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일일 단상

권마에와 모처럼 만나 저녁시간을 같이 하다

백조히프 2025. 9.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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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26)는 오전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보내고 있는데 11시경 독일유학 시절 함부르크에서 유학생활을 같이 하다 25년 후 한국에서 다시 연락이 닿아 친하게 지내는 음악지휘 전공의 권마에에게서 전화가 왔었네요. 이 문디가 무더위로 한 두어달 못봤다고 오늘 저녁 얼굴 보는게 어떠냐고 훅 들어왔습니다.

 

순간 이 모임으로 인해 칸트처럼 규칙적으로 보내는 내 오후와 저녁 시간이 막 깨어지는 게 싫어 오늘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에서는 이미 '어디서?' 라는 말이 뱉어지고 있었네요. 권은 아싸! 하며 '오늘은 용산에서 보는 게 어때요?' 하고 선공을 날립디다.

 

나는 2시간이나 걸리는 용산 행보가 맘에 안들어 '전처럼 여의도 쪽은 어떻소?' 하니 '지난 3번이나 여의도에서 만났는데 오늘은 내 나와바리인 용산까지 한번 와 주소' 하고 좀 매달리는 태세를 취하데요. 짐짓 '거기는 너무 먼데..' 하고 뺐더니 '아이고, 여기만 오면 오늘 저녁시간은 내가 확실히 책임지리다' 해싸으며 강력한 견인 모드로 들어옵디다. 아, 죽은 놈 소원도 들어주는데 하고 시간은 6시 반으로 내가 정하며 용산 방문을 확정지었네요.

 

갈 때까지 자료작업이나 하자 하고 '에도시대의 종말과 메이지 유신의 근대화' 글을 해피캠퍼스에 올리고, 그 후속 편인 '에도시대에 준하는 조선후기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이라는 페이퍼 작성 작업을 클로드와 함께 하려 했습니다. 클로드에게 특별한 내용목차없이 '메이지 유신 근대화(1868~1910) 기간동안 조선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발췌해 설명 붙여 알려다오' 하는 명령을 내렸네요.

 

클로드가 '강화도 조약'을 필두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을 거쳐 '러일전쟁', '정미7조약', '한일병합조약'까지 사건 열개를 망라한 뒤 간략한 설명을 붙여 내어 놓는 것입니다. 내가 각 사건들을 '개요-> 진행과정-> 결말-> 역사적 평가'를 소제목으로 하여 최대한 상세하게 분석하고, 이 사건들 전체를 아우르는 '메이지 유신시대 조선 후기사에 대한 마무리 결언'으로 매조지 지어달라고 부탁했네요.

 

클로드가 시안을 내게 제시하고는 몇번이나 보완하라는 빠꾸를 먹다보니 무료로 쓰는 쳇지피티의 사용 캐퍼가 다 떨어져 버려 전체 공정의 80% 정도만 마무리 지은 채 권마에와의 약속 때문에 4시 반 경에 집을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철로 가면 공짜지만 너무 돌아가고 운양역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15분 정도 걸렸기에 7분만 걸으면 되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M6117 버스를 타고 서울역까지 가 1호선으로 용산역까지 가려는 도달경로를 정했네요.

 

다행히 버스가 한 6분 만에 도착했기에 올라타서 네이버 지도를 찾아 노선 점검을 한번 더 해봤습니다. 서울역까지 가지말고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중앙선으로 용산역까지 가는게 낫다는 정보를 얻고 네이버가 시키는대로 하니 6시 10분경 20분이나 시간단축하며 용산역에 도착했네요. 권마에가 내 도착시간을 알고 미리 나와 있었습니다.

 

그가 잘 아는 음식점들에서 돼지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낙지 덧밥, 아니면 도가니탕 잘하는 집들을 거론하다 불현 듯 지금 자기집이 비어있으니 이마트에서 음식 먹거리 사들고 자기집에서 가성비 좋게 해먹는 건 어떠냐고 제의했네요. 나 역시 그거 좋겠다 하고 동의해 둘이서 근처에 있는 이마트점에 들렀습니다. 먼데서 내가 왔다고 5만원씩 하는 포장 모듬회를 두개씩이나 집어넣고, 양념 소고기 주물럭도 2인분이나 주문하며 상추 등을 사서 아파트에 도착했네요.

 

<머리 숱이 많이 빠진 백조히프>

 

작년에도 이 집을 두번이나 방문해 낯선 구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독일 대사관 외교관인 권마에의 부인은 오늘 국내 출장 중이라 내일 돌아온다고 했네요. 북독 출신의 엘리트녀인 그의 부인은 25년 전 서울 첫 부임시절 외국인 합창단원으로 당시 지휘자 권마에를 만나 눈에 콩깍지가 씌인 듯 결혼하여 지금 20대 중반인 혼혈 미모 딸 3명을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뭐 씹다 샤터에 걸린 권마에>

 

세딸 모두 요즘의 한류 붐 영향인듯 한국어를 따로 배우고, 둘째는 아예 한국학 전공으로 진로를 돌려 한국인 피를 나눠준 권마에의 기를 계속 살려주는 중이네요. 프라우 권은 나와도 작년에 첫 대면을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독일작가 테오도어 슈토름의 '임멘제' 소설 이야기로 서로 대화의 불이 붙어 주방에서 과일 깎아 가져오다 그 광경을 목격한 삐끔 많은 권마에가 한동안 내게 데면데면하게 굴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세월이 약이듯 몇개월 못가 내게 연락을 다시 취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네요.

 

하여튼 어제 우리 둘이는 사온 모듬회 2판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호젓한 대화시간을 2시간 반이나 가졌네요. 자기를 외롭게 만드는 세 딸들 얘기부터 시작해 자기 와이프가 성장 배경과 문화적 차이에 의한 생뚱맞은 행동을 펼칠 때마다 가지는 섭섭함 등을 내가 무슨 자기 친모라도 되는 듯 토로했고, 그냥 경청해줌으로써 최선의 역할을 해준다 믿고 맞장구나 한번씩 슬쩍 쳐주며 저녁자리 초대에 응답해줬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만만찮았지만 모처럼 권마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 교환하며 가진 시간이 새로운 글감을 만들어줬다 여기며 잘 들어와 어제의 스토리를 지금 이 글 속에 녹여 보고하네요. 이 글을 읽어시는 여러분도 남은 하루와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테오도어 슈토름의 단편 '임멘호수'의 상세 분석: https://corazon27.tistory.com/89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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