는 경제력이 없기에 그레고르의 보험영업사원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간다.

 

생계를 책임지느라 혼자서 고달픈 외근생활을 해야했지만 자신의 희생으로 온 식구를 부양한다는 자부심과 그들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고마움 및 존경심이 그레고르가 팍팍한 삶을 감수하게 하는 주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끔찍한 해충으로 변해 돈을 벌어오는 경제력을 상실하자 그레고르는 가족들에 의해 가장의 영향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존재로써 외면과 배척을, 나중에는 공격까지 당하게 된다. 점점 물질만능의 시대로 접어드는 그 시대에 그레고르는 하루 아침에 생계벌이 에이스에서 하찮고 끔찍한 벌레류의 최하위존재로 추락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현상을 살펴보고,그 극복책을 작품과 관련시켜 도출한다면>

 

인간소외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인간성을 박탈당해 비인간화 됨을 뜻한다. 이런 비인간화는 사회가 시장만능의 자본주의화로 진화될수록 인간활동의 주체가 당사자인 인간이 아닌, 돈과 같은 재화나 경제력으로 변모하면서 촉진된다.

 

인간은 스스로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경제력이나 자본에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핵심적 자아인 인간성이라는 본래성을 상실하고 껍데기에 불과한 비본래적 삶을 원치 않으면서도 감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이런 인간소외적인 비본래적 삶에 부대끼지 않고 스스로가 주체적 삶의 주인이 되려면 개인을 파편화 시키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허상들을 우선 비판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그 다음 주체적 삶을 살겠다는 이들과 사회적 연대를 맺어 인간다운 공동체적 삶의 작은 생태계를 가꾸고 이런 생태계들끼리 네트워크화 하여 인간적인 삶의 공간을 상호 확대하겠다는 의식을 견지하는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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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닐라공
  • 21.12.09 19:25
  • 첫댓글 인간은 공기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숨을 쉬는 모양입니다.
  • 돈에서 나는 구린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던데 이것도 cashless 사회에서는 별 문재가 아니됩니다.
  • 프라하의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마네스 교를 건너면 바로 그 근처에 카프카 기념관이 있지요.
  • 김재민
  • 작성자 21.12.10 16:55
  • 이 소설과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독문학계와 각국의 독서인 및 문화인들에게는 꽤 널리 알려졌는데 우리 동기들에게는 쫌 낯선가 봄미다. 반응이 많이 미적지근한 걸 보니 말이네요.
  • 소생은 '71년 고2 때 경고 도서관에서 다이제스트판으로 처음 접했네요. 그 때는 뭐 약간 괴기스러운 우화 작품으로만 받아들였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시대정신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네요. '75년 외대 독어과에 들어갔어도 카프카의 다른 단편 '단식광대'는 원어로 접해 봤지만 '변신'은 유명 대표작이란 것만 알았지 애낀다꼬 직접 파며 읽어보지는 않았심다.
  • 이번에 이 과제물 처리하면서 전체 완역 스토리를 최성욱의 번역본으로 비로소 음미하며 일독했네요.. 이 작품의 진면목이 소생이 걸어온 짠밥속에 대비하며 읽어보니 비로소 제대로 풍겨져 옵디다. 프라하를 방문할 기회가 다시 온다면 길영공이 소개한 카프카 기념관에도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네요..
  • 마닐라공
  • 21.12.10 17:42
  • @김재민 카프카는 독일어로 작품을 썼는데,그의 집안은 독일에서 이주해온 유태인이었지요..
  • 나중에 독일,프랑스와 헝가리 그리고 첵코 편을 쓰게 될 때 소개하려고 마음 먹었지요.
  • 진도가 나가야 하는데...
  • 이법사
  • 21.12.12 11:23
  • 재민공이 유명한 고전 소설을 주제로 올려 놓았네요.
  • 사실 나는 이 소설의 내용을 국민학교 4-5 학년일 때 우리 어머니한테서 들었지요. 어머니는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 쯤 큰 병을 얻어 병원에 몇 해 동안 장기 입원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어쨌든 병마를 이기고 살아 나가려 견디시며 독서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마치 장기 죄수들 중에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국민학교밖에 못 나온 어머니한테서 지금 생각해도 수준이 있는 여러 교양 서적 얘기를 들었는데 이 '변신' 을 비롯하여 '쿼바디스 도미네' '케네디 대통령의 이야기' 등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 '변신' 소설 자체는 고등학생 때 읽었는데 상당한 충격이었고 당시의 답답한 내 심정과 처지가 비춰져서 공감이 갑디다. 하지만 가족들의 태도가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너무 냉정하여 서양사람들은 다 그런가, 우리하고는 다르구나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우리도 별반 다른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 그런데 다시금 생각하니 벌레가 되어 하찮게 죽어가는 것이 우리 본 모습이고 변신하기 전 인간사회라는 것이 실은 꿈속의 세상일지도 모르지요. 장자가 나비가 됐다는 이야기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슨 품목이든 간에, 그게 셀러 마켓이 아니고 바이어 마켓일 때 외판사원, 그거 참 할 짓 못되지요. 마치 자신이 밟히면 찍소리 못하고 뭉개져 죽어야 하는 벌레처럼 느껴질 때가 왜 없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