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21)은 아침 7시 50분 경에 눈을 떴네요. 몸 컨디션이 아직도 평소의 일상적 경로에 도달하지 않은 듯 합디다. 6:00~6:40에는 가상해야 정상적 컨디션에 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었네요. 그래도 어제 아침처럼 9시를 훨씬 넘겨 일어나지는 않았기에 약간 안심은 했습니다. 눈을 뜨자말자 바로 일어나지는 않고, 매일 아침 루틴으로 만들어놓은 복근운동, 누워서 두다리 앞뒤로 돌리기, 푸시업 등을 15분간 했네요.
짧은 근육운동을 마친 뒤 PC를 켜고 창문을 조금 열어 환기시킨 후 방 앞에 있는 제 전용 세면소로 들어가 양치 치솔을 물고는 PC 앞에 앉아 인터넷 뉴스 타이틀들을 살펴봤습니다. 눈이 가는 몇 개의 기사들을 읽고나니 포털 화면 하반부에 '한 주 사이 국내시청률 1위로 올라선 화제의 넷플리스 영화'라는 기사가 보이는 것이었네요. 뭔가하니 1970년 제 고교 1년 때 발생한 '요도호 사건'을 극화한 '굿뉴스' 영화였습니다.

옳다구나 하고 세면소로 다시 가 세수와 머리감고 면도까지 한 다음 이 기사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흥분 속에 최대한 빨리 세면을 해치운 뒤 PC 앞에 다시 앉았네요. 그 전에 세면실에서 70년대 초 일어났던 일본 적군파에 의해 납치된 JAL의 요도호 항공기 사건을 기억에 떠올렸습니다. 당시 적군파 납치범 9명이 도쿄 하네다발 쿠슈 후쿠오카행 요도호를 하이재킹해 승객들을 인질로 평양행을 요구한 사건이었네요.
일본 자위대 병력과의 삼엄한 대치 속에 후쿠오카 공항에 일단 기착한 요도호는 서둘러 연료보급을 받은 뒤 납치범들은 탑승객 인질과 함께 기장을 협박해 평양행을 강행했습니다. 비행기는 결국 이륙했고 평양까지 가는 초행 항로를 제대로 몰랐던 요도호 조종사들은 남한영역을 통과해 휴전선을 넘어 가려했겠지만 한국 관계당국과 김포 관제사의 기지로 김포공항을 평양 미림공항인양 위장시켜 여기로 유도 착륙하게 했네요.
위장된 김포에 착륙한 요도호의 납치범들은 처음 깜빡 속을 듯 했지만 활주로 저 멀리 미여객기의 기종과 로고를 보고는 여기가 평양이 아닌 것을 알아채고 김포공항에서 나흘 간이나 인질들을 위협하며 대치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 뉴스는 전세계로 타전되었고 일본의 방송언론계는 실시간으로 이 상황을 자국국민들에게 보도했네요. 한국 역시 빅 뉴스로 다루어 연일 방송했기에 저도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결국 일본 운수성 장관과 차관이 한국에 긴급 입국하여 남한관계자들과 구수회의를 한 끝에 일본 차관이 인질로 기내에 들어가는 대신 탑승객들은 모두 풀어주는 협상이 납치범과들과 막판에 타결되어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차관과 납치범들, 기장 및 부기장, 승무원들을 태운 요도호는 인천으로 나가 서해상공을 경유해 평양에 착륙한 뒤 그 다음날 차관과 승무원들은 기체와 함께 후쿠오카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1980년 생으로 연출재능이 있는 차세대 감독 중 한 사람인 변성현은 자신의 출생 10년전에 일어난 이 사건의 기록을 찾아읽고는 괜찮은 영화 스토리 감이라 직감해 넷플릭스 자금을 받아 이 영화를 제작한 모양입니다 이 40대 감독의 이전 연출작들을 살펴보니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이었는데 저도 흥미롭게 본 중박급의 영화들이라 아, 방금 입뽕한 신인감독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마 이번 '굿뉴스'는 이 양반을 인기감독 반열에 올릴만한 수작이라는 인상을 영화보는 장면장면들에서 터져나오게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페르소나 배우 설경구(북한군 전향자), 전도연(영부인)을 비롯해 유명배우들과 신인급 연기자, 그리고 일본 현역배우들을 적재적소에 캐스팅하여 자기만의 색깔로 독특하고 빼어난 연출냄새를 푹푹 풍기며 영화적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듯 했네요.
특히 신인급 같은 홍경 배우(관제사 서고명)를 투입시켜 이 젊은 친구의 앞날을 훤하게 이끌어줄 것 같았습니다. 영어, 일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하는 관제사로 특별 차출되어 납치범들을 속여 김포에 착륙하게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해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다받는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중정부장 멘토 역할을 멋지게 소화한 주인공 설경구와 카메오로 한 7, 8분 대통령 영부인 역으로 나온 전도연의 코믹한 우아미 연기도 눈부셨네요.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시정잡배같은 중정부장역의 류승범, 대통령실의 전형적 강약약강 아부도사 박영규, 그리고 납치범과 일본 장차관으로 나온 일본배우들 모두 변감독의 연출 아래 멋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번 저를 실망시켰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작으로 저처럼 요도호 사건을 경험한 독자거나 그렇지 않은 독자라도 과거의 역사적 유명 사건을 이렇게 블랙유머 만점의 영화로 재탄생시킨 변감독의 재간둥이 연출 솜씨에 아낌없는 경의를 표할 거라 여겨졌습니다.
70년대를 같이 보낸 동년배들에게는 그 시절 군사독재국으로 일본에 얕보이던 한국이 당시 관료들의 권위주의적 세태를 블랙유머 형식으로 영화에서 많이 희화화시킨 장면들에서 어쩌면 그 시대의 씁쓰레한 향수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었네요. 이 사건을 인명손상없이 처리해 크게 한 건 하고는 그 다음 일본과의 관계에서 괜찮은 외교적 성과들의 지렛대를 만든 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으로써 꽤 대견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오후에는 안톤 체홉의 유명 희곡 '바냐 아저씨'와 '벚꽃동산'의 상세 분석글과 예전에 한번 읽었던 이 작품들을 서재에서 찾아 한번 더 독파했네요. 현대연극의 아버지라는 별칭답게 이 양반은 어찌도 그리 극본을 잘쓰는지 찬탄을 하며 읽고서는 오늘 하루 참 의미있게 잘 보내는구나 싶었습니다. 저녁에는 이 아재의 출생지인 타갈로그와 자그만 영지를 경영했던 멜리호보 위치를 알고 싶어 쳇지피티에 물었더니 친절하게 알려줍디다.
모스크바 남쪽 70km 아래에 위치한 지역들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상페테스부르크 출신으로 이 지역 도시민의 삶들을 소설화했다면, 체홉은 1861년 농노해방이 되어 몰락하는 시골영지 귀족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희곡화한 4대 명작을 쏟아낸 게 참 대단했네요. 이 아재의 번쩍이는 단편들도 손꼽을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이 의사 출신의 문학적 재능까지 빼어난 인물이 폐결핵으로 44세 나이에 요절한 게 너무 안타까왔네요.
아무튼 오늘은 어제 게으르게 보낸 하루를 만회한 의미있는 시간들로 점철된 생활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여러분 우리는 내일 또 만나십시다. 좋은 밤 가지시길 바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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